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를 앞둔 새벽에 여느때와 같이 수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고게가 생각나 흘리듯 적어봅니다.
저는 올해 들어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제목에 써놨듯이 저는 지금 발모벽을 앓고있어요.
발모벽이 뭐냐면 지속적으로 신체의 털을 뽑는 정신병인데...겨드랑이털 음모 눈썹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하지만 저는 머리카락을 뽑고있습니다.
처음 발병했을때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는데, 당시에는 이게 병인지도 모르고 멀뚱멀뚱 그냥 머리카락을 뽑았던거같아요. 머리가 민둥산같았죠.
아마 당시 가정내의 분위기 등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받아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던것같아요. 갑자기 나타난 병이었던만큼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 병이 찾아온건 제가 중학교 3학년이었을때였어요. 대략 10월경으로 기억하고있습니다. 그 쯤엔 고등학교 진학문제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서(당시엔 스트레스 받는건지도 몰랐지만요) 저도 모르게 한가닥 두가닥 뽑다보니 머리에 구멍이 생겼던것같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조금 나아지는건가 싶기도 무섭게 훨씬 더 많은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해서 지금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졌을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아래로는 제 머리사진(...)이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이만큼이나 심각할줄은 몰랐는데 찍어서 보니 확실히......ㅠ
아침마다 핀으로 뒷머리를 올려 고정해 텅 빈 부분을 가리고 등교를 하는데, 이제는 그것도 굉장히 힘이듭니다.
한번 핀을 들면 20분 이상은 기본인데다가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거든요.
여러가지로 굉장히 마음고생이 심해서...어떻게 해야할지 너무나 고민되고 심란합니다.
장갑을 끼거나 모자를 쓰거나 머리를 묶거나 전부 다 시도해보았지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머리를 뽑아서 한쪽에 뽑힌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더군요. 머리를 뽑을때면 항상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멈춰야겠다 생각을 했는데도 몸이 전혀 말을 듣지를 않아요. 머리를 하도 잡아당기다보니 손끝이 까져서 굳은살이 박히기도 했었고, 거의 매일밤마다 소리죽여 울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최근에는 화병?(실제로 있는병인가요?) 진단도 받아서..이것 저것 너무나 힘이 듭니다.
수소문을 하다보니까, 두피가 손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그래서 덜컥 겁이나기도 하구요. 케어클리닉을 받으라는 소리도 있던데 이런 경우엔 한의원을 가야하는지 피부과를 가야하는지..뭐부터 해야하는지 갈피도 안잡히고...길거리부터 시작해서 학교까지의 시선들이 너무나 무섭고 버스도 뒷자리가 아니면 잘 앉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이 개학인데, 그간의 방학기간동안엔 머리 정리가 너무 번거롭기도하고 사람과 마주치는게 싫어서 집 앞 슈퍼까지도 잘 나가질 않았어요.
부모님께서 구해다주신 전용샴푸?를 쓰고있기는 하지만...여전히 무섭고 겁나고 초조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혼자 끙끙 앓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