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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248529
    작성자 : 도올핀
    추천 : 25
    조회수 : 3414
    IP : 117.110.***.214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5/07 02:18:27
    원글작성시간 : 2016/04/28 22:32:06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48529 모바일
    29살 모태솔로 남자의 솔로탈출기 2

    요즘 너무너무 피곤하네요..  게임이 엄청 하고싶어서 밤에 몰래 컴을 키면 왠지 또 게임이 재미가 없네요.

    ---------------------------------


     먼저도 썼듯이 전역하고 입학해서 동기들하고 나이차가 4살 나던 상황이라 하마터면 그냥 아싸될뻔 하기도 했다. 먼저 어울려서 같이 밥먹고 게임하다 보니 몇 안되는 남자애들하고는 친해질 수 있었다. 다만 동기여도 형이고 웬만한 선배들보다 나이가 많다보니 밥사주는 선배도 없고 동기들도 밥사주게 되는 슬픈일이 생기곤 했다. 그것도 잠깐인게 친해진 남자애들 다 군대가고 복학생들로 채워지니 다시 처음부터 친분을 쌓아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이 친한 동기들이 모인 그룹이 하나 있었는데 내가 짝사랑하던 그 아이도 같이 어울리던 동기 중 한명이었다. 하여간 1학년 때부터 어울렸으니까 알고지낸지 거의 6년째였는데 좋아한지는 한 3년 이상은 된 것 같다. 어느 순간 좋아하고 있더라.

     나름 노력해 본다고 같이 과제를 핑계로 뮤지컬 본적도 있었는데 그게 다였다. 거기서 어떻게 이끌어 나갈 줄을 몰랐으니까. 뭐 결국은 남자친구도 생겨버렸고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내 짝사랑은 끝나버렸다.

     졸업하고도 누가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하면 나는 항상 그 애를 떠올리고는 했고, 또 가끔 연락될 때 그 애가 ‘언제 맥주나 한잔해요.‘ 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냥 친한 오빠로만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연락 이후로 4개월 만에 전화가 왔다. 아는 동생이긴 했지만 여자사람이랑 대화한다는게 살짝 두려워서 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았는데

    ‘어!? 오빠 전화 받네요. ㅋㅋㅋㅋ 안받을 줄 알았는데 '

    '응, 오랜만이네.ㅋㅋㅋㅋ‘

    ‘저 우울해 죽겠어요. 날씨 너무 좋은데 친구들은 다 남친이랑 놀러갔다네요. 오빠 시간있으면 서울구경 좀 시켜주세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어디 나가고 싶어 친구들한테 연락을 했더니 다들 이미 나들이 나갔다고 우울해하던 차에 오빠가 서울에 있다는 말이 기억나서 연락을 했다는 말을 했다. 서울구경 좀 시켜달라고.

     그래서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인사동 주변 구경거리랑 맛집등을 재빨리 검색한 뒤에 역속장소로 나갔다. 그나마 이런 센스가 생긴건 2번의 소개팅 경험때문이아니었을까 ㅋㅋㅋㅋ.

     안국역 출구에서 기다리다가 출구 계단을 올라오는 그 애의 뒷모습을 봤다. 졸업하고는 처음 만나는 거라 거진 2년 만에 보는 모습이었지만 보는 순간 내가 여전히 좋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자마자 ‘미영아(그 애라고 계속 쓰기가 그래서 가명을 한번 써봤습니다.) 여전히 예쁘네.’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못했다 -_-; 이런 말 잘하고 행동했으면 연애는 벌써 했겠지.

     그렇게 미영이랑 같이 인사동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미영이는 미술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있는 미술관만 둘러봐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같이 못 걸어가고 앞뒤로 걷는데 워낙 활달해서 그런지 미영이가 나보다 앞서 있을때가 많았다. 사람들에게 자꾸 치이는데 어찌나 손잡고 걸어가고 싶던지ㅜㅜ(아직 여자사람이랑 손잡고 걸어본적도 없었음.....)

     그 뒤로는 맛집 알아온 보람도 없이 대학로 가보자고 해서 대학로에서 밥 먹고 맥주 한 병씩 사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오징어랑 같이 맥주를 마셨다. 원래 맥주한캔도 잘 안 먹는데 그날따라 술이 술술 넘어가더라. 옆에서는 한 밴드가 공연도 하고 있고 분위기가 좋았다.

     술 한 잔 하니 미영이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야경을 보러가자고 해서 한남대교까지 갔다. 둘이서 다리 위를 걷는데 어깨를 그냥 끌어당겨 감싸 안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근데 얘가 나를 무진장 편하게 생각해서 이러는걸 아니까 지금 이 상황이 깨어질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걷다가 돌아왔다. 그래도 이대로 기약 없이 헤어지는 건 싫어서 옷 입은 거 칭찬하면서 다음에 옷 사는 것 좀 봐달라고 했다.(이때 내 옷은 청바지에 후드티가 전부였음...)

     그렇게 역까지 바래다주고 나서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자주하는 실수인 여자가 조금만 호의를 보여도 혹시 나한테 관심있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도 알고지낸지가 6년이라 그럴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냥 지내기는 싫어서 며칠 뒤에 바로 다음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옷 사고 싶은데 옷좀 골라달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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