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늑대가 다람쥐를 사냥할 때 쓰는 방법이 있다.</div> <div><br></div> <div>늑대는 다람쥐가 사는 나무 아래로 다가가 갑자기 바닥에 몸을 비비며 발광을 하거나 </div> <div>자기 꼬리를 무는 등 이해할 수 없고 기괴한 행동을 한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행동에 호기심이 생긴 다람쥐는 그 유혹에 이끌려 나무를 내려와 늑대에게 다가가게 되는데,</div> <div>둘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느낀 순간, 늑대는 검은 아가리로 다람쥐를 한입에 집어삼킨다</div> <div><br></div> <div>늑대는 호기심을 사냥 도구로 쓴다.</div> <div>그리고 '그것'도 마찬가지다. 그것 또한 호기심을 도구로 사용한다.</div> <div><br></div> <div>그걸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div> <div><br></div> <div>'그것'을 볼 수 있던 시기는 어렸을 적부터였다. 하지만 그건 참새나 까치보다 보기 힘든 것이었고 기억도 별로 없다. 다만 '그것'을 봤다는 것 정돈 기억이 난다.</div> <div>그러다 고3 때 스트레스 때문에 가위에 자주 눌리다 보니 '그것'이 점점 뚜렷해졌고 '그것'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군대 때. '그것'은 이제 내 관심사였고 주변 동기에게도 재밌는 흥밋거리였다.</div> <div>하지만 내가 '그것'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것'도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다행히도 그때는 내가 '그것'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는 걸 빠르게 자각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얼른 멀어질수가 있었다.</div> <div>특히 그저 보이기만 할 뿐이었던 '그것'이 내게 점점 다가오며 나를 '볼 때'부터 뭔가 잘못됬다는 걸 알아챘을 때의 공포는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div> <div>물론 그 후 간절히 거리를 두어서 겨우 그것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수가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무난히 노력한 끝에 이제 내 삶에 '그것'에 대한 관심은 흐려졌고 동시에 '그것'또한 내 주변에서 흐려졌다.</div> <div>그 글을 쓰기 전까진 말이다.</div> <div><br></div> <div>어차피, 사회에 나오니 군대와 다르게 더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곳도, 관심 가질 사람도 없었기에 자연스레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div> <div>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본 오유에서 '병신백일장'을 하는 거였다.</div> <div>평소 글쓰기를 좋아해서 참가해보고 싶었고 주제가 '공포'라고 하니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div> <div> </div> <div>이젠 지나간 옛이야기고, 한번 거리를 둬본 적이 있으니 한 번 더 하는 것 쯤이야 하는 자신감에 담담히 기억 속에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어 풀어냈다.</div> <div>다행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평가도 받았다.</div> <div>그렇게 좋은 성적으로 백일장이 끝나고 뿌듯한 마음에 내가 쓴 글도 여러 번 읽고 그때의 기억도 더듬곤 했다. 혹시 다음에도 또 써먹을 기회가 있을까싶어서 말이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백일장이 끝난 그 날 저녁,</div> <div>정말 오랫만에 '그것'을 보았다.</div> <div>하는 일이 길어져서 새벽까지 일을 끝마치고 컴퓨터를 끄고 거실에 나와 물컵에 냉수를 담아 꿀꺽꿀꺽 마셨다.</div> <div>그리고 물컵을 천천히 내렸을때 거실의 큰 창문너머로 멋진 야경과, '그것'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베란다를 터버린 아파트라 넓은 창문밖으로 보이는 야경은 늘 멋졌다.</div> <div>하지만 그 멋진 야경의 일부분을 검은 담요같은게 가리고있었다.</div> <div><br></div> <div>누가 한손으로 담요를 잡고 늘어드린것처럼 위쪽이 둥글고 아래쪽으로 늘어뜨려진 검은 담요는 미동도 없이 창밖 허공에 '걸려'있었다.</div> <div>처음엔 윗층에서 누군가가 담요를 걸어놨을꺼야, 설마 '그것'이라고 해도 창문 밖에 있으니까 저 정도는 뭐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지만</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다음날 </div> <div>그것은 창문 안으로 들어와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모습 똑같은 위치에 말이다.</div> <div>창문 안쪽에 들어와있다는걸 알아챈순간 나는 고개를 숙였다.</div> <div>봐선 안된다 아는척해선 안되고, 생각해선 안된다 분석하면안된다. 왜 저게 저기있지 저게 뭐지 저런게 있을수가있나 뭘까 궁금한데 다시 봐볼까. 절대 안된다. 절대 저것에 호기심을 가지면 안된다. 절대.</div> <div>그간 경험으로 알고있었고 그렇게 해야만 그것이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걸 알고있었다. 그렇게 믿고싶었다.</div> <div><br></div> <div>컵을 대충 놓고 고개를 숙인채로 덤덤히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늘 보던 침대가 수상했고</div> <div>커튼이 원레 젖혀져있었는지 닫혀져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 반쯤 열린 커튼틈사이는 너무 어두컴컴했다.</div> <div>감히 발을 쭉 뻗을 자신도 없어서 잔뜩 웅크린채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div> <div><br></div> <div>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았지만 다행이 그 날 밤은 무사히 잠들수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다음날</div> <div><br></div> <div>일은 일찍 끝났다. 목도 마르지 않았다. </div> <div>궂이 밤늦게 컴퓨터를 붙잡고 일을 할 필요도 없었고 어두운 거실에 나가 물을 마실 필요도 없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어제와 같은 새벽에, 나는 물을 마시러 거실에 갈수밖에 없었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것을 또 볼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span></div> <div><br></div> <div>검은 그것은 어제와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모습을 하고있었지만</div> <div>한가지 다른점은 무수히 많은 하얀 치아를 보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모습이 너무 이해할 수 없고 기괴해서 나는 그것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의 이야기는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상입니다. 백일장 공모가 뜬거 보고 글을 썼는데 첫 응모작이 될줄은 몰랐네요.</div> <div>저번에도 참가했었는데, 저번 응모작도 그렇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번 응모작도 역시나 실화입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별로 각색하지 않았네요 그 후 이야기는 더 쓸 자신이 없고 글이 길어질까 싶어서 지웠습니다. </span></div> <div>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