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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296490
    작성자 : 달의거짓말
    추천 : 25
    조회수 : 3074
    IP : 121.88.***.53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8/20 19:16:58
    원글작성시간 : 2016/08/19 22:20:37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96490 모바일
    [단편] 용서받지 못할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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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와 유준은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엘리베이터에 갇힌지 벌써 네시간 째. 서로 간에 아무 말도 없었다. 예전에 친구였지만 정호와 유준은 예전에 어떤 일로 싸운 일이 있은 후로는 철저한 앙숙이 되었다. 서로 아무말 없었지만, 유준은 정호의 눈치를 약간씩 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은 의외로 쾌적했다. 엘리베이터에 닫힌 에어컨이 지속적으로 외부공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큰 모터에만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  유준은 큰 결심을 하고 혼잣말을 했다. "비상호출 버튼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네..." 혼잣말을 하며, 정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정호가 이말에 반응을 하여 자신의 말을 받아주길 원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정호는 철저히 무시했다.  

    유준은 과거에 정호의 여자를 뺐었었다. 유준은 며칠 지나지 않아 뺏은 여자을 차버렸고, 다른 여자를 만났다. 정호의 여자였던 그녀는 반쯤 실성해버렸다. 유준에게 매달렸지만, 유준은 끝끝내 그녀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정호에게 다시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비난하는 주변사람들 때문에 그녀는 더욱 신경질적으로 변했다고 소식을 들었다. 정호는 그녀가 그렇게 되버린 것이 너무 아팠다. 주변사람들이 퍼트리고 증폭하는 소문에 한 번더 맘에 상처를 입었다. 주변에서는 애인 뺏긴 병신이라는 소리도 듣고, 그런 그녀를 다시 못받아주는 사람이라는 둥 마음대로 그를 평가했다. 

     유준은 정호의 눈치를 보며 다시 한번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정호야, 우리는 지금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있고, 언제 죽을지 몰라. 지금 밖과 통화가 안돼. 우리들... 이렇게 말하지 않고, 털어내지 않고, 죽어버린다면 많은 후회가 될 것 같아.. 나는 너가 날 용서해주었으면 해. 우리 둘이 화해하자... 응?"   
    정호는 화가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유준의 저 몰지각한 태도,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말하기는 커녕 자신의 입장만을 말하는 저 태도! 정호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려고, 감정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는 유준은 정호를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 정호는 유준의 주둥아리를 짓이겨버리고, 혀를 꺼내 잘라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정호머리의 어느 부분이 지옥의 어딘가와 연결되어 끊임없이 정호를 자극했다. 

    "정호야. 걔 별로였어. 매일 다른 남자 힐끗힐끗보고 있고, 사실은 내가 네 애인을 꼬신것도 아니였어. 걔가 먼저 나한테 접근을 했지. 그 여자가 매일 정호가 요즘 별로다.. 정호는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 만나면 만날수록 쉽게 질린다는 둥 네 흉을 보고 다녔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호네가 별로 좋은 여자를 만난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지. 그리고 나와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고는 내가 시큰둥하게 대하자, 곧바로 다른 남자를 보기 시작하는 거야. 다른 남자로 건너가려고 그랬겠지. 어쩌면 나와 만나고 있을 때도, 나 아닌 다른 남자를 보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녀는 그런 여자니깐. 그러니깐 정호 네가 그 여자랑 헤어진게 다행이라구. 내가 너 대신 그녀를 정리해준거라고 생각해봐. 그럼 나한테 감사할껄?" 

    정호는 빅토리아 녹스를 가방에서 꺼내 칼날을 폈다. 
    "야이 개자식아..!!"
    정호는 거대한 울분을 욕에 실어서 소리를 질렀고, 정호의 손에 있던 칼은 이미 유준의 배 깊숙히 들어가고 있었다. 정호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CCTV 따윈 안중에 없었다. 오직 상처받은 그녀와 정호 자신을 위해서 복수의 칼을 휘둘렀다. 정호는 유준의 복부에서 칼을 꺼내 정호의 입에 집어 넣으려 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망연자실한 표정과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서있는 방송국 사람들이 있었다. 

    실은 유준이 정호와 화해하고 싶은 마음에 방송국 웹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피디가 이를 보고 '화해의 자리'를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기획했던 것이였다. 유준은 피디와 작가를 만났다. 그러고 일어났던 일들과 자신의 입장을 얘기했다. 이를 토대로 작가들이 대본을 썼다. 유준은 대본대로 말과 행동했으며, 이를 라이브로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였다. 피디는 시청률을 더 올리기 위해 생방송으로 방송을 내보내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화해를 한다면, 방송이 감동적으로 '포장'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것이며, 이로인해 자신의 경력이 대박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피디와 작가는 피범벅이 된 엘리베이터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 시말서를 또 어떻게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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