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6" face="궁서">귀향(歸鄕)</font></div> <div><font size="6" face="궁서"><br></font></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에 써 둔 글로 공포게시판에 걸 맞는 글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놔두었습니다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유사한 글도 종종 올라왔던 것 같아 조금 수정하여 올려 봅니다. 판단은 읽으시는 분들이 해주시기 바랍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 <table border="1" width="80%" cellpadding="3" cellspacing="0" bgcolor="#FFFFCC" style="border-style:solid;border-collapse:collapse;"><tbody><tr><td> <span style="font-size:medium;line-height:1.5;background-color:#ffffff;">1.</span> <div> <div><font size="5"><b>꽃</b></font><font size="3">샘추위가 애잔한 겨울처럼 차가운 초 봄 무렵이었다. 나는 초췌한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아 그 흔한 안주 하나도 없이 소주를 들이 키고 있었다. 씁쓸한 소주가 목구멍을 타고 흘렀지만 마음속의 헛헛함은 도무지 채워질 줄을 몰랐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font></div> <div><font size="3">10년... 장장 10년이다.</font></div> <div><font size="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피땀을 흘려가며 일구어 온 공장이 지난밤... 화재로 완전히 소실됐다.</font></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225yojeKsIwC5EFWG9Q4SgzZLrH.jpg" width="550" height="365" alt="크0화재.jpg" style="border:none;"></div><br></div> <div><br></div> <div><font size="3">당장 돌아올 어음문제야 기한이 남아 있으니 여기저기 돈을 꾸어서라도 막는다지만, 나를 믿고 납품을 맡긴 거래처 사장님들에 대한 신뢰나 작은 공장이나마 내 것처럼 열심히 일해 주었던 직원들을 볼 면이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3">천만다행으로 화재보험을 들어 두어 큰 손실은 없다 해도, 공장을 꾸려가며 흘려온 나의 땀과 노력이 송두리째 불타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당신 지금 술이나 마실 때 에요? 보험회사는 가봤어요? 뭐라 해요? 보상은 다 해준데요? 얼마나 준데요?”</font></div> <div><font size="3">“허... 사람 참... 보상금이 문젠가? 내 새끼처럼 꾸려오던 공장에 불이 났는데 마음이 좋겠소? 보험금이야 때 되면 알아서 나오겠지! 내가 가서 난리 친다고 화재 보상금 더 줄 놈들도 아니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 속도 모르고 아내는 어떻게든 보상금 한 푼이라도 더 받을 방법이 없나 애를 썼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으이구... 그러게 그깟 공장 때려 치고 장사나 하자니깐! 희숙이 엄마 얘기 들어보니까 목 좋은데다가 요즘 유행하는 프렌차이즈 커피숍 차리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번대요! 아니 왜 고생고생해가면서 힘들게 공장만 할 라고 허요? 기깔난 인테리어에 멋드러진 양복입고 출퇴근 하면 좀 좋수?”</font></div> <div><font size="3">“내가 커피고 뭐고 뭘 안다고 그걸 하나 이 사람아!”</font></div> <div><font size="3">“프렌차이즈가 뭐예요! 암 것도 몰라도 본사에서 다 해 준답디다! 목도 알아봐 주고, 광고도 해주고, 직원 교육부터 기계까지 싹 다! 어쩜 이이는 요즘 세상 좋아진 줄도 모르고! 암말 말고 보험회사에서 돈 나오면, 그 금형 공장 같은 건 때려치우고, 당장 나랑 프렌차이즈나 알아보러 다닙시다. 아니 딱 들어봐도 공장 사장, 사모님 보다는 근사한 커피숍 사장 사모님이 훨씬 듣기 좋잖수! 안 그래요?”</font></div> <div><font size="3">“시끄럽고 당신은 애나 잘 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아내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십수년도 넘게 매진 해 온 내 일을 무시하는 것 같아 조금 화가 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평생 싸구려 믹스커피나 마시던 내가 갑작스레 고급스런 커피숍을 차려 손님들에게 내 간다는 건 왠지 사기고, 가짜 같았다. 평생 기름 묻은 작업복이나 입고 살던 내가 만든 커피엔 향긋한 원두냄새 대신 때 찌든 기름 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300Ma3FFE8YLC5NtbBhA8xnCR.jpg" width="550" height="412" alt="크입.jpg" style="border:none;"></div><br></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어휴! 벽창호 같은 양반! 아유! 올해는 정말 삼재라도 되나? 애는 공 차다 다리가 부러지질 않나, 남편 공장은 불이 나서 홀랑 타버리질 않나! 나도 허리가 안 좋고... 이건 뭐 굿이라도 해야 되나?”</font></div> <div><font size="3">“굿 같은 소리 하네! 그런 미신 같은 거 좀 믿지 말라니까!”</font></div> <div><font size="3">“아니... 내가 올 초에 창신동 용한 무당을 만났는데 그이가 신기하게도 올해 조심해야 된다고 하더라니깐? 부적! 그래 부적을 써야 된다고 했는데, 아이고! 내가 그 돈 삼 십 만원이 아까워서 그걸 안했지 뭐요. 어휴 진짜 굿이라도 했어야 했나 어이구!”</font></div> <div><font size="3">“거! 사람 참... 쓸 데 없는 짓 하고 다녔네...”</font></div> <div><font size="3">“아버지 다녀왔습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내에게 핀잔을 주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리고 아들이 집에 들어왔다. 아들은 얼마 전 학교에서 제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져 한 쪽에 큼지막한 깁스를 하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다리도 부러진 놈이 목발 짚고 어딜 다녀 오냐?”</font></div> <div><font size="3">“PC방에요. 히히 부러진 지 좀 되니까 이젠 좀 댕길 만 해요. 깁스도 해서 아프지도 않고”</font></div> <div><font size="3">“이 놈 자식 밥은 먹고 다니냐?”</font></div> <div><font size="3">“그럼요! 근데... 게임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살짝 출출하네? 히히힛! 엄마 뭐 먹을 거 좀 없어요?”</font></div> <div><font size="3">“에라 이놈아! 다리를 다쳤으면 그 참에 공부나 열심히 할 일이지... PC방은 무슨!! 넌 이 엄마 속 터지는 꼴 보고 싶냐? 낼 모래면 고등학생이여!”</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올해 중3이 된 아들은 공부는 잘 못해도 누굴 닮았는지 넉살이 좋았다. 아내는 주방에서 나와 다친 발로 PC방에 다녀온 아들을 못 마땅한 듯 흘겨본다. 그리고는 찬장에서 조그마한 캔 통조림 하나를 꺼냈다. 푸른색 라벨지에 하얀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캔 통조림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애 배고프다는데 그건 왜 꺼내?”</font></div> <div><font size="3">“얘만 입 이유? 우리 코코도 밥 때랍니다. 코코야 이리와 엄마한테 와! 병석이 넌 얼른 씻어 엄마가 코코 밥 주고 니 밥도 금방 차릴 테니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내는 예전부터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 털이 온통 하얀 고양이를 구해와 코코라고 이름 짓고는 살뜰하게 챙겼다. 그 탓인지 고양이는 유독 아내를 많이 따랐고, 나와 아들에겐 좀처럼 친근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6357NMOn3caeaXnaHM6NUWjz.jpg" width="550" height="373" alt="크20120702_고양이생선_18.jpg" style="border:none;"></div><br></div><br></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네 금방 씻고 올게요. 근데 엄마! 마당에 도꾸 밥은 주셨어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들이 묻자 아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꾸는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우리 집 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키우시던 개였다. 도꾸가 10살 즈음 됐을 때, 아들 병석이 제 할아버지를 졸라 힘들게 시골에서 데리고 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게 대게 다 그렇듯 도꾸 역시 병석이 중학생이 된 즈음부터는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였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몰라 그 놈의 개, 늙더니 도통 짓지도 않고 나와 보지도 않고... 으이구... 나는 냄새나서 개는 싫어! 그리고 그 이름이 도꾸가 뭐니 도꾸가! 찰스라고 부르라니깐!”</font></div> <div><font size="3">“엄마는... 할아버지가 도꾸라고 지어놨는데 이름을 왜 바꿔요. 도꾸 좋잖아요. 흔하지도 않고”</font></div> <div><font size="3">“어후~ 촌스러워! 됐다 됐어! 내가 어젠가 그젠가 밥을 줬는데, 손도 안대고 그냥 놔뒀더라 입에 안 맞나? 개 주제에 반찬투정 하는 거야 뭐야? 갈 때가 돼서 그런가? 시아버지도 아니고 내가 늙은 개 수발 들게 생겼어?”</font></div> <div><font size="3">“뭐라구!!”</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내는 잠시 놀란 토끼눈이 되어 나를 쳐다본다. 평소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성격의 나였기에 아내도 조금은 당황한 듯 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 돌아가신 아버지한텐 가족 같은 개니까 잘 좀 보살펴 달라고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그 놈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어!”</font></div> <div><font size="3">“아니 이 양반이 그깟 개 밥 주는 일로 왜 이렇게 역정을 낸데! 코코야 놀래지마 놀래지마! 엄마가 너만 이뻐하니까 아빠가 화가 났나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내는 그깟 일이 뭐가 대수냐는 표정을 지으며 품안의 고양이 코코를 진정시키느라 바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가 전에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도꾸 아니면 우리 부모님 칠팔년 전에 이미 다 돌아가실 뻔 했다고! 내가 요즘 바깥 일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까, 도꾸 좀 잘 돌봐 달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font></div> <div><font size="3">“어머! 어머! 이 양반 봐! 그깟 늙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지금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그 얘기야 들었지! 아주 귀에 딱지가 앉겠네! 딱지가 앉겠어! 전에 시골 아버님 집에 불이 났을 때 저 똥개가 사방 팔방에 가서 짖어댄 덕에 겨우 살았다 뭐 그거 아녜요 그거! 그게 무슨 전래동화도 아니고...참...”</font></div> <div><font size="3">“아니 그걸 다 아는 사람이 그래?”</font></div> <div><font size="3">“아이고... 아버님 어머님 돌아가신지가 언젠데, 그걸 가지고 아직도 상전 모시듯 한단 말이우? 됐수 됐어! 나는 애초에 개는 꼬라지도 보기 싫다고 안 해요? 내가 말은 안했지만 어렸을 때 개한테 한 번 크게 물려서 여튼 난 개만 보면 오금이 저리고 꼴도 보기 싫다니깐! 당신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 저 개랑 나가서 살아! 안 그래도 난 저거 금방이라도 죽을까봐 무서워 죽겠어! 난 개든 뭐든 내 집에 시체생기는 꼴 못 봐요! 지금이라도 당장 어디 시골에 던져버리고 오던가 하라구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657oDR2PvnTRNPHOoLO8ERUeFYOxvffnsI.jpg" width="550" height="412" alt="크입.jpg" style="border:none;"></div><br></div> <div><font size="3">“아니 당신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짐승이라고 그렇게 막말하면...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font></div> <div><font size="3">“아니 내가 못 할 말 했수? 개 15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팔순도 넘은 나이유. 오늘 당장 죽어도 호상인데 뭐 대단한 말 했다고...”</font></div> <div><font size="3">“됐어 됐다구!!”</font></div> <div><font size="3">“아니 공장에 불 난게 내 탓도 아닌데, 괜시리 쓸데없는 걸로 트집잡아 역정내기는 참... 어디가요! 여보! 여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난 그렇게 날 부르는 아내를 뒤로하고 역정을 내며 현관 밖으로 나왔다. 아내가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살아봐야 얼마 살지도 못할 도꾸에게까지 막말을 하니 너무 화가 났다. 그런 모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내에게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최근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로 도꾸에게 신경 한 번 제대로 써주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font></div> <div><font size="3">현관을 나와 마당 한 켠으로 가자 작고 낡은 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낡았지만 멋드러진 빨간 지붕을 가진 도꾸의 집이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도꾸를 불렀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야”</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반응이 없었다. 문득 옆을 바라보니 차갑게 식은 맨 밥 한 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쪽 귀퉁이는 먹다 남은 된장국이 약간 묻은 듯 누랬지만, 확실한 건 도꾸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거였다. 나는 문득 든 불길한 생각에 다급히 도꾸를 부르며 허리를 숙여 개집 안으로 손을 뻗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야! 도꾸야 이놈!”</font></div> <div><font size="3">“끼이잉”</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769GYgRAskUoh3E58wSEdb6ObVSIIDc.jpg" width="550" height="409" alt="크크누렁이.jpg" style="border:none;"></div><br></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옅은 전등불 사이로 살짜기 고개를 드는 도꾸가 보였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개들도 귀가 먼다더니 도꾸도 그랬던 모양이었다. 사실 눈은 재작년부터 거의 보이지 않는 도꾸였다. 동물 병원에 데려가도 나이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얘기 뿐이었는데,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나는 힘없이 내 손에 제 머리를 부비는 도꾸를 끌어안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미안하다... 잘 키우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했었는데...”</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의 혀가 내 뺨을 간질인다. 자주 씻겨주지 못해서인지 역한 냄새가 났지만, 그건 그거대로 미안할 뿐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사람은 모름지기 서울로 가야 한다고 힘든 형편 속에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아들을 유학 보낸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바람대로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얻어 정착한 아들...</font></div> <div><font size="3">간간히 찾아뵙기는 했지만, 품안에 있던 자식을 멀리 보낸 부모 가슴의 헛헛함을 어찌 채울까? 도꾸는 그런 부모님이 말년에 정이라도 붙이겠다며 키우던 개였다. 그것도 보통 개가 아니라, 수년 전 누전으로 부모님 집에 불이 났을 때, 그 한 밤에 동네 방네 찾아가 짖어준 덕분에 부모님 목숨까지 구해준 고마운 개였다. 비록 지금은 두 분 모두 연로하여 돌아가셨지만, 그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의 고마움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버지 제가 도꾸 밥 좀 가져왔어요. 화 푸세요”</font></div> <div><font size="3">“병석아”</font></div> <div><font size="3">“제가 어렸을 때, 키우고 싶다고 떼를 써놓고는 신경 못 써서 죄송해요.”</font></div> <div><font size="3">“됐다. 니가 뭔 잘 못이냐 느이 엄마 말 하는 본새가 못 나서, 그게 화가 난거지”</font></div> <div><font size="3">“에이... 엄마 원래 좀 그렇잖아요. 말을 좀... 막하는 스타일이라 그렇지 마음은 또 안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해하세요.”</font></div> <div><font size="3">“어휴... 이 눔이 이제 살아야 얼마나 더 살 거라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가 푸념을 늘어놓자, 도꾸는 백내장으로 희뿌옇게 변한 눈으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하나 밖에 없는 자식 서울 보내고, 자식처럼 아끼던 개도 떠나보내신 그 분들 마음은 어떠셨을까? 마음속 가득 짐만 늘어갔다. </font></div> <div><font size="3">불타버린 공장, 보험금이 나온대도 막막한 앞 날, 살아계실 제 못 다한 효도...</font></div> <div><font size="3">그냥 그렇게 술 한 잔 더 하지 않고서는 쉬이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2.</font></div> <div><b><font size="5">다</font></b><font size="3">음 날 아침 나는 일찍부터 옷을 차려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어음 문제도 걸렸고, 공장 설비 일부를 친한 거래처에서 중고로 빌릴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여보... 보험회사 가요?”</font></div> <div><font size="3">“아니! 거래처 김사장 좀 보러”</font></div> <div><font size="3">“글쿠나... 아으 어젠 미안해요. 난 그냥 뭐 원래 개도 안 좋아하고... 공장에 불도 나고, 애는 다치고 하니까 괜시리 짜증이 나서... 아 뭐 암튼 내가 밥은 잘 챙길께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나가보려는 차에 아내가 다가와 입을 쌜쭉 내밀며 말했다. 딱히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도 아니요,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아내만의 사과 방법이었다. 그걸 잘 알기에 난 별 말 없이 구두를 신으며 대답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됐소... 나 다녀오리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나 역시 딱히 누그러든 표정은 아니었지만 내 방식의 화해였다. 아내도 그걸 알기에 금새 얼굴이 풀어져 웃는 낯으로 달려들어 내 손에 종이 쪽지 하나를 쥐어주며 말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김사장 보고 안 바쁘면 거기 좀 가봐요!”</font></div> <div><font size="3">“뭔데?”</font></div> <div><font size="3">“아니... 저기... 그게... 옆집 수미 엄마가 그러는데 이 집이 그렇게 용하데...”</font></div> <div><font size="3">“뭐 용해?”</font></div> <div><font size="3">“역정 내지 말고... 말 좀 들어봐요! 불도 나고 애도 다치고 회사 사람들도 안 좋고 그랬잖아... 그게 다 마가 끼어서 그렇데! 뭐라 하지 말고 꼭 좀 가봐요! 맘 같아선 나도 이런 말하기 싫어서 내가 가고 싶은데 그 점집은 당사자가 와야 풀어준데...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지 아주 신통방통하답디다.”</font></div> <div><font size="3">“하아... 이 사람 참! 점보고 무당 찾아가고 그래서 풀 일 일이면 세상에 안 될 일이 무에 있어!”</font></div> <div><font size="3">“또 시작이네 또! 또! 으이구! 몰라! 암튼 난 주소하고 적어서 줬으니까 가든지 말든지! 몰라! 또 불이 나고, 누가 다쳐도 내 책임 아니유! 그러게 공장 같은 거 때려 치고 커피숍이나 하자니깐! 으이구 답답한 양반!”</font></div> <div><font size="3">“뭐야! 말이면 단 줄 알아!”</font></div> <div><font size="3">“됐어요 됐어! 김사장이나 만나고 오슈! 술 먹지 말고! 일찍 들어와! 고기 굽게!”</font></div> <div><font size="3">“내가 지금 고기가 목구멍에 넘어 갈 참인가!”</font></div> <div><font size="3">“아니 안 좋을수록 밥을 잘 챙겨먹어야지! 병이라도 나면 어쩔라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자꾸만 내 속을 긁는 듯 한 아내의 말에 짜증스레 말했지만 사실 나도 마음이 조금 약해져 있었다. 사람이 힘들면 미신에라도 의지하게 된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멀쩡하던 아들 놈 다리가 부러지고, 회사는 불타고, 나와는 별 연관이 없겠지만 올해 공장 직원들 중에 크게 다친 직원도 두 명이나 됐다. 최근 몇 년간은 작은 사고 한 번 없었던 공장이었는데 말이다.</font></div> <div><font size="3">거래처 김 사장을 만나러 가면서도,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주머니 속에서 손가락이 꼬물딱 거렸다.</font></div> <div><font size="3">아내가 준 쪽지... 꾸깃하게 구겨진 종이가 마치 답답한 내 마음속 같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봉신당, 서울 ㅇㅇㅇ ㅇㅇㅇㅇㅇ ㅇㅇㅇㅇㅇㅇ]</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3.</font></div> <div><font size="5"><b>물</b></font><font size="3">어물어 당도한 곳은 여느 점집과는 조금 달랐다. 흔히 보이는 만(卍)자 표식도 없었고, 무당집에서 흔히 볼 법한 연등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냥 아주 허름한 3층짜리 건물의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었고, 붓으로 직접 휘갈겨 쓴 한 장의 플래카드가 간판 대신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720ZqMN6D1ft9ur.jpg" width="550" height="258" alt="크크크점집.jpg" style="border:none;"></div><br></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덕은 덕으로 업은 업으로, 봉신당]</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저... 여기가...”</font></div> <div><font size="3">“아이구 손님 운도 좋으시네 방금 예약 손님 하나가 캔슬 하셨는데 들어 오세요.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젊은 남자 하나가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책상 하나만이 덩그라니 놓여 있을 뿐 흔한 집기 하나 없어 무척이나 휑해보이는 내부가 영 못미더웠다. 그래서인지 점집이 아니라 숫제 흥신소나 사채업자 사무실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자 자! 머뭇거리지 마시고 어서 들어가세요. 저희가 원래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지금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한 동안 좀 하게 됐습니다. 좋은 기회에요 어서 들어가세요.”</font></div> <div><font size="3">“아... 저... 그... 그게...”</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뭔가 억지로 등 떠밀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젊은 사내는 그런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퇴로를 막고 몸을 밀착해 안쪽 방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뭐... 뭐야?]</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떠밀리다시피 하여 안으로 들어갔지만 의구심은 더 커졌다. 아내 말로도 최근에 신내림을 받았다고는 했지만 너무 어려 보였다. 잘해야 스무 살? 어쩌면 그보다 훨씬 어릴지도 몰랐다. 애 띤 얼굴에 젖비린내 날 것 같은 풋내가 그득한 처녀아이였다. 그 앞에 놓인 작은 책상도 불경처럼 보이는 낡은 책자가 놓여 있었는데, 실상은 불경보단 수험서나 참고서가 더 어울릴 법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애기 동자 모신 무당 얘긴 들어봤어도, 저건 숫제 애잖아 애...]</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빨리 돌아 나가자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책을 향해 있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얼굴이 화장이라도 한 듯 온통 새하얀데, 입술은 작은 것이 새빨갛고, 파르르하니 긴 속눈썹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아아... 저기 그러니까 제가”</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니다 싶으니 그냥 돌아나가면 그만인데, 도대체 내가 왜 그럴까 싶게 말을 더듬었다. 몸은 요상하게 굳어서 뻣뻣한게 이게 무슨 요지경인가 싶을 즈음 앞에 앉은 작은 처녀아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산송장을 집에 들여 두고 있으니, 근심과 우환이 끊이질 않는구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돌아오는 것이 있다)이라 했다. 놓아주질 않으니 갈 수가 없고, 가질 못하니! 복(福)이 와도 누울 자리가 없구나! 무릇 사람이건 짐승이건 덕업(悳業)을 입었으면 응당 그 보답을 해야 할 것인데, 네 어찌 恩惠(은혜)를 갚기는커녕,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산송장을 만들었느냐! 그러니 복(福)은 왔다 냉큼 가고, 화(禍)만 겹겹이 쌓이는데... 네 어찌 아직도 죄를 모르느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거친 호통소리</font></div> <div><font size="3">흡사 죄인을 바라보듯 부릅뜬 눈, </font></div> <div><font size="3">금방이라도 살을 베일 것 같은 날 선 음성에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font></div> <div><font size="3">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그렇게 하도록 배운 적도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3">다만 흡사 내 모든 걸 꿰뚫어 보듯 추상같이 쏟아진 그 말들에 나도 모르게 압도되었던 것 같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그... 그게 무.. 무슨...”</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네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개 짖는 소리가 우렁찬데 어찌 숨길 요량이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 아아...”</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머릿속이 한 대 쥐어 박힌 것처럼 멍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흐릿했던 어떤 잔상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font></div> <div><font size="3">무언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날 바라본다. 먼 발치에서 부터 나를 보며 달려오는 모양이 정겹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 도꾸...”</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덕을 받았으면 덕으로 갚아야지, 어찌 목줄을 죄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는가! 고향산천 그립다며 짖어대는 통에 복(福)이 놀라 달아나는데, 남은 것은 화(禍)요. 쌓이는 것은 업(殗)이니, 응당 순리대로 풀게나.”</font></div> <div><font size="3">“네? 네?”</font></div> <div><font size="3">“견공이라 함은 본시 머리가 총명하고 한 번 보고 들은 것을 잘 잊지 못하는데, 그 본새가 물 짐승 중 연어와 같으니 내 더 가르쳐 줘야 알아먹겠는가?”</font></div> <div><font size="3">“아... 아닙니다.”</font></div> <div><font size="3">“시끄럽고 냉큼 가게, 시끄러워 신령님들 다 노하겄네! 냉큼 가게!”</font></div> <div><font size="3">“네! 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쫓기듯 서둘러 문 밖으로 빠져나온 난, 내내 무언가에 홀린듯한 기분이었다. 내 속을 까뒤집어 훤히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당일수록 신통 방통 하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일평생 살면서 저렇게 신묘한 재주는 본 적이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감사합니다. 소문 많이 내주시고, 인연이 있으면 또 뵙겠죠. 참 이거 받으시죠?”</font></div> <div><font size="3">“이건... 무슨...”</font></div> <div><font size="3">“마일리지 카듭니다. 10번 오시면 한 번 공짜! 요 앞 커피숍도 이런 거 하데요? 저희도 만들어 봤습니다.”</font></div> <div><font size="3">“아... 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멍해 있는 사이, 문 밖의 젊은 사내에게 3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뺏기다시피 했지만, 머릿속에 어지러운 것은 온 통 도꾸와 아버지에 대한 생각뿐이지, 지갑 속 먼지 하나까지 털어 바친 30만원은 아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봉신당?]</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4.</font></div> <div><font size="5"><b>집</b></font><font size="3">에 돌아온 나는 곧바로 차의 뒷 자석을 접어 평평하고 널찍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안방의 장롱을 뒤져 몇 년째 쓰지 않던 손님용 이불을 꺼내 푹신하게 깔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아니 이 양반이 왜 이래! 멀쩡한 이불을 왜 차에다 깔아? 뭐하는 진 몰라도 점심땐데 밥은 먹고 해! 어라? 뭐유? 그 개는 뭐 할라고 차에 싣는데? 여보! 여보!! 도대체 뭐야? 응?”</font></div> <div><font size="3">“여보! 나 좀 가봐야겠소!”</font></div> <div><font size="3">“아니 개가 오늘 낼 오늘 낼 하니까 어디 갇다 버리는 건 좋은데, 냄새나게 멀쩡한 이불은 왜 거기다 깔아! 아 그리고 갈 때 가더라도 밥이라도 들고 가라니깐!”</font></div> <div><font size="3">“당신! 진짜 그럼 벌 받아! 여튼 나 아버지 댁에 좀 가봐야겠으니 당신은 그리 알아!”</font></div> <div><font size="3">“여보! 여보!”</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5.</div> <div><font size="5"><b>황</b></font><font size="3">당한 표정으로 대문 앞까지 나와 소리치는 아내를 뒤로 하고, 나는 서둘러 도꾸와 함께 돌아가신 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비록 아버지 사후 따로 관리를 하진 못했지만, 시골이라 팔리지 않아 집은 폐가처럼 남아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끼이이익]</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열쇠를 꽂고 돌리자 낡은 자물쇠가 경첩과 한 몸이 된 채 녹슨 소리를 내며 밀려나간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야... 이리 온...”</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가 부르자, 열려 있는 차 뒷 자석에서 도꾸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리 고개를 돌려봐야 백내장으로 희뿌옇게 변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일텐데, 무엇을 찾는지 녀석은 연신 고개를 움직인다. 그리곤 무언가 익숙한 내음을 찾는 듯 코를 내밀었다. 바싹 메마른 그 콧잔등은 그 늙고 노쇄한 몸뚱이 중 제일 쓸만한 건지... 도꾸는 그제서야 제 비루한 몸뚱이를 차에서 내려 비틀비틀 걸어왔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가 저 앞 큰길가에만 와도, 신나서 뛰어 오던 게 너였는데... 미안타... 그 몇 년 새 너만 이리 늙었구나”</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추억속의 한 장면이 떠올라 중얼거려 보지만, 내 말이 귀에 와 닿지 않는지 도꾸는 나를 지나쳐 살짜기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빼꼭 내민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앞도 보이지 않는 놈이... 하아아...”</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는 무얼 찾는지 잡풀이 무성한 아버지의 집 마당을 훑어본다. 이제는 을씨년스러운 폐가가 됐지만, 눈 먼 도꾸의 시선엔 아주 오래 전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추억 속 그때가 어릴 듯 했다.</font></div> <div><font size="3">녀석이 힘들여 걸음을 내딛는다. 예전 같으면 한 달음에 달려 들어가 빙빙 돌며 꼬리라도 힘껏 흔들어 댔으련만, 너무 오랜 기다림에 귀향객(歸鄕客)의 몸도 마음도 늙었다. 터벅 터벅 힘주어 걷는 그 걸음이 힘겨워 보였지만, 도꾸는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걷고 몸을 부대끼고 향취를 맞본다.</font></div> <div><font size="3">그렇게 하기를 몇 분이나 걸렸을까?</font></div> <div><font size="3">갑자기 노쇄한 귀향객이 마당 한 가운데에 조용히 주저앉는다, </font></div> <div><font size="3">머리를 제 꼬리 쪽에 파묻는 모양새가 흡사 이른 잠에라도 빠질 기세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야 괜찮으냐?”</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내가 묻자 도꾸는 대답이라도 하 듯 낑낑거렸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fon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821eAAdiRzcfRCx.jpg" width="450" height="300" alt="크누렁이4.JPG" style="border:none;"></div><br></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끼잉끼잉...”</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도꾸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하기엔 꽤 오랫동안 낑낑 거렸다. 못 다한 말들이 그리도 많았을까?</font></div> <div><font size="3">그런 도꾸가 반가운지 느즈막한 저녁에 때 이른 훈풍이 분다.</font></div> <div><font size="3">아침 뉴스에서도 이번 주 내 꽃샘추위가 한창이라 했기에, 왠지 그 바람이 석연찮다.</font></div> <div><font size="3">돌이켜보니 나 어릴 적 그때는 이런 바람이 당연하게 느껴졌었는데, 세상을 살고 바삐 움직이다보니 작은 바람조차 음미해본 것이 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font></div> <div><font size="3">훈훈한 바람에 나지막한 저녁 노을이 낡은 농가를 어루만진다.</font></div> <div><font size="3">따듯한 햇살의 마지막 기운에 도꾸도 나른한지 눈을 감았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6.</font></div> <div><font size="5"><b>그</b></font><font size="3">리고 그것이 도꾸의 마지막이었다.</font></div> <div><font size="3">잠든 것처럼 편안히, 그리고 조용히, 도꾸는 자신이 태어나 살던 그 곳에서 잠들었다.</font></div> <div><font size="3">끼잉거리며 울던 마지막의 흐느낌은 길었던 세상사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었을까?</font></div> <div><font size="3">아니면 사랑하던 누군가에게 보고 싶다 속삭이는 마지막 고백이었을까?</font></div> <div><font size="3">난 아직도 그 봄날의 일렁이던 바람을 기억한다.</font></div> <div><font size="3">삶의 연륜이 부족하고, 아직도 미련하여 다 알아듣지는 못 하지만</font></div> <div><font size="3">그 바람은 작은 속삭임이었을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3">두 볼이 아닌 귓가를 간질이고, 머리칼보단 가슴팍 한 켠에 흩날리는 속삭임...</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도꾸야 니가 올 때도 되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는기라... 내 한참 전부터 여서 기다렸다 아이가! 기왕지사 가는 길 내가 마중 나오믄 니가 을매나 반가워하겠나? 그래서 내 왔다. 자 내랑 가자... 할멈도 한참을 기다렸다 아이가? 병석이 손에 너 보내고, 은제나 보나? 은제나 보나, 살아 생전 보려나 했다. 인저 가자 도꾸야... 가자... 우리 다 너 올 때만 기다렸다 안하나. 가자... 울지마라! 이제 어디 안간다. 걱정마라 이제 안 헤어질끼다...천년만년 같이 살자]</b></font></div></div> <div><font size="3"><b><br></b></font></div> <div><font size="3"><b></b></font> <div style="text-align:left;"><b><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1/1452469833kpfxcDVk9.jpg" width="550" height="377" alt="크크워낭소리2.jpg" style="border:none;"></b></div><b><br></b></div> <div><font size="3"><br></font></div></td></tr></tbody></table><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