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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290260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44
    조회수 : 7893
    IP : 221.156.***.244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8/06 16:42:56
    원글작성시간 : 2016/08/05 17:17:2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90260 모바일
    나는 단지 후진을 하려했을 뿐이다.
    옵션
    • 창작글
    몇년전,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집크기만 확장해가며 이사를 다녔던, 
    (중간에 빚보증으로 쫄딱망해 단칸방으로 다운그레이드한적도 있지만)
    (나름)동네유지집안이라 유치원때부터 알던 친구놈의 결혼식이다.

    안갈라니까 너도 내 결혼식안와도 됨.하고 퉁칠려고 했는데,
    어릴때부터 알던 친구라 우리 오마니랑 얘네 오마니도 친한 사이여서 가족들까지 출동을 하게 되어, 결국 나도 가게 되었다. 
    쳇. 교통비에 축의금에 화환비에...내가 장가드는것도 아닌데 뭔 지출이...



    당연히 나 아니면 다른 개구쟁이친구를 사회로 내세울거라 생각했는데,
    엄격근엄진지컨셉을 30년째 유지중인 친구에게 맡겨서 (우리로서는)재미없게 끝나버렸다. 
    저번에 개구쟁이친구가 사회보다가 대형사고를 쳐서일거다...




    "야. 한잔받아라!!!"
    "아. 나 술마시면 안돼."
    술을 권하던 친구뿐 아니라, 테이블에 함께한 친구들 전원이 숙연해진다.
    "왔구나...지방간이냐? 간염? 간암?"
    "그러니까 술 좀 작작먹지 친구야...ㅠ.ㅠ" 
    "내 장례식 안와도 되니까, 나도 니 장례식 안갈께. 귀찮다."

    앞에 놓인 맥주병입구로 저 주둥아리들을 콩콩 찍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다...닥쳐...-_- 이 중에 나말고 군대신검 1급받은 놈들 있어??? 다 2~3급 나온 놈들 아냐???
    이따가 신랑놈 차 내가 끌고 가야해서 안마시는겨. 멍청이들아."
    "아...운전수시구나. 그럼 우리끼리 말지 뭐."

    아이맛나~아이조아~이 달콤쌉싸름한 알콜함유음료를 못마시다니라며 막 ㅋㅋㅋㅋㅋ 웃어댄다.
    진짜 때려주고 싶다.




    예식장의 맛없는 고기덩어리와 
    예식장의 녹이다만 연어와 
    예식장의 녹이다만 육회와 
    예식장의 찐고구마를 먹는듯한 초밥을 먹고
    뭔가 국물이 먹고 싶어 갈비없는 갈비탕국물을 받아오니
    테이블에 두고 온 전화를 친구놈이 받아주고 있다.

    "여보세요...하??? 누구십니까??? XXX오빠요? 오오빠아? 여기 오빠는 없소. 배나온 아저씨전화라고!!!!"
    "내놔 미친노마. 술을 얼마나 퍼마신거야...여보세요."
    "아. XX오빠맞구나."

    오늘 결혼한 친구의 여동생이자, 내 사촌동생1의 초중고동창.
    알고지낸지...당시에는 26년된 아이였다.
    전화번호주고받을만한 사이는 아니어서 저장된 이름말고 번호로 뜨니까 친구놈이 오해를 한거였다.

    "어. 왜?"
    "우리 오빠 차키. 오빠한테 있지? 밥다먹었어? 여기 오빠짐가지고 집에 가봐야될거같애서."
    "엄마아빠는?"
    "여기 더 계시다가 이모네 차타고 오신대."
    "어. 그려. 여기 술꾼 3명 같이 태우고 가자."
    "어. 천천히 먹고 이따가 오빠차 앞에서 봐."




    주차장으로 가다가 친구부모님뵙고 인사 한번 더 드리고, 주정뱅이 세놈들 데리고 친구놈 차로 갔다.

    "잠깐 기다려라. 얘네들 담배핀단다."
    친구동생은 벌써 지 오빠 차 앞으로 나와있었다. 차문열어주고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뭔 담배를 곰방대에 끼워피나. 드럽게 오래도 피네. 차뺄라니까 저기로 가있어."
    뉘예뉘예 김기사님. 하며, 친구들은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기다리게해서 미안. 바로 집으로 가면 되지? 너 어디 약속있으면 거기 태워주고 차는 집에다가 두고 갈께."
    "아냐아냐. 나도 바로 집으로 갈거야."




    빠른년생이지만 내 친구들 중에서 운전면허는 내가 제일 먼저 취득했고,
    그 중에 유일한 무사고이며, 그 흔한 딱지 한번 뗀적없는 모범운전자...그냥 걸릴만한데서는 조심히 운전할 뿐인 베스트드라이버다.

    거기다가 운전을 오마니한테 배워놔서, 
    후진할때 후방카메라보다는 조수석에 팔걸치고 고개를 뒤로돌리고 "엘리제를 위하여"를 흥얼거리는 클래식한 운전자이다.

    "풋."
    후진하려는데 사람들이 때맞춰 차 뒤로 지나다녀서 잠시 멈췄는데, 친구동생이 웃는다.

    "뭐 왜? 날라다니는 참새 똥구녕이라도 봤냐?"
    "아니ㅋ 오빠 지금 나한테 작업걸어?"
    "뭐?"  
    "후방카메라두고 왜 후진 그렇게 하는데? 왜? 멋있어 보일라고?"




    싸늘하다. 목구녕에 삶다만 고구마가 들어와 위장에 얹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예전부터 이 뇬은 우정파괴자였다.

    중학교때 학교운동부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뇬이 오빠친구 나 좋아하는것 같애. 그 한마디로, 내 친구는 그 친구를 잃었다.
    고등학교때 얼굴이 정말 잘생긴 친구가 있었는데, 이 뇬이 그 오빠 나 좋아하는것 같애.래서, 내 친구는 친구를 또 잃었다.
    대학교때는 학교가 달라지고 기숙사에 군대에 해서 이 뇬 못 본지 몇년이 지났는데...아직도 그 G-Ral병을 못고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기. 
    내가 만일 결혼을 한다면 아침에 눈떳을때 제일먼저 보는 신부얼굴이 
    친구얼굴을 닮아있으면 안된다는 확고한 AT필드를 치고 사는 나에게는 어림조차 없었다.




    어릴때 친구가 지 여동생 손잡고 놀이터나오면 
    오빠친구들 등에 업혀 숨박꼭질하고 시소타고 미끄럼틀타던...내 동생같은 애라,
    이 애가 눈도 깜빡하기도 전에 이마에 주먹을 날려버렸다-_-
    ...정권지르기 말고 꿀밤...손가락 하나 세워서...



    "어~임마. 왜 AA울리고 그러냐. 너 AA한테 사귀자했냐? 언어폭력 ㄴㄴ."
    "이 쉐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AA한테 작업쳤어? 안돼. 아무리 외로워도 가족끼리 그라믄 안돼."
    "뚜욱~울면안돼 울면안돼~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서언무울을 안 주~신대~"

    생각보다 제대로 꿀밤이 들어가버려서 당황해버린 나와, 뒤늦게에 아파서 눈물을 흘려버린 친구동생을 보고,
    술먹고 정상적인 사고회로가 안돌아가는 친구들은, 이것들 차안에서 했네했어.하며 오질라게들 놀려댔다.

    내 차마...그때 그 자리에서는 친구동생 더 쪽팔릴까봐 이 뇬이 먼저 오해한거라고 말은 안했다.




    "어어어어어어어어어. 김기사님!!!!!! 앞에 차요 차!!!!!!"
    "그 브레이크밟을 타이밍에 계속 악셀레이타 밟으시는것 같애요!!!!!!"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아이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곧 뵈러 갑니다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빠!!!!! 브레이끄브레이끄!!!!! 아씨!!!!! 내가 잘못했다고!!!!!!"




    니들 목숨이 내 양손과 오른발에 달려있는데 나한테 장난질이여?
    (참고로 그때 시내라 50도 채밟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술먹으면 사람들이 저리 됨.)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내가 아무리 연애한지 조금 되었어도,
    친구동생한테까지 눈돌릴 정도로 급하진 않습니다. 진짜로.

    물론, 걔네들이 오빠친구들이라면 일단 고개부터 저어버리기도 하구요.

    저는 전혀X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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