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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012747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18
    조회수 : 5692
    IP : 199.115.***.218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2/02 21:27:48
    원글작성시간 : 2015/02/02 11:33:4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12747 모바일
    [데이터주의] 창녀와 나 <6>

    1편부터 보셔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창녀와 나"로 게시판 검색
    다소 불편한 표현이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설정 변경으로 인한 어색한 사투리 주의


    -------------------------------------------------------------------------

    아버지의 이야기...

    1.jpg


    19XX년 X월 X일

    없는 살림에 나에게 시집와 평생 동안 고생만 하던 내 아내...
    드디어 그런 아내를 위해 아내가 그토록 가고싶어하던 해외여행이란 것을 처음 하게 됐다.
    마치 소녀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 나 역시 너무도 행복하다.
    비록 형편상 우리 설희를 데려가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설희는 아직 어리니까 언젠가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설희야 널 데려가지 못해서 미안...
    언젠가 네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되면, 아빠가 꼭 더 좋고 멋진 곳으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 약속!






    19XX년 X월 X일

    3.jpg


    난생 처음 와보는 해외... 필리핀에서 쓰는 일기는 남다른 감흥을 준다.
    식사는 조금 안 맞는 편이지만, 이국적인 정취와 따듯한 날씨는 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라 아내도 나도 만족하고 있다.
    너무 저렴한 관광 상품을 택해서 온 관계로 제대로 된 관광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딘가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쪽을 좋아하다 보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듯 하다.
    가이드는 치안이 좋지 않으니 위험하다며 한사코 말렸지만, 여태 아무 문제없었던 걸 보면 어쩜 자기들이 준비한 관광 상품을 이용하게 만들기 위한 수작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내일은 드디어 관광의 마지막 날이다. 
    저녁 비행기로 우리는 김포로 돌아가게 되겠지...
    가이드는 저녁녘에나 우리를 데리로 온다고 했다. 


    4.jpg

    오늘 밤은 아내와 함께 설희에게 줄 선물도 살 겸 야시장에 들를 생각이다.




    19XX년 X월 X일

    이상하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마치 진짜처럼 생생한... 악몽이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다.
    야시장에서 간단한 기념품을 사고 돌아오던 아내와 나... 
    그리고 느닷없이 닥친 현지 불량배들...

    5].jpg



    빼앗으려는 놈들과 빼앗기지 않으려던 우리, 조금 격해졌던 실랑이...


    [그리고 한 발의 총성...]

    6.jpg


    꿈일진데... 왜 내 기억속엔 그 총성이 너무도 선명하게 들리는 걸까?
    총구가 불을 뿜는 순간 모든 것이 느려지며 내 두 눈에 날아오는 총알이 보였지, 그리고 그것은 내가 미처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다가와 내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에 닿고, 회전하며 몸 속을 통과하는 그 생생한 느낌... 고통... 충격...
    어찌 그것을 잊을 수 있을까?
    야시장엔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내 말에 아내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묻지만...
    내가 이 꿈을 아내에게 이야기해준다 한 들 아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그 꿈속에서 느낀 [내가 죽어가는 느낌]을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만 같다. 

    7.jpg


    19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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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내내 [당신 때문에 설희한테 줄 선물을 못 샀으니 어쩔꺼예요!]라고 핀잔을 주는 아내...
    꿈 때문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평소의 나를 잘 아는 아내는 나에게 자꾸 이상하다는 말을 되 뇌인다. 
    하지만 이상한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 꿈을 꾸었던 날... 그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난 날...
    그날 아내는 아침부터 저녁 때 까지.. 똑같은 말을 했다.. 


    [꿈속에서 아내가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왤까? 왜 일까? 도대체 그 꿈은 뭐였을까?


    19XX년 X월 X일


    여행을 다녀 온 이후, 아내의 표정이 왠지 좋지 않다. 이상한 마음에 계속 캐 물어보지만 그저 피곤하다고만 할 뿐 왠지 나를 피하는 아내...
    뭘까? 무언가 내가 섭섭하게 한 것이라도 있는 걸까?
    그날 필리핀에서 야시장에 가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걸까?

    12.jpg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아내는 겨우 그 정도 일을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자꾸만 식은땀을 흘리고, 나를 외면하는 아내...

    2015-02-02 10;16;05.jpg

    도대체 뭐지?



    19XX년 X월 X일

    오늘 모처럼 거래처에 다녀오던 길에 잠깐 집에 들렀는데, 이상하게도 아내가 집에 있었다.
    그 시간엔 아내도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무래도 이상해 물으니, 아내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감기몸살 때문에 하루 쉬는 거라고,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한다.
    그냥 단순한 감기몸살이라면 좋겠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13.jpg

    19XX년 X월 X일

    뭔가 정말로 이상하다. 
    왠지 자꾸 나를 피하는 아내...
    오늘은 심지어 시골에 있는 먼 친척에게 한동안 가 있으면 안되겠냐는 말을 했다.
    그 친척은 꽤 먼 친척이어서 평소 왕래도 없던 남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인데, 아내는 왜 그 곳에 가겠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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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희가 아직 어린데... 설희까지 두고 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더욱 더 수상하다.
    내가 아는 아내는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
    누구보다도 나와 아이를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니까...
    의심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


    19XX년 X월 X일


    약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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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롱 안 가장 깊은 곳에 손을 넣고 몇 번씩 휘저어보니 무언가 손에 잡히길래 꺼내 보니... 
    두툼한 약봉투가 쏟아져 나온다.
    한 두개가 아니다. 불안했던 나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내는 분명히 어딘가 아픈 듯 했다.
    나는 약 봉투에서 몇 개의 약봉지를 빼냈다. 약이 많다보니 한 두 개정도는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거래처 김 사장님의 아드님이 의사라고 했는데, 시간이 나는 대로 가봐야겠다.

    13.jpg





    19XX년 X월 X일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큰 병원 의사인 김사장의 아들은 병명은 알 수 없으나, 이 정도의 진통제가 처방되었다면 중병일 확률이 높단다.
    주로 악성 종양환자에게 투약되는 약인 것 같다는 허튼소리까지 해 댔다.
    좋은 대학 나와 큰 병원에 다닌다지만, 그래봐야 서른도 안 먹은 풋내기가 아닌가!
    나는 그 녀석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더 이상은 나도 참을 수 없다. 

    2015-02-02 10;31;17.jpg

    아내에게 물어야 겠다.
    속 시원히.. 이것이 무어냐고 따져물어야 겠다.
    그래서 김사장의 아들놈에게도 의사질을 해도 똑바로 하라고 싫은 소리 좀 해야겠다.
    아프다니.. 누가... 왜? 
    불쌍한 마누라쟁이 평생 호강도 한 번 못해 봤는데... 
    그 잘난 해외여행 한 번 해보고 아퍼? 왜? 안돼! 
    아직 못 가 본 곳이 더 많은데...
    아닐거다. 
    아닐거다.
    아니다!




    19XX년 X월 X일

    무엇을 말해야 할까?
    글을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아내는 괜찮다며 웃었다.

    20.jpg



    [김사장 아들래미 의사라더니 순 돌팔이네! 여보 그 병원은 절대 가지 마요!]


    아내가 웃는다.
    어렸을 때 동네 어귀에 자주피던 박꽃마냥 배시시 웃는다.
    하얗고 활짝 핀 그 모습이 너랑 닮아서 내가 참 좋다 했는데...
    아내가 그때 그 처녀시절마냥 배시시 웃는다.

    18-2.jpg
    18.jpg

    얼굴은 웃는데... 
    근데 왜 탁 트인 이마배기 위에는 식은땀이 그리 절절 나는데?
    잠든 딸아이 얼굴 한 번 보고, 내 얼굴 한 번 보고, 
    다시 딸 아이 한번 보고는 왜 니가 고꾸라지는데?
    감기가 왜 이렇게 안 떨어지냐면서 얼굴 파묻은 채 왜 그렇게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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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그렇게 걱정인건데?


    예끼! 이 사람아 자네랑 나랑 산지가 벌써 십수년일세...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속이지 말고, 허튼짓 하지 말고 한 마음으로다가 살자고 안했던가?
    그런 사람이 왜 거짓부렁인가!
    자네 없으면 어찌 산다고, 우리 설희는 어쩐다고 감쪽같이 다 속이고 혼자 가려고 했는가!
    큰병 들고, 중병 들면 기둥뿌리가 뽑혀 나간다는 윗집 용재어멈 말은 드는 여자가...
    숨기는 거 없이 다 말해보라는 내 얘기는 듣지를 않나
    이 답답한 사람아...

    2015-02-02 10;14;48.jpg

    에라이... 답답한 사람아...
    에라이 딱한 사람아...
    .
    .
    .





    19XX년 X월 X일


    큰 병원 주사약이 그리도 독하다더니, 죽을 것 같이 소리를 지르다가 이제 겨우 살만한지 침대에 누워 요상한 소리를 다 해댄다.

    23.jpg




    [나 살리고 제가 죽는 거니, 우리 설희 잘 보살펴달라니...]


    간호사 말이 뽕쟁이들 맞는 센 약이니 헛소리가 안나오냐 하는데...
    나는 설희 엄마 하는 말이 영 마음에 걸려 잠이 오지 않는다.


    [할머니도 왜정 때 독립투사 아버지 살린다고 글케 가시고, 어린 나 살리 겄다고 엄니도 가시더니 나도 똑같이 그 길로 가는구나!]


    뇌종양인지 뭐시기가 머리에 악성 종양이 생긴거라더니 정말 몹쓸 것이 생겼나보다 잠들기까지 종일 헷소리만 해댄다.
    당췌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소리만 해댄다.
    .
    .
    .




    19XX년 X월 X일


    아내가 점점 더 요상한 소리를 해 댄다.


    [내가 한 번 더 돌려서 나 살리 겄다고 죽은 우리 엄니 한 번만 더 보고 가고 싶은디, 그것이 안되요. 설희 아버지 나 좀 돌려보내주시오. 나 좀 돌려보내 주시오!]

    2015-02-02 10;14;48.jpg



    간호사 말이 머릿속에 종양이 커져서 약도 더 세게 놔서 그렇다는데, 이러다 멀쩡한 여편네 돌아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
    .
    .



    19XX년 X월 X일


    [미안해요 설희 아부지 내가 필리핀인지 뭔지 비행기 타고 가고 싶다 해서... 미안해요... 그래서 내가 벌 받는 거요... 설희 아부지요 미안허요. 나가 돌아갈 수 만 있으믄, 비행기 타기 전으로 돌아가서 손모가지 붙잡고 돌아 올틴데... 이게 아무리 해도 두 번은 안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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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병이 머리만 아픈 것이 아니라, 아주 사람을 반 병신으로다가 만드는 병인 갑다.
    속이 탄다. 
    쓰리다.
    술을 마셔도 마치 맹물을 마시는 것 맹키로 속이 허하다.
    .
    .
    .



    19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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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부터 불어오던 비바람이 멎어서인지, 아침부터 날이 맑다.
    숙취로 속이 쓰려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설희 엄마가 침대에 기대 앉아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앉아서 날 보았느냐 물으니 대답은 않고 그저 웃기만 한다.
    마침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 그 여자 얼굴에 닿으니, 잊고 있던 고향 마을 박꽃이 떠오른다. 내 마음 당신도 아는지, 총각 처녀시절 그때처럼 배시시 웃어주니 그저 고맙다.

    18.jpg



    안 아프냐 물으니
    싹 다 낳은 것처럼 괜찮단다.
    밤 새 비바람이 몰아치다가 바람에 떠밀려 날아가고 날이 개니, 제 머릿속 종양도 다 녹아내리고 멀쩡해진 것 같다며 웃어 보인다.
    그 비싼 마약 주사 안 맞으니 머리 맑아 좋다며 가까이 오라 손짓 하더라
    주름진 내 얼굴 뭐 그리 좋다고 싸 안고 한참을 보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여보 나 헷소리 좀 할 께요]

    2015-02-02 10;16;05.jpg



    [그 놈에 마약주사 땀시 당신 헷소리 하는 건 내가 원도 없이 들었지] 하며 농을 거니, 뭐가 그리 재밌는지 처녀아이마냥 깔깔대며 웃는다. 
    허파에 바람이 들도록 웃고 나니 내 얼굴 한 번 보고, 창문 너머 한 번 보고 하다 깍지 끼워 내 손 잡고 그러더라




    [당신 미안해 할까봐... 무덤까지 가지고 갈라 했는데... 그래서 설희 한테만 몰래 얘기하고 당신은 절대 모르게 할라 켔는데... 그 놈에 주사 땜에 그런지, 종양인지 뭔지 때문인지 허구헌날 내가 내 정신이 아닌 거라... 오늘 이상허게도 머리가 맑고 온 몸에 기운이 펄펄 나는게, 지금 아니면 얘기할 기회가 없다 싶어서 그래서 그러는거다. 그러니까 내 얘기 다 듣고도 절대 미안해하면 안 된다! 알았나?]

    16.jpg

    [뭔데?]
    [길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 나도 처음 엄마한테 들었을 때는 하도 길어 가, 엉덩이 땀이 다 나드라... 참 우리 집안이 원래 무당 집안이라 켔던거 기억나나?]
    [알지]
    [근데 그기 보통 무당이 아닌기라... 나라에서 젤로다가 큰 무당 집안이었던기라... 할머니에 할머니에 또 그 할머니때부터 젤로다가 용한 무당이어서 나라에서 큰 일이 있으면 꼭 부르던 그런 무당이었던기라... 근데 웃긴 건... 점은 안 봐줬단다. 부적도 쓸지 모르고, 굿도 안 한했단다. 이상하지? 순 사이비맹키로...]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구구절절 희한한 얘기를 헌다
    근데 왠지 나는 마냥 좋더라... 땀도 안 흘리고, 얼굴도 하나도 안 찡그리고, 망짱해 뵈는게 안 아픈사람처럼 얘기하니 그것만으로도 좋더라


    [그래 내가 엄마한테 뭐 그런게 다 있냐고! 작두도 타고, 굿도 하고, 미친년 맹키로 널뛰기도 해야 무당이지, 그런 사이비 무당이 어딨냐고 물었다 아이가! 그니까 엄마 말이 그런 무당은 귀신이나 잡는 하빠리 무당이고 우리 집은 귀신이 아니라 지나간 세월을 잡는 그런 무당이라 카더라... 말도 안되지? 흘러가는 강물도 못 잡는데, 지나간 세월을 잡는단다... 그래서 왕들이 위험한 일이 생기면 우리 집 여자들 데려다 앉혀놓고, 목숨구걸을 했단다. 무당님 무당님 옛날로 돌아가서 나 좀 살려주시오 하고 말이야! 왕이! 내가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런게 어딨냐고 하니까! 살면서 딱 한번! 딱 한번만 가능해서 보여주고 싶어도 못 보여준다더라! 그 한 번도 하고나면 혼이 빠지고, 몸이 축나서 얼마 안가 병든 닭 맹키로 비실~비실대다가 머릿병이 걸려서 죽어버린단다. 신기하지?]
    [재밌네...]
    [엄마도 할머니한테 듣고 할머니도 그 할머니한테 들었다드라...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원하면 그 사람이랑 같이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그렇게 신통방통한 힘으로다가 옛날로 돌아가면 막상 당사자는 자기가 뭘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머리가 부서질 것처럼 아픈데... 그래도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있는 능력은 써야 되지 않겠냐면서... 할머니도 독립운동 하던 아버지 살릴라고 썼다믄서... 이 말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하고 있다가 이거 아니믄 니가 죽겄다 싶을 때 그때 쓰라믄서... 그러고 몇 달 있다 죽었다. 울엄마가...]

    15.jpg


    아내가 울었다.


    [엄마가 한 말이 뭔 소리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엄마 죽기 몇 달 전에 꿨던 꿈이 생각나는 기라... 꿈인데 꿈 아닌 것처럼 너무 생생해서 자다가 오줌 지릴 만큼 무서운 꿈이었는데... 거기서도 엄마가 죽어가는 나를 끌어 안고 우셨걸랑... 산에 나물하러 갔다가 공산당하고 국군하고 총질하는데, 뜨끈하더니만 배가 아픈기라... 말은 안 나오는데, 뱃가죽에서 핏물이 줄줄줄 흐르니 얼마나 놀랬게... 엄마는 나 안고 펑펑 울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해야하는데 말이 나와야지... 세상이 다 천천히 흘러가고, 정신이 없데? 근데 그기 일어나보니 다 꿈인기라... 하도 신통방통한 꿈이라 엄마한테 말했더니,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더니 니 년 짓이었구나 하면서 배시시 웃으시데? 앞으론 뒷산에 나물 캐러 가지마라 하시면서, 내 이걸 빨리 짝을 지어줘야 맘 편히 갈 텐데 하시드라]
    [꾸...꿈?]
    [필리핀 다녀오믄서부터 머리가 아프드라... 내 잘은 모르지만 필리핀에 가봐야 니하고 내하고 둘삐 더 있나... 내가 한 목숨 살렸으믄 니겄지...]
    [이 망할 여편네야! 그 소리를 왜 인제해! 내 꿈자리 뒤숭숭할때부터 이상하다 했더니만!]
    [신기하네... 나는 그 소리 듣고도 도통 안 믿기던데... 필리핀에서도 내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고...]
    [에라! 에라이 답답한 사람아!!]
    [이제는 믿는다... 내도... 지금 나 너무 죽기 싫어가 니캉 내캉 설희캉 웃고 떠들던 때로도 돌아가보고, 죽은 우리 엄마 죽기 전으로도 가보고, 나 가믄 고구마도 주고, 감자도 주던 할머니도 보러 갈라했는데, 인자 안 가지네... 참말로 딱 한번 밖에 못하나보다. 딱 한번 밖에]
    [흑흑흑... 흑흑흑흑]
    [내 머리가 맑아서 얘기는 지금 하지마는 절대 설희한테 바로 얘기해주면 안 된다.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한참 있다가... 다 괜찮아지고, 설희도 시집가고 애도 낳고, 그런 다음에 해줘라. 그 기집애 미련한기 뭔 뻘짓을 할지 모르는기라 알았나]
    [흑흑흑... 흑흑흑흑]

    2015-02-02 10;23;35.jpg

    [울지만 말고 대답을 해라!]
    [흑흑흑... 흑흑흑흑 미안하다... 미안... 야시장만 안 갔어도]
    [그기 사람맴으로 되겄나? 내일 당장 우찌될지 누가 아나... 울지마라... 이제 설희는 너 밖에 없다 아이가?]


    박꽃처럼 하얗고 예쁘던 그 여자는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며 웃어보이던 바로 그 날...
    마치 제 앞에 다가온 운명을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배시시 웃으며 떠나갔다.
    술을 마시면 아직도 내 앞에서 웃고 앉아 있는 것 같은데...
    그 환한 웃음 이제 볼 수 없구나...
    술 한 잔 하고 네 얼굴 한 번 보고, 또 한 잔 하고 네 얼굴 한번 보고...
    보고플 때마다 한잔씩 했더니
    이젠 한 잔할 때마다 떠올라서 웃어주네 그랴...
    그게 좋아 오늘도 한잔 하네...
    설희 엄마
    아니 여보...
    .
    .
    .



    -수개월 후-



    19XX년 X월 X일

    설희엄마가 죽고, 나도 그 벌로 여기에 있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길게도 써내려 갔던 일기를 찢어내고 또 찢어낸다.
    내 몸이 아프다는 사실이 설희에게 걸림돌이 될 것만 같아 불안하다. 
    설희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니 엄마의 당부가 떠오른다.
    너를 다치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험한 세상 너 하나만 남겨두고 가는 것이 걱정스럽고, 네 엄마의 유언도 있어 혹시라도 네게 닥칠지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짧지만... 긴 고민 끝에... 아내의 마지막 말 중 몇 글자만을 남긴다.
    그 뜻을 이해할 나이가 아니라, 지금은 봐도 알지 모르겠으나, 먼 훗날 그 뜻을 이해했을 때는 너에게 큰 도움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내 정신이 혼탁해진 뒤 쓰는 일기라 혹시라도 실수가 있진 않을까 모르겠다만...
    잘 읽고 뜻을 되새겨,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13.jpg

    내 딸 설희야...
    .
    .
    .






    -----------------------------------------------------------------

    아버지의 일기장 가장 마지막 페이지 표지 안쪽으로 접힌 부분...


    숨을 참고 간절하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 까지...
    오직 단 한번!
    .
    .
    .


    7편으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ㅇㅇㅇㅇ님 내용이 너무 더럽고 작위적이라는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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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섭 선생님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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