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제가 아니라 60대 부모님입니다.
변조아이피 사용법을 몰라서
원래 컴퓨터가 아니고 다른 아이피로 새로 가입했습니다.
저는 대학교 지나, 사회생활 하면서 집을 떠나왔습니다. 30대고요.
오랫동안 아버지는 사업하느라 매일 3시 4시 심지어 밤새고 들어오셨습니다. 시골동네지만요.
항상 술취한 모습만 뵈었었죠. 참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피 토하도록 일하셨어요.
가정에는 소홀한 편이었지만 존경받는 아버지였고, 존경받는 사장이며, 존경받는 형이었습니다.
8남매의 맏이셨거든요. 장남이십니다. 조부모님, 즉 부양가족도 있었고요.
어머니는 그저 집안과 자식들(저와 동생)만 보고 사는 전업주부십니다.
오늘 오랫만에 고향집에 와서 부모님과 한 잔 했습니다.
두분이 요새 사이가 무척 않좋으니 달래주라고 이모가 말씀하셨거든요.
두 분과 술마시고 그리고나서..
아버지 주무시는 동안에, 즉 어머니와 저, 둘만 있는 상황에서
어머님이 제게 이혼서류를 내미셨습니다.
아버지 회사 부도난 지 3년만의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는 아직 결혼 안했지만 동생은 결혼한지 몇년 지난 시점입니다..
오늘 어머님이 우물쭈물하시며 하는 말씀의 요지는 이랬습니다.
알고보니 아버지에게 여자가 있더라는 겁니다.
그 전엔 술마시다 외박해도 너무 취해서 그런줄 알고,
혹시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애써 무시해온 듯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잘 모르겠지만 어떤 계기로 의심이 싹텄고,
아버지 휴대전화를 뒤적이시다가 일종의 증거를 찾으신 듯 합니다.
어머니는 그 증거를 보관하실 줄도 모르시고, 뒤를 캐내서 현장을 덮치는 방법도 모르십니다.
그여자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여자보다 아버지에게 강력하게 분노하고 계십니다.
끙끙 앓다가, 요 며칠동안 아버지를 밤새 괴롭히고 있답니다.
아 너무 표현이 약하네요.
아주 가슴을 쥐어뜯습니다. 한평생을 바친 게 억울해 미치시겠답니다.
아버지 때리기도하고, 물건을 부시기도 한 모양입니다.
절 붙잡고 꺼이꺼이 우시는데.... 아...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돌아가실때 말고 처음 보는모습에 저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토닥였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완전히 한 여자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몰래 연락하는 여자들이 있는 듯 합니다.
어머니가 핸드폰 들이밀며 때리고 바람핀 얘기해도 아버지 화내면서 핸드폰 내놓라고만 하셨나봅니다.
그 나이또래 남자들처럼 룸싸롱 많이 가신거 저도 압니다.
매일 새벽 4시에 들어올 일이 그거말고 또 있을까요. 외박도 밥먹듯이 하셨고요.
잘은 몰랐는데 요새도 그랬나봅니다...
어머니는, 8남매집안의 맏며느리입니다. 결혼 30년이 훌쩍넘어 귀머거리10년 벙어리10년 장님10년입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이게 어떤 의미인줄 아실겁니다.
누구한테 화 한번 제대로 못내고 착하게만 살아오신 분입니다.
아버지 회사 부도 후, 가끔 어디 일 도와주고 봉사활동하고, 그걸로 가계 보태면서 사십니다.
이혼하고 싶어 하십니다. 며칠내로 아버지에게 말하시겠답니다.
어머니한테 이혼 후 어떻해하실거냐고 묻자 요양원에서 일하시겠다는군요.
저한테 와서 같이 살자고 하자 그건 싫으시답니다.
저 아직 결혼 안하고 자취생활 합니다.
만약에 이혼하시더라도 두 분 모두 저한테 신세 안지시려고 할겁니다.
지역을 떠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두분 다 어쨌든 얹혀서 사실 곳은 있습니다.
아버지가 바람을 핀 정황이 있지만, 평생을 저와 가족을 위해 일하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요.
제겐 두 분 모두 소중합니다.
어머니는 몰라도 아버지는 혼자가 되면 못사십니다. 그양반 성격상 재혼은 생각할 수가 없네요.
평생 가족 눈은 권위로 눌렀어도, 남의 눈을 무서워하고 사셨습니다.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할까요... 아마 이혼만은 안하려고 하실겁니다.
만약 이혼하게되고, 지역에서 쌓아온 이미지를 완전히 먹칠하는 일이 생기면... 아버지는 못사는분입니다..
솔직히 그냥 이혼하라고 하고싶습니다.... 어머니만 보면 그렇지요.
그러나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정말 미워도 아버지는 아버지입니다.
당신 잘못이니 다 책임지고 알아서 사시라 라고는 제가 못합니다..
말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질문 여쭙습니다.
저는 두 분의 이혼을 바라지 않기때문에 여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죄송하지만 그냥 그렇게 사느니 이혼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는 빼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해야 아버지, 어머니에게 최소한의 상처만 안겨드리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까요?
참 제가 병신같고 혐오스럽습니다.
염치없는 말이지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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