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3"><font size="5">전쟁 후의 여우 이야기<br></font><br><br><br>여우 이야기가 나와 생각났는데, 어떤 책에서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한참 옛날에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br><br>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났을 무렵, 지방에 있는 농촌에서의 이야기.<br>마을에서 가장 유서깊은 집안의 후계자인 아들이 실종되었다.<br>산을 뒤져도, 연못을 파헤쳐도 발견되지 않는다.<br>돈이나 여자 문제라고 생각해 사람을 고용해 조사해봤지만 전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쯤 지났을 무렵, 한밤중 저택의 마루 밑에서 목소리가 들린다.<br>그 소리에 마당으로 나가봤더니, 실종된 장남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br>착란한 상태로 「부인이, 아이가」라고 절규하면서 마루 밑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br>회중전등을 비쳐보니 어미여우 한마리와 새끼여우 몇마리가.<br>어미여우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위협하더니, 새끼들을 데리고 멀리 도망쳤다.<br><br><br>지방도시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들이 말한 이야기.<br>그날 저녁, 그가 마당에 나가보니 젊은 여자가 울고있었다.<br>왜 울고있냐고 물으니, 집에 뱀이 있어서 무서워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br>그렇다면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남자는 여자를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갔다.<br>처음 보는 길을 안내받고, 작은 오두막집에 도착한다.<br>기둥을 감고있는 뱀을 돌로 때려 죽이자, 여자가 답례로 요리와 술을 대접해주고 싶다고 말한다.<br>그리고 만취한 남자에게 묵고 가라고 권했다.<br><br>불을 끄고 나서 얼마 후, 여자가 말을 걸었다.<br>「주무시나요?」<br>남자가 침묵하고 있자, 여자가 이불에서 빠져나간다.<br>스르륵하고 기모노를 벗는 소리가 들린다.<br>그리고 남자의 품에 따뜻한 몸이 겹친다.<br><br><br>다음날 아침, 조금 더 여기에 있어달라고 여자가 간절하게 부탁한다. 남자는 승낙했다.<br><br>10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br>여자는 낮에는 밖에서 일하고, 밤에도 전구 아래에서 자잘한 집안일을 한다.<br>여자가 일하는 동안, 남자는 어슬렁거리며 논다.<br>불을 끈 후에는, 매일처럼 잠자리를 가졌다.<br>「집이 그리우시지 않으세요?」<br>여자가 묻는다.<br>「그렇지 않아. 평생 이곳에서 살고싶을 정도야.」<br>남자는 대답하고, 여자의 몸을 껴안았다.<br><br><br>반년쯤 지났을 무렵,<br>불을 끈 후에, 평소처럼 허벅지로 가려던 남자의 손을 살며시 잡아 배 위에 올리고는<br>「생겼어요」라고 여자가 말한다.<br>「이제 평생, 저와 헤어지지 말아주세요」<br>「절대 헤어지지 않아」<br>남자는 맹세했다.<br><br><br>10년이 지났다. 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br>여자는 여전히 열심히 일해 남자를 부양하고 있었다.<br><br>어느 밤, 남자가 문득 집에 돌아가보고 싶다고 말했다.<br>「평생 함께 있겠다고 하셨잖아요」<br>여자가 힐책한다.<br>「아니, 한번쯤 돌아가고 싶어졌어」<br>남자가 간절히 부탁하자, 여자는 갑자기 분노하기 시작했다.<br>「그렇게 가고 싶으면 당장 가버려. 그 대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마」<br>여자에게 밀쳐진 남자는 바닥에 떨어졌다.<br>자고있었을 아이들이 어느새 어머니 뒤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br>모두 모습이 이상하다.<br>눈이 빛나고 있다. 이를 드러내고 있다. 짐승 냄새가 난다.<br><br>도망친 남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의 침대 위였다.<br><br><br>마을에서는 여우에게 홀렸다는 소문이 퍼졌다.<br>병원의 의사는 일소에 부쳤다. 환자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br>아마 낮에는 마루 밑에서 자고, 한밤중에 어딘가에서 음식을 훔쳐먹고 살았을것이다.<br>그러나 그런 생활을 한달이나 했으면 크게 쇠약해졌겠지만, 남자의 몸은 오히려 이전보다 살이 붙어있었다.<br>발견됐을때 입고있었던 셔츠는, 실종됐을때 입은 옷과 같은 것이었지만.<br>흙이 조금 묻어있었을 뿐, 주기적으로 세탁한듯이 깨끗했었기에, 한달동안 입고있었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상태였다.<br>심지어 등쪽의 작은 구멍은 깔끔한 바느질로 꼬매져있었다.<br><br></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