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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190173
    작성자 : 호주스키부대
    추천 : 71
    조회수 : 2949
    IP : 112.153.***.72
    댓글 : 2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1/20 00:51:28
    원글작성시간 : 2016/01/19 14:07:36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90173 모바일
    길냥이가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작년 가을에 처가에서 경영하는 식당에 갔다가 마당에서 길냥이들을 봤습니다.

    장모님은 진해에서 오리요리를 하시는데, 하루 한마리 정도를 고양이 용으로 따로 조리하셔서 길냥이들을 키워오셨어요.

    여러 녀석들 중 유독 한 녀석이 가까이 가지 못하고 엎드려서 구경만 하더라구요. 대략 4~5개월 정도 되어 보였어요.
    제가 다가가니 다른 녀석들은 도망가는 데, 그녀석은 도망가려고 발버둥만 치고 움직이지 못하더군요.

    앞발로 몸을 끌듯이 움직이기만하고 하체는 질질 끌려가고 있었어요.

    잡아서 보니 하체에 힘이 하나도 엎고 척추가 휘청거렸어요.

    너무 놀라서 그 길로 박스에 담아 시내의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어보시더니... 영양실조로 척추가 무너져내리고 있고, 네 다리가 모두 한 번씩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이 보인다고... 순간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진료 기록을 남긴다고 고양이 이름을 물어보셔서 "길고양이예요"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정밀하게 다시 보자며 엑스레이를 몇 번 더 찍고 영양제 주사도 놔주시고 약도 지어주셨어요.

    그리고 돌아갈 때 약값만 받으셨어요... 약봉지에는 고양이 이름에 "Gil Go Yang EE"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고양이들 데리고 다시 식당으로 가서 장모님과 일하는 이모님들께 꼭 약 잘 먹이고 보살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나서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차라리 제가 데려다가 집에서 보살필까.. 고민하다가... 보름 정도 후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어서 어쩔 수 없이 두고 떠나야 했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 전화해서 여쭈어 보면 많이 회복되었다. 이제는 걸어다닌다... 고 하셨는데......


    얼마전에 고양이 별로 떠났다고 하네요... 장모님께서 뒷 산에 묻어주시고 소주 뿌려주셨다며... 가슴이 먹먹해서 며칠간 멍~ 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마음을 냈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되네요.

    마지막까지 보살펴주신 장모님과.. 특히 길고양이인데도 돈도 안받고 최선을 다해 진료해주신 의사선생님께는 너무나 감사드려요... 혹시 진해나 창원쪽에 동물병원 찾으시는 분은 꼭 그곳으로 추천드리고 싶네요.

    이름이라도 지어줄껄... 그냥 길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낸게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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