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div><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overwatch&no=21296&s_no=12357063&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112284"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overwatch&no=21296&s_no=12357063&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112284</a></div> <div><br></div> <div><div>문을 열자마자 내리 쬐는 강한 햇살에, 겐지는 눈살을 찌푸렸다.</div> <div>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 자리한 소박한 마을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제법 그럴 듯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div> <div>저 멀리로 고개를 돌린 겐지는 놀라움에 한 순간 숨을 삼켜야만 했다.</div> <div>화장기 없는 집들을 무채색에 비유할 수 있다면, 장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거대한 건물들의 모습은 총천연색에 비유할 수 있었다.</div> <div>분명 그곳이 샴발리 수도원이라 불리는 곳이리라.</div> <div>황금색으로 빛나는 기둥과 지붕, 그리고 가부좌를 튼 옴닉 수도승의 형상을 한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었다.</div> <div>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는 듯 했다. 그 모든 것이 짙푸른 하늘과 만년설을 배경으로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div> <div>세상 모든 것을 등지겠다고 마음먹은 그였지만, 압도적인 웅장함에서 오는 감상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div> <div><br></div> <div>겐지는 다시 고개를 마을 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젠야타와 비슷한 모습의 옴닉 수도승 몇 명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div> <div>사람들은 법의(法衣)를 입은 수도승들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모여 있었다. 그들은 수도승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강한 신뢰와 유대감이 감돌고 있었다.</div> <div>겐지는 그 모습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div> <div>옴닉 사태 이후, 자신들에 대한 공포를 불식시키고 인간들과 연대하려는 옴닉들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옴닉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과 분노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겐지가 아는 한 공공장소에서 그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div> <div>겐지는 실은 자신이 이미 죽었으며, 실존할 수 없는 세상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div> <div><br></div> <div>“잃어버리신 부분을 빼고 움직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신가보군요.”</div> <div><br></div> <div>겐지의 등 뒤에서 억양없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젠야타였다.</div> <div>겐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div> <div><br></div> <div>“고개를 드십시오. 이 곳에서는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습니다.”</div> <div>“저들은 괜찮은 겁니까? 옴닉과 이야기를 나누는 인간들은 좋은 꼴을 못 볼 텐데요.”</div> <div><br></div> <div>젠야타는 겐지의 어깨 너머로 여전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도승들과 인간들을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그것은 속세의 법도이지요. 샴발리 수도원에서는 원한다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div> <div>“믿을 수 없는 일이로군요.”</div> <div><br></div> <div>겐지는 더 이상 그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타인이다. 적어도 겐지 자신이 저들 틈바구니에서 이야기를 할 일은 없을 터였다.</div> <div>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그들에 대해서 걱정했던 것이 부질없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저는 이제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div> <div><br></div> <div>젠야타는 겐지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한동안 말없이 겐지의 얼굴을 바라보던 젠야타는 제법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의미를 깨달은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허나 또 다시 자신을 해하려 드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개의치 마시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십시오.”</div> <div><br></div> <div>겐지는 자신에 대해 꿰뚫고 있다는 듯한 젠야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div> <div>허나 무어라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div> <div>열과 성을 다해 누군가와 논쟁을 벌일 만큼의 기력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div> <div>겐지가 더 이상 입을 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젠야타가 먼저 말했다.</div> <div><br></div> <div>“솜씨 좋은 기사(技師)가 있습니다. 수도원에 비치된 예비물자가 있으니, 빠른 시일 안에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고쳐드릴 수 있을 겁니다. 오체가 부자유한 것보다 더 답답한 게 있을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div> <div><br></div> <div>오체가 부자유스런 것보다 답답한 것이 없다니, 겐지는 젠야타가 겉만 번지르르한 파계승이라고 생각했다.</div> <div>수도승이라면 알 것이 아닌가. 몸의 부자유보다 마음의 부자유가 더 괴롭다는 것을.</div> <div>쓸데없이 참견하길 좋아하는 파계승의 눈을 피해 당장 달아날까 싶었지만 자신의 몸이 그럴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겐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팔다리가 돌아올 때까지다.’</div> <div><br></div> <div>겐지는 그렇게 마음먹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이제 곧 날이 저물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바람을 쐬는 것은 내일 하시지요.”</div> <div><br></div> <div>젠야타는 만족스러운 듯, 합장을 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div> <div>겐지는 아직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도승과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마음이 더욱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div> <div>불편한 기분을 떨쳐내려면 이 부자연스러운 마을에서 떠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겐지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마을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으며 자신이 묵을 집의 문을 열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겐지는 젠야타와 벙어리 기사(技師)의 도움으로 팔과 다리를 되찾았다.</div> <div>원래 것처럼 고성능 전자 근육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보통 사람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겐지는 며칠에 걸쳐 자신의 몸을 고쳐준 벙어리 기사를 지켜보면서 많은 상념에 잠겼다.</div> <div>그는 히말라야 산맥의 추운 날씨에도 몇 시간 씩 자리를 지키고 앉아 땀을 흘려가며 겐지의 몸을 고치기 위해 애썼다.</div> <div>‘당신은 어째서 그리 열심히 내 몸을 고치는 겁니까?’라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기사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뿐이었다.</div> <div>겐지는 한 번 죽은 자신을 되살려 준 금발 벽안의 여의사를 떠올렸다.</div> <div>그녀 역시 대답 대신 초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웃음지어 보였다.</div> <div><br></div> <div>신체의 수복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쯤에야, 그 벙어리 기사가 리따라는 계집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div> <div>벙어리 기사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겐지는 마음을 조금 고쳐먹었다.</div> <div>그들이 사랑스러워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받은 것은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겐지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div> <div>결국 겐지는 그들에게 빚을 남기지 않고 떠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가 팔다리를 되찾은 것으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div> <div><br></div> <div>겐지는 나무를 하거나 무너진 돌담을 쌓고 이따금 찾아오는 순례객들이 묵을 집을 청소했다. </div> <div>그 동안 그는 이유 없이 자신을 따르는 리따나 젠야타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div> <div>그러나 그 누구도 겐지를 경멸스러운 시선으로 보거나 뒤에서 험담하지 않았다.</div> <div>겐지는 그들이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에 당혹스러움과 불쾌함을 동시에 느꼈다.</div> <div>자신이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리라 여긴 까닭이었다.</div> <div>그들은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았고, 그 무엇도 간섭하지 않았다.</div> <div>겐지가 보기에 그들은 하나하나가 따로 떨어진 섬이자 하나의 실에 꿰인 구슬과도 같았다.</div> <div>겐지는 그들이 가진 독특한 유대의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평범한 어느 봄날, 마을 아래의 숲에서 나무를 하던 겐지는 적당한 길이와 굵기의 나뭇가지가 떨어져 나온 것을 보았다.</div> <div>어릴 적, 형제와 곧잘 하던 칼싸움에서는 길고 튼튼한 나무를 찾는 사람이 승자였다.</div> <div>나뭇가지를 주워든 겐지는 한동안 잊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div> <div>그와 동시에 자신의 칼날 앞에 스러진 모든 자들의 눈빛을 생생하게 떠올렸다.</div> <div>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베어 넘겼던가.</div> <div>그의 칼 앞에 목숨을 잃은 자들 중에는 시마다가(家)의 일원으로 한때 면식이 있던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뭇가지를 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div> <div>겐지는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취했다. 순식간에 적의 품 안으로 파고들기 위한 자세였다.</div> <div>이제 겐지의 몸을 움직이는 것은 겐지 자신이 아니었다.</div> <div>손에 쥔 나뭇가지에 붉게 일렁이는 투기(鬪氣)가 어리자, 그는 재빠르게 앞으로 몸을 튕겼다.</div> <div>그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잡풀과 낙엽 따위가 어지러이 튀어 올랐다.</div> <div>눈앞의 커다란 나무를 베고, 그것이 잘려 떨어지기 전에 밟고 허공으로 도약했다.</div> <div>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부근에 있는 나무를 열 십자로 그었다.</div> <div>이번에는 몸을 뒤로 쓰러트려 두어 바퀴 구른 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 투기를 실어 날렸다.</div> <div>그것에 맞은 나무줄기가 겐지의 투기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div> <div><br></div> <div>겐지는 끔찍한 기억과 자신의 몸에 밴 살인기술을 모두 쏟아내려 했지만, 오히려 그가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모든 것이 더 생생해졌다.</div> <div>우뚝 멈춰선 겐지의 손 안에서 검을 대신하던 나뭇가지가 잘게 쪼개지며 터졌다.</div> <div>그의 주변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div> <div>겐지는 망연한 표정으로 자신이 망가트린 숲의 모습을 둘러보았다.</div> <div>이윽고 그는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div> <div><br></div> <div>“싸움은... 끝나지 않는가...”</div> <div><br></div> <div>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div> <div>허나 푸른 하늘은 샴발리 수도원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겐지를 책망하거나 꾸짖지 않았다.</div> <div>그는 땅에 이마를 묻고 오열했다.</div> <div>그 모든 기억은 새하얀 천에 밴 핏방울처럼 절대 사라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div> <div>오히려 언젠가는 겐지의 마음을 모두 좀먹고 그를 강철 껍데기만 남은 살인귀로 만들지도 모를 일이었다.</div> <div>겐지는 다치면 피가 흐르고 아픔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div> <div><br></div> <div>만약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몸이었다면, 그리 쉽게 누군가를 벨 수 있었을까...</div> <div>그저 살육을 위한 기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div> <div>겐지는 지금 자신의 자아가 단지 전자회로 위를 떠도는 허상은 아닐까 의심했다. 진짜 자신은 과거에 죽었으며, 그저 복수심이라는 방아쇠로 움직이는 무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div> <div><br></div> <div>이제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쳤다.</div> <div>더 이상 피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면 목숨을 끊는 수밖에 없었다.</div> <div>이미 구르기 시작한 수레바퀴를 막을 수는 없었다.</div> <div>겐지는 곁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있는 힘껏 투기를 불어넣었다.</div> <div><br></div> <div>“이 몸은 버릴지언정... 명예는 버리지 않으리...!”</div> <div><br></div> <div>그는 나뭇가지를 거꾸로 쥐고 심장을 겨냥했다. 제아무리 강철로 만들어진 몸뚱이라도 심장이 멈추면 죽을 것이다.</div> <div><br></div> <div>‘형, 나는 사람인 채로 죽소. 저 세상에서 봅시다.’</div> <div><br></div> <div>그는 눈을 똑바로 뜨고 날선 투기가 자신의 가슴을 꿰뚫으려는 것을 내려다보았다.</div> <div>망설이는 법은 오래 전에 잊었다. 그는 각오를 굳히고 손을 몸쪽으로 당겼다.</div> <div>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옆으로 고꾸라졌다.</div> <div><br></div> <div>‘드디어 원없이 가는구나...’</div> <div><br></div> <div>그러나 사그라드는 붉은 투기에 휩싸인 나뭇가지는 여전히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div> <div>그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와중에도 나뭇가지에 자신의 피가 묻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div> <div>천천히 눈을 움직이자, 저 멀리서 가부좌를 튼 채 허공에 뜬 기계 수도승의 모습이 보였다.</div> <div>그의 손바닥 위에는 각기 검은색과 황금색 기운으로 휩싸인 구슬이 떠 있었다.</div> <div>겐지는 그가 자신에게 완전히 다가오는 것을 미처 다 보지 못하고, 온몸을 휘감는 나른함에 눈을 감았다.</div></div>
출처
원래는 고급팬픽이라는 제목으로 쓰던 건데, 왠지 우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바꿨습니다.
글의 내용이 진지해서 고오급이라고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