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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291113
    작성자 : 성성2
    추천 : 72
    조회수 : 6727
    IP : 210.123.***.131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8/08 15:51:58
    원글작성시간 : 2016/08/08 11:55:35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91113 모바일
    프로메테우스 친구 이야기
    옵션
    • 창작글
    <div>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나는 잠시 쉬고 있다.) 물론 가끔 건강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div> <div>금연을 선언하고 아까운 담배를 가위로 자르거나 휴지통에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다음날이면 잘린 담배를 줏어서 다시 </div> <div>피웠고, 버린 담배갑을 찾아 휴지통을 뒤졌다. </div> <div> </div> <div>만두의 친구가 찐빵이듯이 라면의 친구가 구공탄이라는 명곡의 가사처럼 담배의 친구는 라이터인데 우리는 그 소중한 담배의 친구를 잘 잊어버리는</div> <div>편이지만 친구 중 본인의 라이터는 물론 우리들의 라이터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녀석이 있다. 녀석은 대학 때부터 누군가 "불 좀 있어?" 라는 </div> <div>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한 손에는 라이터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바람을 막는 불을 진정 아끼는 자의 자세로 담배불을 붙여줬다. 심지어 녀석은 </div> <div>"라이터 없어? 난 하나 더 있으니까 이거 쓰고 나중에 돌려줘.." 라며 고맙게도 라이터를 분양해주기까지 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불을 공급하는 녀석을 한동안 "파이로"라 불렀지만, 요즘은 녀석의 정체가 프로메테우스의 환생이 아닌가 </div> <div>의심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첫 번째 의심의 증거는 바로 녀석의 "간" 이었다. </div> <div>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녀석은 술이 약한 편이다. 어떤 좋은 안주에 술을 마셔도 녀석은 소주 1병 정도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며 </div> <div>술 마시기를 거부했고, 집에 돌아갈 때도 녀석보다 술을 훨씬 더 마신 우리보다 더 비틀거리며 고통스럽게 돌아갔는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 </div> <div>아침이면 우리가 숙취로 고통받을 때 녀석은 가장 먼저 우리에게 "어제 잘 들어갔니?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더라.." 라는 오글거리는 문자를</div> <div>보낸다. 그리고 우리가 "너 어제 힘들어 보이던데 속은 괜찮냐?" 라고 물으면 "응. 난 괜찮은데 많이 마신 너희들은 꼭 해장해." 라며 </div> <div>본인의 놀라운 간 회복력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div> <div> </div> <div>두 번째 의심의 증거는 "조류 공포증" 이었다.</div> <div>우리는 친구들끼리 만나면 1차로 소고기, 돼지고기 또는 회 같은 육류를 먹은 뒤 2차는 부담 없이 맥주를 마시러 갔을 때 치킨을 시키면 녀석은 </div> <div>질색을 하며 싫어했다. 녀석이 치킨을 거부하는 이유는 푸석푸석한 살이 싫다. 고기를 먹었는데 왜 또 고기냐 (이러면서 녀석의 대안은 항상</div> <div>북어, 황태, 먹태, 노가리였다. 이 새끼야.. <strike>명태 패밀리는 고기가 아니고 바다의 채소냐?) </strike>면서 유독 치킨을 완강히 거부했다. </div> <div>결정적으로 지난 금요일 친구들과 만나 술집으로 이동하는데 우리 일행 앞에 비둘기 두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격렬하게 푸드득 하며 </div> <div>착륙했을 때 우리가 "뭐야 이 비둘기는.." 이러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할 때 녀석은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div> <div> </div> <div>"엄마!!" </div> <div> </div> <div>마흔 살이 넘은 새끼가 집에 계신 어머니를 찾다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명절 때나 찾아뵈는 불효자 주제에..</div> <div>녀석은 격렬하게 자신은 비둘기가 세상에서 가장 싫고 평화롭던 서울이 비둘기에게 점령당한 큰 원인이 바로 전두환 때문이라면서 전두환을 </div> <div>욕하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이때 나는 놀라운 간 회복력과 조류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공포증을 가진 이 녀석은 바로 전생에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낮에는 독수리에게 (아마도</div> <div>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먹던 게 비둘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간을 쪼이고 밤에는 간이 회복되어 다음 날 또 쪼이는 영원한 고통을 겪던 </div> <div>프로메테우스의 환생이 아닌가 생각했다. </div> <div> </div> <div>내 친구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고마운 은인이었다니는 이런 전남 영광은.. 개뿔..  저 녀석 또 술 값 안 내려고 쓰러져있네..</div> <div>연기력이 늘었어..</div>
    출처 저는 담배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1. 녀석을 만난 지난 금요일...

    "성성.. 진짜 담배 끊은 거야?"

    "끊고는 싶은데 아마도 일을 시작하면 다시 필 거 같아. 그냥 쉬는 거라는 느낌이지.."

    "그렇구나. 그럼 혹시 나중에 담배 피울 때 생각해서 이거 하나 받어...필요한 순간이 올 거야.."

    녀석은 내가 괜찮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 내게 줬다. 녀석의 그래도 내게 오랜만에 베푼 호의라 거절하지 못하고
    집 앞에서 버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주머니에 넣어뒀다.

    그 후 아무 생각없이 나는 친구들과 계속을 술을 마셨고, 집에 돌아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입던 바지에서 습관처럼 지갑과 핸드폰만 뺀 채
    빨래통에 넣어뒀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빨래를 하려는 와이프의 호출이 있었다.

    "담배 끊었다면서.. 이게 뭐야? 그리고 **관? 나이트까지 입장했어?"

    아무리 내가 담배를 끊었다. 그런데 친구 녀석이 나한테 준 우정의 표시다. 이게 왜 내 주머니에 있지! 라 해명해도 와이프에게 통하지 않았다. 
    녀석이 말한 "라이터가 필요한 순간"은 아무래도 내가 등짝을 맞는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사악한 새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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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08 12:00:07  223.62.***.5  뽀뽀드락지  688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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