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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082486
    작성자 : blackdog
    추천 : 58
    조회수 : 2789
    IP : 112.159.***.91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19 14:11:14
    원글작성시간 : 2015/06/15 22:03:18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82486 모바일
    사랑하는 내동생 성원아
    어느덧 이 작았던 아이가 군대에 가는구나
    사랑한다 성원아
    부족한 형이 진심을 담아.. 
    출처
    어떻게 어떤말로 시작해야 할지
    못난 형은 잘 모르겠다

    어느새라는 표현으로도
    너의 입대가 실감나지 않을만큼

    너의 입대, 심지어 많이 늦은 입대가
    빠르게도 다가왔구나

    우리 형제
    정말 많을 일들이 있었다 그치?

    너와 얘기하기엔
    너의 입대가 다가와
    쉽사리 털어놓기도
    얘기를 이어가기도
    우리에게는 참 부족할 것 같아 

    성원아!
    형은 네가 참 밉다

    근 몇 년간의 너의 삶이
    형은 참 밉다

    어릴적에는 때려도보고
    그러고는 달래도보고
    성인이 된 후에는 술 한 잔
    나누며 너와 진솔한 얘기도 해보고

    그래도 변하지 않는 네가
    형은 참으로 밉다!
    아니 오늘까지만 해도 참 미웠다

    입대 전 가족끼리의 마지막 식사

    원래 계획이라면
    내일 춘천까지 부모님 모시고
    다녀오고 싶었지만
    형이 그럴 수가 없었어

    회사 분위기도 있고
    동생의 입대 이유로 연차쓰기도 눈치보이고 말야

    한시간 일찍 퇴근해 집에 있는 널 보았을 때
    딱 그때까지만해도
    형은 네가 참 미웠다

    식사준비를 마치고 우리 네가족
    밥상 앞에 앉았지

    심지어는 오늘도 순탄치 않았어
    아마 네가 많이 속상했을거야

    그토록 밉던 너와 마주보고 상에 앉으니

    어머니가 차려주신 진수성찬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형은 참 많이 울었지

    바보처럼 이내 너도 많이 울더라

    죽으러 가는것도
    전쟁에 나가는것도

    영영 못 볼 것도 아닌데
    우리는 참 많이 울었다 성원아

    형이 군복무 할 시절에
    형 역시 늦은 입대를 했었지
    기억나니?

    어머니가 보내준 처음 읽어보는 손편지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어차피 갈 것을 따듯하게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 고..

    오늘 우리가족의 밥상앞에서
    형은 어머니의 그 글귀가 떠올랐단다

    어차피 갈 것을
    조금 더 잘할것을
    조금 더 따듯하게 대할것을
    조금 더 조금만 더
    다정하게 널 대할것을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후회되고

    못난형은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성원아
    내 사랑하는 동생
    성원아

    형의 진심을 직접 전하지 못하고
    이렇게 문자로 표현하는 것조차 부끄럽고 미안하다

    형은 항상 네게 자랑스러운 형이고 싶었어
    형의 욕심에 네가 많이 힘들었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네가 스무살이 되고
    술을 마시고
    형에게 형때문에 숨막힌다고 했던 날
    형은 그 날 참 많이 울었다

    서운해서
    미안해서
    형은 그 날 참 많이 울었다

    그 후로 바뀌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그 날 이후에 나는
    네게 어떤 형이였는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형이 술에 취했나보다
    무슨 얘길 하는지 형도 잘 모르겠어

    오늘밤이 지나면
    꽤 오랜시간은 마주 할 수 없겠지?

    못난 형은 네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더 좋은 형 멋진 형
    네게 자랑스러운 형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게 

    항상 부족해서
    형이라는 그늘 안에 살게해서

    형이 많이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형의 마음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것도 욕심이겠지만 말야

    성원아! 
    형은 네 덕분에 알게 된 이 따듯한 곳에서
    형은 참 많은 위로를 받았어

    군복무 시절 유일하게 사지방을 이용하는 이유였고
    울기도하고 웃기도하고 함께 분노하고
    또 함께 한 발 나아가는 그런 곳이였는데 
    너에게도 이곳이 형에게처럼
    따듯한 곳이길 바란다 성원아 

    성원아
    유난히 네 이름을 많이 불러본다
    글을 쓰지만 소리내어서도
    수십 수백번 되뇌이는 내 동생

    성원아
    돈 걱정하지 말고
    집안 걱정하지 말고

    몸 건강히 조심히 다녀와라
    형이 있잖아

    항상 네 편인 형이 있잖아

    형도 내일의 출근을 위해 이제 자야겠다
    너도 누우러간지 좀 됐지만
    아마도 잠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겠지?

    생각이 많을테지만
    늦지 않게 자려무나

    내일 잠든 네 모습이 당분간의 마지막 만남이겠지?

    조심히 건강히 잘 다녀와라 내동생
    성원아 내동생 성원아

    못난 형이 널 너무 많이 사랑한다
    너무 너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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