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font size="3">1980년대 국사 교과서 파동</font></b></div> <div><br></div> <div> 학문적 진리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볼 때 <u>교과서 파동은 심각한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하게 문제된 건 단군 이야기인데, 단군에 관한 전승을 신화라고 하지 말라고 하며 학자들을 공격했습니다. 왜 학생들에게 단군신화라고 가르치냐고 했습니다.</u> 그런데 고조선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고조선 건국주로서의 <u>단군은 틀림없는 역사적인 존재입니다.</u> <u>그러나</u>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u>신화가 아니고 역사적 사실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u> 전 그건 좀 한심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 저는 이러다가 한국사학이 파멸하지는 않겠나 하는 그런 위기감을 느꼈고, 그래서 어떻게해서든 이 파동을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학회들이 모여서 성명을 낸 일이 있지 않습니까. 아마 김원룡 선생이 주도하여 학회대표들을 모았을 겁니다. 저는 역사학회 회원이지만, 학회대표가 가지는 강의가 있으니가 제게 나가라고 그래요. 제가 사양할 수가 없어서 기자회견에 참석하였고 또 몇차례 글도 썼습니다. 어떤 학회에서는, 학설 문제인 걸 가지고 왜 학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느냐며 참석 안한 학회도 있었어요. 그뒤 <u>국회 문공위에서 청문회가 있었지요. 저도 불려 나갔습니다.</u> 그때 저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이고 해서 거절할 수도 없었고 또 할 얘기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 </div> <div><font size="3"><b>청문회에서 있었던 일 </b></font></div> <div><br></div> <div> 요즘 <u>『교과서 파동』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u> 그 책을 보니까 김원룡 선생과 제가 당시 불쾌해 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얘기는 안했어요. <u>사실 내용은 이렇습니다</u>. <font color="#c00000">김원룡 선생이 "공부하는 학자는 연구하는 것이 그 임무이므로 이런 데 나와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지만 할 수 없이 나왔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국민의 대표가 나오라면 나오지 그런 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들었어요.</font> 그리고 제가 발표한 내용은 속기록이 있어서 그 속기록을 『한국사상의 재구성』에 실어놓았습니다. </div> <div><br></div> <div> 그런데 <font color="#c00000">제가 발표한 뒤에 국회의원이 질문을 했습니다. 답변을 하려니까 명패가 보이지 않아 이름을 알 수가 없어서 어느 의원께서 이런 질문을 하였는데, 라고 했더니 그 의원이 자기 이름을 모르니 그러니까 공부가 신통치 않은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font> 지금껏 학자생활을 하면서 그런<font color="#c00000"> 모욕</font>은 처음입니다. 제가 국사편찬위원이 돼서 이런 곳에 끌려 나왔지, 그까짓것 집어치우면 안나와도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u>사직서를 써서 그 이튿날 아침에 등기로 국사편찬위원회에 보냈습니다.</u> 같은 국회의원 중에는 양심적인 분도 있어서, 그 부분의 속기록은 수정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b><font size="3">교과서 파동과 청문회, 그 후 </font></b></div> <div><br></div> <div> 사실은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서 『한국사 시민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저에게도 자꾸 질문을 했습니다.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고조선의 영토가 어디까지였다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자꾸 질문합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식민주의 사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싶어서 첫째번 창간호는 그것부터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둘째번은 고조선을 다루었고 제가 고조선의 국가형성과정을 썼습니다. 그 뒤 어떤 교사가 전에는 단군신화라는 말을 학생에게 못했는데 이제는 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참 효과가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 당쟁도 그렇습니다. <u>당쟁은 수치스러운 것이니 교과서에서 간단히 다루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쟁이 어떤 것인지 그 성격을 올바로 이해하게 되면 절대로 국민들이 열등감을 갖게 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u> 우리 나라 당쟁이라는 것은 점잖은 것입니다. 일본의 사무라이들의 복수극이나, 서양 중세 봉건영주들의 전쟁에 비하게 되면, 우리 나라 당쟁이야 정말 점잖은 싸움이 아니겠습니까.</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br></div> <div><b><font size="3">진리의 탐구와 민족에 대한 사랑은 곧 하나</font></b></div> <div><br></div> <div> 그 밖에 제가 관계하는 논쟁의 하나는 현재성의 문제입니다. 저는 현재성이 물론 중요하고 연구주제의 선택은 현재의 우리 관심에 있지만, 그 주제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는 아주 오랜 고대부터 모두 연구해서 되는 것이지 현대만 연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전체적인 발전 속에서 현대사를 이해해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div> <div><br></div> <div> 따라서 <font color="#c00000">어떤 목적을 위해서 사실을 왜곡해선 절대로 안됩니다.</font> 즉 사실이 진리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결국 역사적 진리를 존중하는 것, <font color="#c00000">이것이야말로 민족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font>이라고 우리 학자들이 일반 국민에게 강조하고 납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장황하게 해서 제가 시간을 많이 소비한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font color="#7f7f7f">*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기백 교수님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font></div> <div><br></div> <div>출처 -<font color="#7f7f7f">《한국사학사학보 1》에 실린 이기백 교수의 <나의 한국사 연구></font></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