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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gomin_896327
    작성자 : 닥치고철쭉
    추천 : 0
    조회수 : 226
    IP : 221.166.***.11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11/08 17:51:09
    http://todayhumor.com/?gomin_896327 모바일
    오늘 아침
    2013년 11월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들의 민주주의를 되찾는 소리가 커질수록 누군가들의 속마음은 검게 타들어간다.
    그리고.
    1980년 5월 18일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촛불을 들고 자신의 권리를 외치던 사람들은 총과 칼 앞에 무릎을 꿇고 피를 흘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내게는 동원령이 내려졌다. 예비군으로 빨갱이를 소탕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예비군 소집이라니. 지금이 전시인가? 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정녕 빨갱이고 주적이란 말인가?
    동원령을 거부하고 나는 몸을 깊숙이 숨긴다. 함께 촛불을 들어야 하지만 나는 용기가 없다. 예전 내가 태권도를 배우던 도장에 숨어들어 하얀 도복을 입고 웅크려 숨는다. 굉장히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총과 칼로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이 끝이 없다. 뒤에 탱크도 보인다. 그들이 조준하고 있는 적들은 그들의 권리까지도 챙겨주는 사람들이란 걸 어찌 모르는지...
    그 군인들 중 일부가 태권도장으로 들어온다. 깜짝 놀란 나는 숨기에 바쁘다. 내가 왜 숨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숨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상구를 찾아 쫓기듯 도망친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걸어간다. 계속. 계속.
     
    그리고 깊은 산 중 암자에 도착한다.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듯 나는 그 곳을 들어갔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대학 과 후배도 보였고, 한창 운동권 동아리 활동을 할 때 후배들도 보였다. 친구들도 있었으며 선배들도 있었다.
     
    "선배, 오실 줄 알았어요."
     
    예쁘장한 후배가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부끄럽다. 나는 쫓기듯 온 것이다. 내가 원해서 온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들은 민주군이 되기 위해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모여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를 찾기 위한 군인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 총과 칼은 잡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많았을텐데 말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많은 시일이 흘렀다. 기본적인 훈련도 안 된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사격법과 전술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무도 외각에서 망을 보는 이가 없다.
    내가 망을 봐야겠다고 판단이 되어 외각지로 나갔을 때,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서웠다.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니 화장실이 있었다. 나는 그 곳으로 몸을 피했다. 서둘러 돌아가 군인들이 왔다고 알려야 하지만 무서웠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탕-
    탕-
    두드드드드드득-
     
    기관총소리도 들린다. 우리 민주군에겐 기관총이 없다. 그러면 이 것은...
    그 때, 화장실 문을 억지로 열려는 소리가 들린다. 무섭다. 너무 무서워 오줌을 쌀 것 같다.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는 것이 당연하지만 창피한 일이 될 줄이야.
    결심이 섰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문 밖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긴 생머리의 여자에게 주먹을 날릴 땐,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으니까.
     
    -꽈직
     
    그녀가 코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졌다. 넘어지는 소리가 컸던 탓일까? 다른 군인들이 화장실로 들어온다. 그리고 나를 겨냥해 총 방아쇠를 당긴다.
     
    -탕
     
    가슴에 맞았다.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눈이 감기려 한다.
     
    -탕 탕
     
    머리에 맞았다. 이제 눈을 뜨고 싶어도 뜰 수 없게 되었다. 내 생각이 이제 흐릿해 진다. 잠이 온다. 몸에 힘을 줄 수가 없다. 이렇게... 쓰러져... 간다. 하아.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축축한 베개와 어제 저녁에 틀었던 따뜻한 전기장판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꿈이었다. 하지만 너무 생생해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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