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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36589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4
    조회수 : 1542
    IP : 221.155.***.186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1/12 07:00:32
    원글작성시간 : 2017/01/09 23:28:30
    http://todayhumor.com/?humorbest_1365895 모바일
    [BGM] 나는 완전하고 싶었다


    1.jpg

    이사라, 얼룩




    검버섯 피부의 시간이 당신을 지나간다


    시간을 다 얼룩이 지나간다


    날이 저물고 아픈 별들이 뜨고

    내가 울면

    세상에 한 방울 얼룩이 지겠지


    우리가 울다 지치면

    한 문명도 얼룩이 되고


    갓 피어나는 꽃들도 얼룩이 되지


    지금 나는

    당신의 얼룩진 날들이 나에게 무늬를 입히고

    달아나는 걸 본다

    모든 것을 사랑하였어도

    밤을 떠나는 별처럼 당신이 나를 지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라진 문명이 돌연 찾아든 것처럼

    내 벽에는 오래된 당신의

    벽화가 빛나겠지


    천 년을 휘돌아온 나비가 찾아들고


    다시 한바탕 시간들 위로 꽃잎 날리고

    비 내리고 사랑하고 울고 이끼 끼고


    나의 얼룩도

    당신처럼 시간을 지나가겠지







    2.png

    박준, 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길눈이 어두운 겨울이나
    사람을 읽은 사람이
    며칠을 머물다 떠나는 길

    떠난 그 자리로
    가난한 밤이 숨어드는 길

    시래기처럼 마냥 늘어진 길

    바람이 손을 털고 불어 드는 길

    사람의 이름으로
    지어지지 못하는 글자들을
    내가 오래 생각해보는 길

    골목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림자로 남기고

    좁고 긴 골목의 끝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새워지는 길

    달이 크고
    밝은 날이면
    별들도 잠시 내려와

    인가의 불빛 앞에서
    서성거리다 가는 길

    다 헐어버린 내 입속처럼
    당신이 자주 넘어져 있는 길






    3.jpg

    백가희, 완전함의 이유



    나는 완전하고 싶었다

    나의 어줍잖은 감성으론
    너를 노래하기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 감정의 샘이 더욱 깊어지면
    너를 완전히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샘에 온전히 네가 담겨, 잠겨지길 바랐다






    4.jpg

    이승희,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




    죽고 싶어 환장했던 날들

    그래 있었지

    죽고 난 후엔 더 이상 읽을 시가 없어 쓸쓸해지도록

    지상의 시들을 다 읽고 싶었지만

    읽기도 전에 다시 쓰여지는 시들이라니

    시들했다

    살아서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내가 목 매달지 못한 구름이

    붉은 맨드라미를 안고 울었던가 그 여름

    세상 어떤 아름다운 문장도

    살고 싶지 않다로만 읽히던 때

    그래 있었지

    오전과 오후의 거리란 게

    딱 이승과 저승의 거리와 같다고

    중얼중얼

    폐인처럼

    저녁이 오기도 전에

    그날도 오후 두시는 딱 죽기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울어보았다







    5.jpg

    이병률, 자상한 시간




    의자에 앉으려고 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을 서로 아프게 하여

    스스로 낫기도 하겠다는데

    나는 한사코 혼자 앓겠다는 사람 옆에 있다


    의자는 의자에 앉으려 애쓰고 있지만

    꽃과 이 사람은 무엇을 애써 누르려 한 적도

    살겠다고 애쓰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어둠이 소금처럼 짠 밤에

    병이란 것과

    병이 아닌 것을 아는 시간이 뜨겁게 피었다


    의자를 의자에 앉힐 수 없어

    풀과 나무들과

    공기들의 땀 냄새를

    마시고 녹이는 사이


    그 바깥은

    죽을 것처럼 맞춰진 시간들이

    다시 죽을 것처럼 어긋나고 있었다


    까치야

    소용없단다

    이 밤에 아무리 울어도

    기쁜 일은 네 소관이 아니란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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