안녕하세요? 일밀아 유저 크립군입니다.
가입은 했어도 눈팅만 여기저기 하다가, 제가 제대로 글 작성하고 활동을 개시한 곳이 바로 이 [밀아 게시판]이기에, 이 곳에 글을 적어보네요.
저도 예전에 작은 커뮤니티를 몇 개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오유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작은 그냥 친목길드, 뭐 그런 정도였었죠.
이전에 어떤 권한을 갖고 휘두르려 한 운영진과 대치하고, 이런저런 증거를 갖고와서 그들과 맞선 후, 뜻을 함께하는 유저들만 다시 나와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운영진이 가지는 권한이란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그전부터도 이런저런 자리에서 리더 역할을 해왔기에.. 이번 사태를 보며 느끼는 점이 몇 가지 있어 정리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1. 리더가 수행해야할 일
리더는 기본적인 방향과 틀을 제시합니다. 바보님이 오유를 위해서 하실 수 있는 것은 유저들이 상호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컨텐츠와 내용을 지켜보며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해 주시는게 기본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는 자료의 게시 및 열람, 그리고 서로 소통하는 채널에 있어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가능한 수용하며 커뮤니티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바보님은 훌륭한 리더입니다. 유저들의 어떤 목소리에 대해 소홀히 하지 않았고, 큰 틀에서 이런 장소를 마련하여 운영해주셨으며, 앞으로 직접 나서기 보다는 오유라는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의 언행 저변에 깔린 공통된 가치관의 특징을 이해하셔서 그에 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시고, 나아가 소통이 원활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고 봅니다.
2. 서브리더(운영진)가 수행해야할 일
서브리더는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과 틀에 맞추어 세세하게 실행해야할 일을 정하고 목적에 맞게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리더가 제시한 방향과 합치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커뮤니티가 가지는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리더와 반목하는 길을 걷는다면, 이전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커뮤니티는 해체되고, 유저들은 떠나게 되어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섭리니까요. 또한, 리더가 가지는 권한의 일부를 이양받는 일이기에, 그 권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좀 더 조심스러운 자세로 다가가야 합니다. 물론, 권한을 활용하면 다른 유저들보다 조금은 특별하다, 내지는 우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 그 권한이 유저로부터 나오고 유저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 옳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3. 이번 사태의 쟁점
리더는 자신의 권한을 이양하여 많은 서브리더를 두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오유SCV, 운영적인 측면에서 운영팀장, 그리고 운영측면에서 업무를 효율화 하기 위해 클린유저를 두었지요. 그런데, 이 클린유저의 권한, 곧 이용자의 행동을 모니터링 하고 경고/차단 등 활동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잘못 사용되며 문제가 발생된 것입니다. 일부 클린유저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 하여, 또는 상황을 읽을 때 리더의 입장에서 본 것이 아닌 하나의 유저입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작용하도록 활동한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일부 유저는 커뮤니티 활동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다중 아이디 사용 및 추천 조작 등)을 했기에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실상 운영팀장을 비롯한 클린유저 전부가 권한에 대해 집중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을만한 언행을 반복하며 일반 유저들을 기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운영팀장님이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여 그 권한의 원천이 되는 유저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온당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함께한 클린 유저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오유 회칙에도 나와있듯, 여러분은 유저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그 자리에 계시는 것이지,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커뮤니티 운영 보조의 일부 업무로서의 '관리'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관리'의 목적이 '통제'라고 보시면 그건 큰 착각입니다. 그 사안이 어떤 면에서 문제였는가,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대다수 유저들의 목소리가 무엇이고, 그들이 왜 그런 소리를 내며, 그들이 반대하는 가치가 이 커뮤니티에서 지지하는 가치였는가? 이런 고민이 먼저 선행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운영팀장 및 그 이하 클린유저분들은 이런 부분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4.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사실, 그들도 사람이고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불거진 여러 사회문제들과 함께 이런 문제가 더욱 이슈화 된 부분도 없잖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건들에서 그들의 대처에 대해 우리 오유에서는 끊임없이 성토하고, 고민하며, 많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했던 운영팀장님이라면, 그리고 클린유저분들 이라면 어떤 대처가 가장 적절했을 것인지 이미 답은 나와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처하는 모습은 우리가 매번 비판하는 그네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아니라고 반문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반 유저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그들과 다를 바가 별로 없는겁니다. 유저들이 보이는 곳에서는 일관화 되어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런 정황이 없으며, 뒤로는 유저들을 기만했다는 그 사실 하나가 현재의 사태를 더 크게 키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굴러갈거라면, 다시말해 진정한 의미의 '봉사'가 아닌 그들의 위에 서서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하고 '저격당한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운영에 대해 폄하당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자리에서 물러나심이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우리 유저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서로 눈높이를 맞춰 배려하면서 상호소통하고 바보님이 제시한 방향대로 함께 가실 의향이 있다면, 진심으로 나서서 사과하고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반성이 필요하시겠죠.
5. 개인적인 여담
저는 삼성 금융계열사에서 인턴을 수료했습니다. 이후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취업준비생 기간동안 SSAT를 세번 봐서 다 붙었지요. 그러나 번번이 최종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PT면접까지는 너무 잘 봤다며 실무진들은 마음에 들어했지만, 임원면접에서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들었는 지 떨어졌었죠. 그리고 나중에 본 다른 면접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지금도 그렇지만, '아닌건 아닙니다.' '한다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해냅니다.' 이런 고집. 무언가 불합리한 요소가 있을 때 그에 굴하지 않고 뜻이 있다면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다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저만이 아닌, 오유 유저분들의 공통적인 성향이 아닐까. 전 그렇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운영팀장님이 삼성에서 재직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길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처럼, 그 틀을 그대로 오유에 적용시켜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오유는 삼성과는 다릅니다.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커뮤니티도 아니고, 제가 이전에 적은 리플에서처럼, 사람냄새가 나는. 그러면서도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장소라고요. 그러기에 지금도 이런 논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에서처럼 불이익을 당하면 가만히 있을 만만한 유저들이 모인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에 대해 저항하고 반발하며 진실을 보려 노력하고, 스스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아니라고 인정하며 자정작용까지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부디 이번 사태가 무사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말이죠. 만약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전 루리웹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에는 일밀아 하면서 유저가 많은 루리웹에도 같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만, 이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는 조용히 지켜보며 주요 활동을 루리웹에서 하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제가 시즌 중간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공지를 올리지 않은 이유. 입니다.
길어서 내린 분을 위한 요약
-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서브리더는 그 방향에 반하지 않으며 세세한 일을 수행하는 '봉사'직이다. '통제'를 위해 위에 군림하는 역할이 아니다.
- 운영진도 사람이고 하니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 자체가 커뮤니티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다면 그만 두는게 좋을 듯 하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합치하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하면 유저들도 한번쯤은 용서해주지 않을까 싶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게 아닐까?
- 오유는 불의에서 눈을 피하지 않고, 그것에 맞서는 선비적 기질이 강한 커뮤니티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곳이다. 이런 불의를 그냥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간다면, 그건 최근 일어난 커다란 사고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간주하고 나 역시 오유를 떠날까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총총. _(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