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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078407
    작성자 : 말카비언
    추천 : 43
    조회수 : 4118
    IP : 61.73.***.146
    댓글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12 13:33:23
    원글작성시간 : 2015/06/12 12:54:46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78407 모바일
    내가 고등학교 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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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가 다니던 학교와 집까지의 거리는 뛰면 3분, 걸으면 5분 남짓 걸리는 그런 거리였다.

    덕분에 나는 저녁을 집에서 먹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여유롭게.

    그 때도 여느때와 다름 없이 저녁을 먹고 학교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날씨는 살짝 쌀쌀했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집과 학교 사이의 초등학교를 지나는 도중 이상한 털뭉치가 보였다.

    처음엔 왠 모피모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나 하고 지나가려는데,

    모자가 움직였다.

    순간 내눈을 의심했다.

    나는취하지도 대마초를 피우지도 않았는데 내 눈앞에서 모자가 움직이네?

    멍청한 마음으로 다시 살펴보니 모자가 아니였다.

    토끼였다.

    대표적인 토끼의 특징인 초식성, 조루, 커다란 귀, 귀여운 외모, 복슬복슬한 털 등등을 떠올려 봤을 때

    그건 그냥 토끼였다.

    단지 황당하게도 있을 수 없는 곳에서 튀어나온 토끼일 뿐....

    거리에는 사람도 없었다. 한두명 지나가도 휑하니 지나가기 바뻣다. 저게 모자로 보였거나 관심도 없었겠지...

    다시 살펴보니 토끼는 등쪽의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었고, 비를 맞아서 그런지 지쳐보였다.

    내가 다가거나 만질려고 해도 몇걸음 밖에 도망을 안갔으니 비를 꽤 많이 맞았던 걸로 보였다.

    난처했다. 내가 아무리 부처님이 아니지만 이 토끼를 외면하기가 지극히 어려웠다.

    근처에는 동물병원도 없었고, 저게 살아숨쉬는 털뭉치라는 걸 아는건 나뿐이었다. 게다가 돌아가야할 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초등학교가 보였다.

    흙먼지 밖에 안날리는 우리 학교 보다는 운동장 주변에 초록색이 많이 있는 학교.

    초등학생들이 많은 걸 체험할 수 있게 꽃이이 풀이니 버섯나는 썩은 나무 등걸, 부레옥잠이 사는 작은 못 등등등

    나는 토끼를 초등학교 안으로 몰았다.

    어찌저찌하다가 학교 울타리 밑으로 들어간 토끼를 보고 나는 야자를 하러 학교로 돌아갔다.


    며칠 후에 소식을 들었다. 초등학교에 토끼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가 토끼를 쫒는 초등학생들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띄워졌다.

    나중에 산책을 나가서 토끼가 있는 학교를 들른 적이있었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다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왠 토끼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깐 가까이 다가갈려고 하자 토끼는 잽싸게 도망쳐버렸다.

    한두걸음 움직이던 그 비오던 날과는 딴판으로 아주 쌩쌩해보였다.

    다시 풀맛을 느끼게 해준 은인을 몰라보는 듯 하여 원망스러웠지만

    뭔지 모를 감격에 절어서 한참동안 산책을 했던걸로 나는 기억한다.
    말카비언의 꼬릿말입니다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이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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