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냥이체를 써봤지만 역시 저랑은 맞지 않군요. ㅠㅠ
우리 집 냥이는 아니고 시누가 키우는 냥인데 요즘 유난히 더 자주 아파서
지나가시면서 속으로 한 번씩이라도 냥이야 아프지마, 힘내, 라고 응원 구걸해볼라구요.
옆에서 보기 안쓰..ㅠ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밀라를 소개해요.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고 대략 10살 혹은 열 너덧살 쯤으로 추정해요.
우리 도도한 시누이가 몇 해전 길에서 주어 왔어요.
그때 처음으로 병원에 데려갔을 때 나이가 대략 그쯤일 것으로 추측했던 전부였어요.
밀라와 시누의 첫 만남은
길에서 빵빵거리는 차를 뒤에 두고도
밀라가 마냥 태평하게 피할 생각도 않고 딴짓하는 것을 시누가 발견했지요.
차는 빵빵 거리는데 걷다 앉다 하는 게 영 이상하여
시누가 다가가서 보니 밀라의 귀 안쪽에 들리지 않는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이후 동네에 공지도 올려서 주인을 찾아보았지만,
길을 잃은 것인지 버려진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렇게 밀라는 시누와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녀는 아파요.
자주 아프고 아프기 시작하면 병원에서도 딱히 치료할 방법이 없고
그냥 두면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물만 겨우 마시며 잠을 자곤 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다시 기운 차리고 생활하는데
아플 동안에 뭘 먹으면 게워내기 바빠 먹지도 못 하고 잠만 자요.
그리고 그녀는 들리지 않아요.
시누가 처음 데려왔을 때 양쪽 귀의 청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고
한쪽 눈은 이미 실명이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남은 한쪽 눈도에도 이미 백내장이 진행 중이었지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균형감각이 없어서 평지에서 걷다가도 픽픽 곧잘 쓰러졌고
지금은 하늘로 갔지만, 당시에 다른 냥이가 장난을 쳐도
반격할 여유 없이 괴롭힘 당하며 그 냥이 피해 좁고 어두운 곳만 파고 들었었죠.
원래 고양이가 많이 잔다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밀라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더더더더더더 많이 자요. 정말 많이 자요. 진짜 많이.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두 시간도 안되는 거 같아요.
저는 원래 고양이를 정말, 엄청, 많이 싫어했었거든요.
가까이에서 밀라와 함께 지내면서 처음에는 연민이 생겼지만
지금은 자주 못 보면 너무 너무 그립고 정말 애정하게 되었어요.
밀라는 정말 정말 사랑스러워요.
두려움이나 고통이 있을 법한 밀라 눈은 다른 냥이와 다를 것 없이
호기심과 순수함만이 가득해요.
그런 예쁜 밀라가 요즘 들어 더 아프다네요.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