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장세진 교수의 '전략 & 인사이트'] 애플의 하도급업체 관리 노하우… "맡기지만 통제한다"
팍스콘에 공장 운영만 위탁
생산 노하우·설비 소유권
애플이 모두 가지며 통제
작년 시설투자 95억 달러
도요타에서 영감 얻어
"부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기술마저 갖지 않는다면
부품업체를 장악 못한다”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는 흔히 애플이 하도급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대만의 하도급 생산 업체인 팍스콘(Foxconn)은 중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해 애플 제품을 생산, 납품하고 있다.
애플은 하도급 생산을 통해 생산 설비나 기계와 같은 고정자산과 재고와 같은 운전자본 투자 부담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처럼 하도급 생산 전문 기업에 생산을 위탁하고, 스스로는 제품 디자인과 개발에 주력하는 핵심 역량적 분업화가 미래의 기업 모델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통설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애플은 뛰어난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 설비에도 많이 투자하는 제조업체이다. 다만 공장 운영만 팍스콘에 위탁하고 있을 뿐이다.
애플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자. 애플은 작년에 1560억달러의 매출에 417억달러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26.7%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을 자랑한다. 그런데 시설 투자액도 103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중 8억달러는 애플스토어와 같은 매장에 대한 투자지만 95억달러는 순수한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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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의 공장에 있는 대부분의 생산 설비와 기계를 애플이 소유하고 있다. 즉, 애플이 자신의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요한 기계와 생산 설비를 직접 구매해서 팍스콘에 임대해주고있는 것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深?)에 위치한 팍스콘 공장의 노동자들. 대만의 하도급 생산 업체인 팍스콘은 중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해 애플 제품을 하도급 생산하고 있다. / 코르비스
이는 애플 특유의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애플이 스스로 생산 설비를 직접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폰의 내장형 안테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품 케이스를 만드는 금형 등 애플이 생산 기술을 갖고 있는 예는 수없이 많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칩도 애플이 직접 디자인해서 삼성전자와 TSMC가 하도급 생산을 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이 생산 노하우와 생산 설비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폭스콘은 애플에 대해 절대적으로 을(乙)의 입장이다. 애플이 맘만 먹으면 다른 하도급 업체로 설비를 옮길 수 있다. 주요 설비를 애플이 소유하므로 애플의 허락 없이 그 설비를 사용해서 다른 고객을 상대할 수도 없다. 독자 브랜드는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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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팀 쿡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도요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도요타의 도요다 쇼이치로 전 회장은 "우리가 부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기술마저 갖고 있지 않는다면 부품 생산업체를 장악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부품을 내부에서 만들어 본 다음 외부에 발주를 한다"고 말했다. 즉, 하도급을 줄 때 직접 만들어 보고 비용 구조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업체를 통제할 수 있고, 부품업체가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애플의 하도급 생산에 대한 오해는 '하도급 생산= 생산 노하우 없음'이란 단순한 등식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생산 노하우 없는 하도급 생산은 '생산 공동화(生産 空洞化)'에 불과하다. 오히려 생산 노하우가 있어야 하도급 생산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