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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초록라임민트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4-10-24
    방문 : 22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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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133851
    작성자 : 초록라임민트
    추천 : 12
    조회수 : 3104
    IP : 61.47.***.168
    댓글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0/15 11:14:36
    원글작성시간 : 2015/10/15 08:08:36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33851 모바일
    [후방주의/스압주의] 톨비쉬를 진짜 핥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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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펌금지


    영화 '화양연화' 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지만 안 보신 분들 계실까봐..

    소설 내용과는 크게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오해하지 마세요. 저 왕가위 감독이나 해당 작품에 악감정 없습니다ㅠㅠㅠ





     

       연습







    - 다시는 당신이 이런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농담도 만용도 아니었다. 분위기에 휩쓸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때 톨비쉬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감사했으며 또한 진심으로 연민했다.
    기사도를 넘어 인간으로서 그의 진정을 담은 말이었다.



     "어머."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그녀가 톨비쉬를 돌아보았다.
    자박자박 그의 앞으로 걸어온 그녀는 그의 어깨에도 채 못 미치는 작은 체구에 동그란 얼굴은 물론이고
    높고 가는 목소리도 영락없는 어린 소녀였다.
    손에 쥐어진 시퍼런 칼만 아니라면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조그만 여자가 그를 보고 말했다.



     "진짜 의외다.... 당신, 그렇게 귀여운 말도 할 줄 알았어요?"



    그러더니 깔깔 웃어댔다. 쨍쨍하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백년 전에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았다.
    원래 그다지 진지한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여자가 말 몇 마디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도 같이 웃었다.






     - 마지막까지 제가...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말도 마찬가지, 톨비쉬로서는 전력을 다 한 맹세였고 그가 바칠 수 있는 최고의 경애였다.
    물론 이번에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대신 각오는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녀는 웃지 않았다. 웃을 상황이 아니긴 했다.



     "뭐, 그러려면 당신 꽤나 오래 살아야겠네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한 마디 했을 뿐이었다.
    당장 쓰러질 듯 휘청이는 다리를 억지로 버티며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에도 그녀는 고개만 저었을 뿐
    아무 말 없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길게 대화할 상황도 아니긴 했다.
    오히려 그녀는 톨비쉬의 주위를 경계하며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옆구리로 파고들려던 브릴루엔은 그녀의 칼날에 째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목을 노리고 뛰어든 펜아르와 그 뒤를 이어 덮쳐오던 제바흐도 다르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친 톨비쉬가 미처 눈치도 채기 전에 그녀가 움직였고 어김없이 뜨거운 피가 톨비쉬의 얼굴에
    흩뿌려졌다.
    지금껏 고전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그녀는 말 그대로 펄펄 날아다녔다.
    선지자도 아니고, 사도도 아니고,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계신도 아니고...
    별 것 없는 칼 한 자루 들고 날뛰는 소녀애 하나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잘난 척 태연한 척 버티고 서 있었지만 몸이 힘든 것보다는 자신이 한심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아~ 말 한번 길게 하네. 그러니까 결국 애들 좀 봐달라는 얘기 아니에요?"



    그것도 공짜로, 라고 한 마디 덧붙이고 그녀는 불량스러운 태도로 탁자에 턱을 걸치고 앉았다.
    벌써 이 땅에서만 3백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짧은 인생이지만
    톨비쉬 역시 어린애는 아니었고 수많은 인간들을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는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발랄한 소녀의 모습, 그 모습에 어울리는 경쾌하고도 극도로 변덕스러운 행동.
    누가 봐도 황당한 알터와의 첫만남이나 아벨린의 뾰족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알반 기사단을 도와준
    이유를 물었을 때, 그녀는 뭐 그런 걸 다 묻냐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거 말고 뭐 있겠어요?


    ...머리 위로 제바흐와 기르가쉬가 한꺼번에 뛰어내린 기분이었다.







     "......!"



    숨막히는 비명을 간신히 삼키며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어둠 속에 달빛이 희끗하게 새어들어오는 걸 봐서 자정을 넘기지는 않은 모양이다.
    푹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일어나려 했는데, 웬일인지 몸이 일으켜지지가 않는다.



     "웬 땀을 그렇게 흘려요?"



    거의 속삭임 수준의 작은 목소리인데 이상하게 가까이서 들렸다. 정확히는 그의 배 위에서.
    톨비쉬는 다시 한번 일어나 앉으려다, 이번에는 양 어깨를 누르는 힘에 밀려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나기를 포기하고, 대신 입을 열었다.



     "...목이 마른데요."



    잠시 시간을 두고, 마른 입술 사이로 차가운 물이 스며들어왔다. 물보다 조금 덜 차가운 혀도.
    날렵하게 움직이는 혓바닥이 윗니 뒷쪽과 입천장을 핥다가 작은 이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물러났다.
    그러는 동안 부옇던 시야가 조금 어둠에 익숙해졌다.
    그래봤자 흐리멍덩한 흑백 덩어리로 보이던 것들이 조금 더 깨끗하게 보일 뿐이지만.
    여러 갈래로 가늘게 땋아내린 빨간 머리카락만은 어둠 속에서도 꽤 선명하게 보였고, 그 머리채 끝이
    톨비쉬의 가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꿨어요? 뒤척거리고 허우적대고 난리도 아니던데."
     "좀 깨워주지 그랬습니까."



    한숨을 쉬며 그러자 그녀가 킥킥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얼굴이 재밌길래."



    말을 말아야지. 대꾸할 기운마저 사라진 톨비쉬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 마냥 그녀가 유연하게 상체를 숙여 그에게 키스해왔다.
    입술 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에, 그리고 땀에 젖어 눅눅해진 목에도.
    잠이 덜 깬 몸이 조금씩 달아오르다가 곧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요? 내가 살던 곳- 그러니까 여기 오기 전에 살던 곳에는."



    잠시 떨어지나 싶더니 그녀의 얼굴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톨비쉬는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영화라는 게 있었어요. 설명하자면 길고 알아듣지도 못할테니까, 대충 연극 비슷한 건데."



    다정하게 뺨을 어루만지는 손은 조금 차가워서 톨비쉬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여자랑 남자 이야기인데요..."



    귓볼을 제법 아프게 깨물고는, 귓가에 속삭인다.



     "항상 잘 차려입고 다니는 여자였어요. 꽤 예뻤고. 남자는 뭐, 오래돼서 잘은 생각 안 나지만 성실하고
     상냥한 남자였고요. 어떤 사이였을 것 같아요, 둘이?"



    대답하려 했지만 곧장 키스해오는 바람에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



     "그 둘은 공통점이 있었어요."



    점점 거칠어지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톨비쉬가 물었다.



     "...그게 뭐죠?"
     "성실하지 못한 배우자를 뒀다는 거. 그 여자 남편도, 그 남자 아내도, 바람피우고 있었거든요."
     "...슬프군요."
     "그렇긴 한데, 세상엔 그것보다 더 슬픈 것도 많아요."



    그녀는 조금 뒤로 물러앉더니 다시 몸을 굽혀 톨비쉬의 가슴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맨살을 더듬는 손과 입술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는데, 그게 그녀의 체온이 낮아서인지 자신의 몸이 달아오른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꾸 베개를 파고들듯 뒤로 젖혀지는 목을 억지로 가누며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려 애썼다.



     "더 슬픈 건... 뭡니까."
     "그 남편이랑 그 아내가 서로 눈이 맞았거든요... 둘이."
     "...그건, 충격......이네요..."
     "어머. 더 충격적인 것도 있는데요?"
     "그게... 뭐죠...?"
     "그 여자랑 그 남자도 서로 사랑하게 됐거든요."



    톨비쉬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그건... 정말로 슬프군요..."



    그러나 더 이상은 말도 생각도 이어나가기가 어려웠다. 그녀의 입술이 닿은 자리마다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온 몸에 땀이 배어나올 때쯤, 고문하듯 끈질기고도 느릿하게 키스하던
    그녀의 입술이 톨비쉬에게서 천천히 떨어져나갔다.
    천 갈래 만 갈래 흩어지려는 정신을 애써 다잡아 올려다보았지만 어두워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소녀답게 가느다란 허리와 덜 여문 곡선으로 이루어진 몸이 가볍게 자신의 몸을 짓눌러오는 것만은
    느껴졌다.






     - 해줄 수도 있어요. 보모 노릇.



    그게 아니라 실질적인 훈련 지도를 해달라는 얘기라고 정정해줬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작은 손에 펜을 쥐고 톨비쉬의 책상 위에 이런저런 의미없는 낙서를 끄적이고 있었다.



     "난 재미없는 일은 정말로 안 해요. 하다못해 보수라도 짭짤하든가."
     "하하, 글쎄요. 보수는 약속드릴 수 없지만, 나름대로 보람있을 겁니다. 견습 기사들의 재능이나 성실함에
     대해서는 제가 보장- "
     "이봐요, 기사님."



    정면으로 날아오는 펜을 톨비쉬는 가볍게 붙잡았다. 괜히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화가 계속될수록, 그는 명랑한 태도를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걸 느껴야 했다.
    브릴루엔을 제외하고 여자를 한 대 치고 싶은 생각이 들긴 맹세코 처음이었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선생놀이 한번 안 해봤겠어요? 아, 그런 것까지는 조사를 안 했나."



    책상 위로 폴짝 뛰어올라 톨비쉬의 앞에 앉은 그녀가 심드렁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희가 당신을 주시했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뜻이든 저런 뜻이든 내 알 바 아니고요."



    작고 하얀 발이 까딱거리는 게 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어설프게 걸처져있던 샌들이 휙 날아가버렸다.
    한숨을 내쉬며 주우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하얀 맨발이 그의 어깨를 툭 차며 주저앉혔다.



     "안 봐도 뻔해요. 그 애들이랑 몰려다녀봤자 하나도 재미없을걸."
     "그렇지만 방금 하시겠다고..."
     "그래요. 조건부로."



    손도 아니고 발로 장난치듯 어깨를 툭툭 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톨비쉬는 잠자코 기다렸다.



     "당신이 재미있게 해주면, 생각해보겠다는 거예요."
     "...제가요?"
     "그래요. 당신이."



    저도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은 아닌데요, 라고 웃으며 말하려던 순간 톨비쉬의 얼굴이 굳어졌다.
    뒷머리를 붙잡은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뭘로 붙여놓은 듯 꿈쩍도 않고, 되려 자신의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져 아프기만 했다.
    그의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야 그녀의 입술이 떨어졌다.
    톨비쉬는 젖은 입가를 닦으며 경악을 담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외치는 듯한 그 표정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기 싫으면 그만두십시오. 강요할 생각 없습니다."
     "아, 정말요?"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인생에 이런 모욕은 없었다. 선지자들조차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다.
    톨비쉬는 서류를 거칠게 탁 덮으며 일어섰다. 미소 따윈 사라진지 옛날이다.


     
     "당신들은 내가 필요하잖아요. 막강한 전투력에 죽고 싶어도 못 죽는 전대미문의 공짜 용병이."
     "전 그런 말 한 적 없..."
     "그런 말 맞아요.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베일에 꽁꽁 싸인 당신 윗분들도 알죠. 저 문 너머에서 어떤 일이
     터졌을 때 결정적인 골칫덩어리는 결국 내 몫이라는 걸. 아니에요?"
     "이봐요!"
     "당신의 동료들이나 어린 후배들이 개죽음 당하길 원해요?"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 전에 살기가 얼굴을 찔러왔다.
    하얀 발 끝이 그의 허리를 툭툭 쳐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고,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다시 앉아있었다.



     "당신이 얼마나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힘은 당신들처럼 고상하게 기도나 올리고 허수아비 상대로 하루에
     칼 천 번 휘두르기 따위를 하면서 얻은 게 아니에요. 악귀보다 더 한 신들을 때려잡고 그 대가로 얻은 힘,
     수십 수백번 깨지고 터지고 불에 타서 죽어가면서 얻은 힘이죠. 무슨 뜻인지 알아요?"
     "......"
     "이제 알겠죠. 옛날옛적이라면 모를까, 난 이제 누굴 구해주고 싶다거나 세계를 지키겠다거나 그런 유치한
     영웅 심리로는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고 보면 아벨린이 참 순진하긴 하네. 아무튼, 난 손톱만큼도 흥미가
     안 생기는 일이라면 공짜로는 안 해요, 이제. 그러니 지금까지 1년간 당신들과 함께 굴렀던 게 헛수고라고
     판단된다면 확 뒤엎어버릴 수도 있다고요. 짜증나니까. 아무리 불사신이라도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
     "......"
     "설마, 내가 아튼 시미니 따윌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주르륵, 책상 아래로 그녀의 몸이 미끄러지듯 내려와 그의 허벅지 위에 내려앉았다.
    천진난만한 미소가 톨비쉬의 눈을 가득 채우고, 톡톡 소리도 경쾌하게 그의 상의 단추가 하나씩 뜯어졌다.



     "그리고 장담하는데요-"



    그녀는 다정하게 톨비쉬의 뺨을 감싸쥐었다. 마치 연인처럼.



     "이건 나만 재미있는 일은 아닐걸요?"









    턱턱 막혔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톨비쉬는 온 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려버린 걸 느끼며 눈을 감았다.
    사지가 돌덩이처럼 무거운 것도 같고 구름처럼 가벼운 것도 같은 이 느낌은 도대체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슬쩍 눈을 뜨고 돌아보니 곁에는 그녀가 그의 팔을 베개삼아 누운 채 얕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옆얼굴에는 나른한 만족감이 퍼져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죠?"
     "뭐가요."
     "그 영화인지 하는... 그 여자와 남자."
     "아, 그거."



    톨비쉬를 향해 돌아누우며 그녀가 생긋 웃었다.



     "뻔하잖아요. 잘 됐겠어요?"
     "...그런겁니까?"
     "그런 건데, 그 과정이 웃겼죠."
     "왜요?"
     "둘이, 이별 연습을 했거든요."
     "...그게 왜 웃기죠?"



    그녀는 피아노를 치듯 톨비쉬의 가슴 위에 손가락을 까딱까딱 눌렀다.



     "웃기잖아요. 그 바람난 인간들은 다 자기 행복 찾아 떠났는데, 둘은 엇갈리고 엇갈리다 끝까지 엇갈려서
     결국 서로의 불행을 곱씹으며 이야기가 끝나요. 세상은 물론이고 본인들에게도 그 사랑은 영원히 비밀이
     되면서."
     "......그건."
     


    톨비쉬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땀이 식으니 어깨가 선뜩해졌다.



     "...그래요. 정말 웃기는군요."
     "그렇죠?"



    그녀는 만족스레 웃으며 다시 똑바로 누웠다.



     "우리도 언젠가는 해야 할까요."
     "뭘요?"
     "...이별 연습?"



    그 말에 대답 대신 웃음 섞인 하품 소리가 옆에서 터져나왔다.



     "당신이랑 내가 그런 거 해야 하는 사이였어요? 처음 알았네."
     "꼭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요."
     "해야 하고 말고가 아니라 할 필요도 없잖아요. 협박으로 시작했고 조만간 끝날 일인데."
     "...협박인 줄 알긴 아십니까."



    다시 대답 대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몸을 빙글 돌려 톨비쉬의 어깨에 입술을 묻는 게 느껴졌지만, 이미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걱정 말아요. 연습이고 뭐고, 일만 끝나면 난 휘리릭 하고 사라질 예정이거든요."
     "...사라져요?"
     "당신은 마지막까지 어쩌고... 제법 감동적인 말도 하고 그랬지만, 뭐 지금도 그러고 싶은 건 아니죠?
     나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적당히 놀다가 사라져야죠."
     "적당히가 아닌 것 같은데..."
     "맞아요. 적당한 거. 딱 여기까지."



    입술 사이로 촉촉하고 따뜻한 것이 밀고 들어와 잠기운에 무거워진 그의 혀를 건드렸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자장가 같다.
    반쯤 잠이 든 톨비쉬의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마지막까지 보는 건 나도 이제 힘드니까..."






    출처 내 거친 머리와 불안한 손
    초록라임민트의 꼬릿말입니다
    이거 써봐야 돈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내가 뭔 영광을 보겠다고 이 아침에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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