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홍콩섭을 들락거리며 계속되는 캐릭터 초기화에 짜증늘 내던 때였다.
물론 그 날도 다른 날과 다른 점 없이 캐릭터가 초기화 되었다.
3번 정도일까 서버를 들락거리며 현실을 부정하던 나는 이내 포기하고 무력감을 느끼며 리스폰된 캐릭터로 플레이하기로 결심했다.
난 내 건장한 흑인 캐릭터를 조종하여 마을을 돌아다녔다.
낯익은 풍경
'분명히 저 길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큰 항구도시가 나왔지 아마'
목표는 정했다. 해안가를 따라 발로타까지 가는 것.
아이템만 나와준다면 발로타까지 갈 것도 없이 마을에서 밴딧짓을 할 수 있으리라.
이제 목표도 정해졌겠다 마을에서 파밍을 시작했다.
마을 끝단에서 발견한 창고 그 안에는 벌목도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창고에서 도끼를 발견한게 몇번인가? 한 번? 두 번?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에는 운이 좋은 것이 확실했다.
저 멀리 경찰서가 보인다.
경찰서에서 필요한 물품을 얻고 이 마을에서 빠져나가리라.
나는 경찰서로 달렸다. 달리는 도중에 아이템이 있음직한 집에 들러 아이템을 챙기는 것도 잊지않았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들어가기 전에 나를 반기는 두 명의 열렬한 좀비를 격렬한 운동으로 잠재워준 뒤 경찰서에 진입했다.
1층에서 나는 경찰 제복 상의와 SKS 총을 발견했다.
새삼 경찰서에서 총을 발견한건 그리 기쁘지 않았으나 경찰제복은 처음 보는 옷이기에 상당히 신기했다.
1층을 다 돌고 2층으로 올라간 나는 SKS 총알을 발견했다.
데이즈에서 총이나 총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서로 맞는 것을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초반이다.
나는 다시 마음속으로 운이 좋다고 되뇌이며 경찰서에서 찾은 음료수를 까 마시며 마을을 나설 채비를 갖췄다.
'이 정도 무장이면 발로타까지 가지 않고도 밴딧짓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마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서 나무 사이에 가려진 기차역이 보인다. 마을에 도착했다.
우선 찾아야 할 것이 가방이다. 그리고 식량과 마실것을 찾아서 캐릭터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둬야 할 의무가 있다.
밴딧짓을 한대도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곳에서는 기껏해야 뉴비밖에 만나지 못한다. 앞으로 한참 더 가야 제대로 된 사람이 있는 마을에 도착할 것이다.
다시 나는 이 마을에서 파밍을 시작했다.
한창 파밍하고 있을때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
그때 당시 나는 총소리이라곤 스포터, 모신, SKS 정도만 들어봤을뿐 처음 들어보는 총소리였다.
말로만 듣던 M4인가? 아니면 새로 나온 AKM인가? 어찌됐건 나는 총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총이라면 필시 총주인을 잡아내고 아이템을 갈취할 수 있으리라 총소리가 난 곳을 찾아갔다.
총소리는 지속적으로 났다. 아마 좀비를 잡고 있는 것이겠지.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려면 마을 중앙을 거쳐야 한다
나는 건물 사이로 숨기고 있던 몸을 드러내며 지나가려던 찰나,
사람이다. 도끼를 든 바로 내 앞에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총소리는 저 앞에서 들리고 있었기에 이 앞에서 사람을 만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망설이는 것도 잠시 나는 SKS를 조준했다.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저 사람은 죽으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사람이 한 명 더 나타났다.
총을 들고있다 아마 M4
순간 나는 후회할 선택을 하고 말았다.
죽더라도 거기서 총을 쐈어야 했던건데, 라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
이미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자동소총이다.
뒤에서 들리는 총성과 함께 내 화면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렇게 죽었다.
어쩐지 운이 좋더라니만 이런식으로 끝날 줄이야.
사람 두 명을 만났다는 흥분감, 도망친 것에 대한 후회, 아쉬움 등의 감정이 어우러져 이루말 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나는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리스폰 버튼을 눌렀다.
30초간 기다리라는 메세지가 화면위에 나타났다.
다시는 그런 후회할 만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 맘을 먹고 리스폰된 장소를 파악하려헀다.
어?' 여기는 내가 죽었던 마을 바로 거기 아닌가?
죽었던 곳 보다 조금 떨어진 곳.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이템을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두명이 풀템이었음을 확신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 시체를 숨길것 같았다. 필시 그러겠지.
흥분했던 마음도 잠시 이내 진정됐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두 명의 뒤를 잡아서 뒤를 칠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무기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때,
총소리가 들렸다.
바로 저 언덕 위에서. 내가 죽었던곳 근처다.
나한테 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한테 쏜것이 맞으리라.
나는 가까운 집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역전할 기회를 노리며.
검은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무기를 찾았다.
이 집은 아이템이 잘 안나오기 때문에 무기를 찾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기적적으로 곡괭이를 찾아냈다.
이제 할 일은 집 안에 숨어서 밴딧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뿐.
체감상으로는 한 10분은 지난것 같았다. 그때 나는 창문 밖으로 이 집을 들어다보는 사람을 발견했다.
나는 일부러 내 모습을 노출시키기로 헀다. 그래야 들어올 테니까.
장거리 싸움에서라면 몰라도 근거리 싸움에서는 역전당하기도 쉽다.
내 모습을 본 밴딧 한 명은 이 집으로 들어올려는 것 같았다.
나는 곡괭이를 공격자세로 들고선 들어오면 냅다 후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놈이 들어왔다. 옷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집안에 같이 있는것이다.
곧 있으면 놈이 나를 발견하리라.
내가 먼저 달려가서 때리기 시작했다. 놈도 나를 바라보고 있던터라 총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내 캐릭터는 고통스러워하고 화면도 회색으로 변했지만 기적적으로 두 번의 공격을 명중시켰다.
놈은 바닥에 쓰러져있다.
나의 승리다. 그렇게 생각하며 놈의 몸을 뒤지고 있었다.
역시나 M4 게다가 무한탄창
처음보는 무기지만 아까 싸웠을때 흥분했던 탓인지 별로 감흥이 없었다.
나는 동료가 오기 전에 빠르게 아이템만 가지고 갈 수 있기를 바랄뿐이었다.
M4를 내 캐릭터로 옮기고 가방까지 가져가려 할 때
총성이 울려퍼지고, 잿빛이던 내 화면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렇게 두 번을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