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리볼버오셀롯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1-03-12
    방문 : 3835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best_885729
    작성자 : 리볼버오셀롯
    추천 : 35
    조회수 : 1869
    IP : 220.81.***.20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5/20 20:39:07
    원글작성시간 : 2014/05/18 14:55:51
    http://todayhumor.com/?humorbest_885729 모바일
    (펌)37회까지 총 감상, 수어지교의 종말-下
    원글 작성자 : 정도전갤러리 점심의 헛소리

    상편(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jeongdojeon&no=59428)에서 이어짐.



    4. 일전에도 말했지만 정몽주는 잔정이 많은 것에 비해 맺고 끊는 건 철저한 사람이다. 성균관에서 농성하는 정도전을 구하기 위해 동문 전체를 사지로 끌고 가려고까지 했고, 그를 꿰뚫어본 이색에 의해 저지되자 결국에는 협상을 위해 이인임을 찾아갔지만 정도전을 지방 좌천에 그치게 하려고 북원 화친에 동의하는 선택은 고려하지조차 않았다. 양지와 무덕이 죄 없이 죽어갈 것을 알면서도 승산이 없음을 알았기에 이인임의 계략에서 이성계를 벗어나게 하는 데에만 집중했고, 위화도 회군 때도 이성계가 역심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이 비극은 고려가 거듭나기 위한 산고라 믿겠다며 대를 위한 소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폐가입진을 주장하며 우왕과 창왕을 끌어내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어느 정도 천성으로, 감수성 강한 정도전과 가장 대비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확고하게 만든 건 아마도 이첨과 박상충이 옥에 갇혀 모진 고신을 받게 된 8회, 대응을 고심하는 정몽주에게 이성계가 했던 '적이 강할 때는 싸우지 말고 기다려라. 전쟁터에서 한 사람도 죽이지 않겠다는 것은 오만이며, 오만한 장수는 부하들을 몰살시킨다.'라는 충고였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충고는 포은과 삼봉 둘 다 잃고 싶지 않아 했던 이성계 자신이 들어야 할 말이기도 했다. 이성계로서는 정몽주를 적으로 간주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정몽주가 이성계를 끊임없이 회유하려 한 반면 정도전은 사실상 죽이려 든 것도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정도전이 정몽주를 아는 것만큼이나 정몽주 또한 정도전을 잘 알았다. 그렇게 대쪽같이 꼿꼿하던 정도전의 입에서 역성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정몽주는 자신이 정도전의 뜻을 되돌릴 수 없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평생을 벗하며 살자고 했던 그는, 삼봉 정도전은, 단순히 어지러운 세상과 모자란 군주에 분노하여 홧김에 그런 말을 뱉을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34회의 정몽주는 정도전에게 역심을 내려놓고 당여들과 조정을 떠나는 게 내가 원하는 바니 할 수 있겠느냐 묻고는, 대답을 오래 기다리지도 않고 그럴 일은 없으리라는 걸 안다는 듯 쓰게 자조한다. 주사위는 던져진 지 오래였다.


     길게 말했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정도전을 막으려면, 반드시 회생할 수 없을 만큼 꺾어놓아야만 했다. 정몽주는 그 누구보다 그를 잘 알았다. (그리고 훗날의 이방원도 잘 알았으리라.)


     그래서 정몽주는 정도전이 아니라 이성계를 설득하려 했다. 한번 결심하면 뒤돌아보는 일이 없는 정도전과 달리, 이성계는 신중하고 망설임이 많으며 무엇보다도 완전히 고려를 버리지는 않았으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성계는 37회에서 폭발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역성이 자신의 진심이라고 확고하게 정몽주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정몽주는 이성계가 이미 정도전의 역심에 마음 깊이 공감하고 뜻을 함께했다는 것을 몰랐다. 그가 더는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또한 몰랐다. 따라서 그는 정도전을 꺾고 그 당여들을 몰아내면 이성계의 마음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무장들만으로는 역성은커녕 나라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건 만고의 진리였다. 그것이 최영이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이인임과의 연합정권을 용인한 이유였고, 도당에 갓 진입했던 시절 이성계가 이색을 비롯한 사대부들과 교분을 쌓으며 세력을 다진 원인이었다. 정도전을 위시한 역성파 사대부들이 없어지면 이성계는 울며 겨자 먹기라도 한 발 물러서 자신과 이색을 비롯한 온건파 사대부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성계가 고려에 조금이라도 미련이 있었다면.


     그러나 정몽주의 이런 판단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이미 역성으로 굳어져 버린 이성계의 마음을, 그가 이 세태를 놓아두고 있는 건 다른 이 아닌 자신이 그를 임금으로 섬겨주기를 바라는 욕심의 발로임을. 정말로, 고려에, 마음이 떠나버렸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의 손에 40년 지기지우의 피가 묻어있었다. 정말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정도전이 자신이 얼마나 더럽혀졌는지 아는 만큼이나 정몽주 또한 자신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한때는 그를 위해 제 목숨조차 바칠 수 있었던 친우를 도려내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나라였다. 잃은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정도전은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사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자고로 브레이크가 망가진 자동차는 어딘가를 들이박아야 멎는 법이 아니던가.


     이렇게 모두가 미쳐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 단 한 사람,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뒤얽힌 매듭을 잘라 풀어낸 자가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후대 조선의 태종, 스물여섯의 이방원이다.



    0. 그러나 강물은 그가 자신을, 자신과 함께하던 수많은 물고기들을, 제 위 까마득한 수원에서 흘러내려 오던 수많은 물줄기와 그 장구한 흐름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려는 것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강물은 자신의 힘이 너무도 미약함을 알면서도 스스로 들고 일어나 메마른 육지 생물이 된 어제의 벗, 오늘의 적을 집어삼키려 했다. 삶을 함께했던 과거는 스러지고 죽음을 둔 전쟁만이 남았다.



    5. 정도전과 정몽주가 본래는 그러한 사람들이 아님에도 지키고자 하는 대의를 위해 손을 더럽히고 괴물의 길을 걸은 반면에, 아마 대한민국 사극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첫 등장 중 하나로 기록에 남을 <정도전>의 이방원은 마치 태생부터 종자 자체가 다른 듯 보인다. 혹자는 소위 말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니냐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서는 글쓴이가 자세히 아는 바가 없어서 잘 아는 다른 분께 맡기고자 하나, 솔직히 말해 쉬이 동의할 수는 없다.


     사실 이방원은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37회까지도 무어라 확답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최종보스이자 최후의 승리자답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캐릭터를 파악하는 건 구슬 목걸이를 만드는 것과도 비슷하다. 자고로 실이 있어야 구슬을 꿰는 법인데, 정도전에게 그 실은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감수성이고, 정몽주에게는 나라에의 충성으로 상징되는 지켜야 할 대의, 이성계에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방원은 아직 시청자들에게 똑똑히 그 실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단서는 몇 가지 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달린 것이라는 단언, 고민할 시간에 실천에 옮기는 행동파적인 성격, 20대의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통찰력, 드문드문 드러나는 야심, 앞길을 막는 것이라면 가차 없이 도모해 치워버리자 말하는 잔혹함, 그럼에도 자기 사람으로 인식한 이에게는 제법 너그러워지는 태도 등(이 모습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이 이성계에게는 매양 순순한 태도나 강씨와의 드라마틱한 관계 변화이며, 37회에서 민씨의 말을 경청하며 순식간에 풀어지는 표정 또한 꼽을 만하다.). 이렇게 꿰어둘 만한 구슬은 여럿 보여줬지만, 여전히 핵심이 될 실타래는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남은 10여 회에서 정도전과의 갈등을 좌우할 핵심이 될 것이다.


     다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있다. 현재의 이방원은, 많이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결코 괴물이 아니다.


     죽은 사람을 자꾸 등판시켜 미안하지만 이인임의 유언을 다시 생각해 보자. 그가 말한 괴물이란 무엇이었나.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합치될 때 태어나는 것이었다. 여기서 방점은 '이상'이다.

     가치란, 이상이란 물론 소중한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꿈꾸지 않는 인간은 감히 말하건대 가축이지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려 할 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얄궂게도 어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를 짓밟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상의 역설적인 법칙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딜레마가 시작된다.


     삼봉 정도전은 민본대업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쳤다. 그를 위해 그 어떤 정적이라도(포은을 제외하면) 제거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죽였고, 또 죽일 이들은 또한 이 나라 삼한 땅에서 나고 자란 백성이 아니라던가? 불의를 심판하는 게 정치의 소임이라 하나, 정녕 그가 쳐낸 자들 모두가 불의한 자였던가? 또 그렇게까지 해서 만든 나라는, 조선은, 과연 그가 생각했고 그렇게 피를 뿌린 만큼 흠 없이 이상적인 나라로 완성되었던가?

     포은 정몽주는 고려 사직의 수호에 목숨을 걸었다. 그를 위해 두 왕을 버리고 40년 우정을 내버렸고 25년 존중한 사람과의 연을 끊었다. 하지만 고려가 과연 그가 그렇게 해서까지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였나? 정치의 근본이란 화합이라 하나, 과연 그 화합을 이루어야 할 정치가들은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상호 양보할 만큼의 포용력 있는 식견을 가진 자들이던가? 그가 끌어안고자 했던 자들 중 과연 몇이나 핍박받는 피지배계층을 굽어살피던가?


     이 질문은 아마 반대파들뿐만이 아니라 당사자 두 사람도 저 자신들에게 수도 없이 던져온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반문이 타당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그렇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내 길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를 강행할 수 있는 유무형의 힘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상에 매몰된 괴물들은 뜻을 이루고 정당성을 얻기 위해 권력을 휘두른다. 그렇게 피가 흐른다. 그리고 그 핏값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이상에 집착하게 된다. 초심을-이상을 잃는 순간 그 이상을 위해 저질렀던 모든 희생은 말 그대로 개죽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남는 건 결국 또 다른 이인임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타락했을 뿐인, 그저 한 사람의 살인자.


     그러나 이방원은 정도전처럼, 정몽주처럼, 혹은 이성계처럼 정당성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명분이란 만들기 나름'이라 말하고, '인명재천은 위선이라' 단언한다. 온통 옳지 않은 어둠에 묻혀서 그래도 한 줌의 옳은 빛을 찾아 헤매는 삼봉이나 포은과 달리, 그는 허황된 빛을 쫓지 않는다. 그나마 37회에서는 어머니의 상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발목이 잡혔다가도, 효도는 마음이라며 등을 밀어주는 민씨의 말에 미약한 망설임을 곧장 떨친다. 현시점에서 그를 제약하는 족쇄는 없다. 그 어떤 프레임도 그의 눈을 가리는 안경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방원은 가장 냉정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정몽주를, 그리고 훗날 정도전을 죽이고 마지막 승자로 남을 것이다.

     자고로 예로부터 괴물을 잡는 건 영웅-사람이 아니던가.



    0. 좋은 향芳 멀리遠까지 퍼지는 꽃나무가 있었다. 태양을 향해 한껏 이파리 펼치며 스스로 꽃피우기 위해 뿌리로 사람 시신을 집어삼키는 것조차 개의치 않는 나무였다. 나무는 태양 빛이 가득한 세상을 꿈꾸고 그 아래 자신의 꽃이 만개하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나무는 저와 같은 뜻을 품은, 한때는 물고기였으나 지금은 양서류로, 그리고 도마뱀으로 변해가는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무는 뿌리를 뻗어 강물을 말렸다.



    6.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게 참으로 통탄한 일이지만, 어쨌거나 평범하게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이라면 모두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포은 정몽주는 54세에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지시로 피살되고, 그의 죽음 뒤 약 5개월 후 조선이 개창된다. 그리고 7년 뒤, 56세의 삼봉 정도전이 송헌방에서 마찬가지로 이방원의 지시로 살해된다.


     그러나 그 대접은 천지 차이였다. 사실상 조선의 설계자라 할 수 있었던 정도전은 한 나라의 기틀을 다진 자임에도 450년 넘게 종친을 모해했다는 역적 취급을 받다 흥선 대원군 섭정기에 들어서서야 복권되었으며, 제대로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조선이 망하고도 한 세기 가까이 지난 90년대의 대한민국에 와서였다. 반면 고려 최후의 보루로서 죽은 정몽주는 조선 500년 내내 충신으로 대접받았으며, 조선 전기의 훈구파와 조선 후기의 사림파 모두의 학문적 비조로 추앙받았다. 그 세종대왕도 따지고 보면 정몽주의 손제자 격이 아니던가. 심지어 충신으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능력 있는 정치인의 면모가 훼손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죽어서도 두 벗의 길은 갈리고 말았다. 무엇 때문일까.


     아직 방영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다만 기다려 볼 뿐이나, 추측은 어렵지 않다.


     "You either die a hero, or you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a villain(영웅으로 죽든가, 악당으로 타락할 때까지 살아남든가)."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中, 하비 덴트의 대사.)


     전해오는 야사에 의하면 정몽주는 자신이 죽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남의 손을 빌린 자살인 셈인데, 드라마가 실록에만 충실할지 야사도 참고할지는 순전히 작가님 마음대로지만 아마도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을까 싶다. 무얼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실 게 분명하니 시청자로서는 그냥 즐겁게 기다릴 일. 의문이 가는 점은, 그렇게 정몽주가 죽은 다음의 정도전은 과연 어찌 될 것이냐는 것.


     권력을 틀어쥐고 손에 피를 묻히다 못해 핏물에 적셔가면서까지 외길을 달려온 이상가가, 그 이상의 일부를 영원히 상실했을 때 어떻게 될까.


     물론 여전히 그에게는 민본이라는 심지가 남아 있고 죽어 떠난 양지와 천복이의 유지가 생생히 담겨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짊어진 핏값에 정몽주의 것이 더해질 것이다. 반드시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 한평생 함께하기로 했던 벗, 새 나라 집정대신의 재목, 숨이 붙어 있는 한 기다리고자 했던 이상향. 그런 이의 시체를 밟고 나아가야 할 운명에 내몰린 정도전은,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정도전이 가장 잔인했던 시기는 조선 건국 직후다. 이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0. 물살에 쓸려가던 그가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강물은 언제 있었다는 양 말끔히 증발해 있었다. 그는 처참하게 메말라버린 강바닥으로 내려갔다. 그 맑디맑던 강물의 남은 흔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뜩 흐려진 구덩이 속 흙탕물에 제 모습을 비춰보았다. 차갑게 식은 녹색 비늘과 싸늘하게 얼어붙은 노란 눈. 이제는 결코 물 속에서 살 수 없을 파충류의 모습이었다.


     옛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괴물이 거기 있었다.


    3695766949_a3da7b98.pn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4/05/18 19:49:45  112.159.***.220  /..  47786
    [2] 2014/05/18 20:11:56  121.254.***.11  곡두  151865
    [3] 2014/05/18 22:20:06  112.161.***.173  노크필수  122826
    [4] 2014/05/19 00:42:33  112.162.***.25  궁디주차삐까  131519
    [5] 2014/05/19 02:31:07  221.152.***.217  천하제일검  55349
    [6] 2014/05/19 09:05:04  112.147.***.11  광역데미지  216735
    [7] 2014/05/19 09:25:43  182.218.***.247  장강의하늘  471071
    [8] 2014/05/20 09:11:42  210.57.***.168  Alchemist  264378
    [9] 2014/05/20 20:11:16  114.30.***.220  카네스  105004
    [10] 2014/05/20 20:39:07  58.150.***.211  지민장군  8118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은하영웅전설 리메이크 PV [37] 리볼버오셀롯 17/09/22 12:49 5267 30
    명 제국의 황혼(1) ─ 태산이 무너지는 소리 [16] 펌글 리볼버오셀롯 16/02/02 00:14 2354 18
    남중국해의 지배자, 해적왕 정지룡(5) ─ 정점 펌글 리볼버오셀롯 16/01/30 13:55 1692 14
    남중국해의 지배자, 해적왕 정지룡(4) ─ 몰락과 기적같은 부활 [2] 펌글 리볼버오셀롯 16/01/26 20:23 1737 17
    남중국해의 지배자, 해적왕 정지룡(1) ─ 마카오 세계 [17] 펌글 리볼버오셀롯 16/01/20 09:37 2798 17
    대만 원주민의 슬픈 역사 [29] 펌글 리볼버오셀롯 16/01/18 23:16 4916 36
    12.12 - 유사이래 가장 길었던 쿠데타의 시작 [1] 펌글 리볼버오셀롯 15/12/13 13:42 2536 24
    한국인들은 모르는 한국전 이후 한국에서 소규모 열전- 1966~1969 [9] 펌글 리볼버오셀롯 15/05/22 12:29 5171 19
    (펌) 만약 키리츠구가 오래 살았다면..... [14] 리볼버오셀롯 15/02/18 16:40 4632 58
    (펌) [Fate / UBW] 잔인한 성배전쟁, 난폭해진 영령들 [6] 리볼버오셀롯 14/12/12 18:42 4717 70
    (페스나 스포??) 답돌이 끝판왕 [24] 리볼버오셀롯 14/11/30 21:41 4618 44
    (펌) 우리를 간손미라 부르지 마라!! [25] 리볼버오셀롯 14/09/28 21:57 7657 49
    저 밑에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관련 이야기가 있어서;;; [11] 리볼버오셀롯 14/09/24 01:02 3624 26
    (펌) 러시아 역사 이야기 8. 타타르의 멍에 [7] 리볼버오셀롯 14/07/28 12:34 6542 16
    (펌) 러시아 역사 이야기 6. 대크킹시대. [1] 리볼버오셀롯 14/07/27 22:15 2231 15
    (펌) 러시아 역사 이야기 4. 현명공 야로슬라프 [1] 리볼버오셀롯 14/07/23 18:35 1481 16
    (펌) 러시아 역사 이야기 5. 쇠락의 전조 [3] 리볼버오셀롯 14/07/23 17:28 1921 14
    (펌) 러시아 역사 이야기 1. 루스 카간국과 류리크 [4] 리볼버오셀롯 14/07/16 12:18 2181 16
    (펌)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군의 만행 " 서울대병원 학살사건" [49] 리볼버오셀롯 14/07/12 21:36 6198 104
    (펌) 배우 조재현이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고 있다.jpg [16] 리볼버오셀롯 14/05/28 03:02 10997 70
    (펌)37회까지 총 감상, 수어지교의 종말-下 [3] 리볼버오셀롯 14/05/20 20:39 1869 35
    (펌) 37회까지 총 감상, 수어지교의 종말-上 [5] 리볼버오셀롯 14/05/20 20:11 1937 27
    (브금 有) 대업에 닿기를 ~성계와♡도정이 [7] 리볼버오셀롯 14/05/10 14:51 2977 21
    백제, 신라 갑옷 복원품 [13] 리볼버오셀롯 13/05/02 00:10 10116 63
    (펌) 멩스크의 관점에서 본 캐리건과의 관계 [12] 리볼버오셀롯 13/03/15 23:27 7224 43
    (펌) 사라진 공민왕의 초상화 [8] 리볼버오셀롯 13/02/06 01:05 3423 18
    (펌) 비잔티움 제국의 군대 [5] 리볼버오셀롯 13/01/30 13:23 8875 17
    (펌)비잔티움 제국사 (10) 나도 견장 한번 차보고 싶어!! 리볼버오셀롯 13/01/22 16:53 1304 14
    (펌) 보병의 역사 - 공화정 로마 [3] 리볼버오셀롯 13/01/22 16:53 2301 18
    (펌)보병의 역사 - 제정 로마 [5] 리볼버오셀롯 13/01/21 22:52 1831 16
    [1] [2] [3] [4]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