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가장 단편적으로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바로 'TEST'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보통 게임 회사에서 우리는 몇 %를 개발 완료 했다. 거의 이런 식으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지요.

게임 홍보성 기사나 뉴스에 나오는 것은 
[XX테스트 단계이다] [XX테스트를 끝냈다] [XX테스트를 준비중이다] [XXX게임 XX테스트를 진행 중!!]
대부분 이런 문구일 것입니다.

그럼 이 'TEST' 단계와 각 테스트 단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한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게임 업계에 관심이 많거나. 게임 업계로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오유인들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본격적인 글에 들어가기 앞서서 각 개발사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언급합니다. 한 회사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속사정 까지 다 알지는 못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강의 게임 개발 진행 단계를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정보는 될 것입니다.) 

1. PROTOTYPE TEST (프로토 타입 테스트)
게임을 어떤 식으로 구현할 것인가 최초 기획이 나오고 나서 대략적인 구현 모델을 만들어 살펴봅니다. 상용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단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자체 개발 엔진이라면 아주 중요한 단계가 됩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컨셉이나 그래픽에 대한 투자, 고려는 이 단계에서는 보여주기 힘듭니다. 대략적으로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현되는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게임 메이킹 필름을 보면 성의없이 구현 된 캐릭터가 3D, 혹은 2D로 구현된 공간을 돌아다니는 영상이 나올 때가 있을 겁니다. 간단한 이동이나 맵과 맵 사이를 로딩하는 것, 게임의 내부의 수치가 어떻게 동작하게 되는지 보는 엉성하게 뼈대만 세워 놓은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캐릭터가 걸음마를 하거나 기본적인 공격 동작을 하는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구현할까 정하는 것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2. ALPHA TEST (알파테스트)
프로토 타입 테스트를 통과하면 거기에 컨셉 아트, 퀘스트, 스킬, 애니메이션, 이팩트 등을 기본적으로 개발합니다. 아직 외부에 공개 될 정도의 퀄리티는 나오지 않았지만 프로토 타입 테스트가 게임의 장르와 구현 방법에 대한 대략적인 얼개를 보여 줬다면 알파 테스트는 거기에 좀 더 살을 붙인 상태입니다. 게임의 컨셉에 맞는 디자인(게임 아트)에 대한 부분과, 가상 세계의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까 하는 레벨 디자인 요소가 포함 된 테스트 버전입니다. 알파 테스트는 사내에 시연하며 주로 회사 내부의 임원들과 개발진들이 보는 단계입니다. [알파 테스트]라는 말 대신에 [사내 테스트, 사내 시연]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에게 개발 현황 보고의 성격으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알파 테스트는 목적한 성과, 개발과정을 달성할 때까지 몇차례에 걸쳐 계속 진행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르면 이 시즌부터 투자회사나 퍼블리싱 관계자들이 개발중인 게임을 살펴보고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의사를 타진하거나 구축하기도 합니다.

3. FOCUS GROUP TEST (포커스 그룹 테스트)
포커스 그룹 테스트는 말 그대로 소규모 그룹을 지정하여 테스트 하는 단계입니다. 게임 관련 학과가 될 수도 있고 테스트를 대행하는 업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인원이 제한적으로 테스트에 참가하게 되며 주로 대학 강의실이나 PC방 등 물리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한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회사 외부의 인원들이 간단하게 게임을 조작해보고 나서 테스트에 참가한 테스터들에게 게임에 대한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상 이 부분은 게임의 버그를 찾고 모자란 점을 평가받는다기 보다 지금까지 개발 된 게임이 회사 외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지는가? 이 반응을 보는 의미가 큽니다. 

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초기 기획했던 재미에 대한 부분이 구현 되었는가를 살피고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요소를 개발하는 것에도 개발 역량을 집중하게 됩니다.

포커스 그룹 테스트는 테스트 목적에 따라서 수 차례 실시되며 각각 테스트 목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보통 클로즈 베타 테스트 전에 실시하지만 이 과정을 생략하는 회사들도 있고, 클로즈 베타 테스트 이후에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마다 다릅니다. 포커스 그룹 테스트 이후 부터는 개발중인 게임을 외부로 공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후 부터는 G-STAR 등의 게임 쇼에 잠시 선을 보이거나 플레이 동영상을 웹에 띄우는 등 서서히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합니다. .

4. CLOSE BETA TEST (클로즈 베타 테스트)
흔히 클베라고 불리는 이 단계는 어느 정도 외부에 게임을 공개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 있는 단계입니다. 이후 개발사는 컨텐츠를 추가하고 더 디테일하게 밸런스를 잡고 연출적인 요소를 보강하는 등 본격적으로 꾸미기와 프로젝트의 몸집 불리기에 들어갑니다. QA/운영 부서/대행사. 마케팅 부서/대행사들이 프로젝트의 런칭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이 시점에서 이미 퍼플리싱 계약이 되어 있다면 퍼블리싱 회사도 프로젝트의 런칭을 위해 준비하고 홍보 매체에 노출 시키는 등 지원을 해줍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진행하는 비공개 테스트지만 이용자 기록은 서버에 남으며 유저들의 플레이를 분석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들이 수집되고 사전에 기획 된 통계대로 출력됩니다. 클베가 끝나면 이런 기록들이 분석이 되고 게임의 개선을 위해서 수정하거나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는 요소를 집중적으로 파고듭니다.

계속 게임의 몸집(기본적인 시스템 외의 컨텐츠, 애니메이션이나 모델, 오브젝트, 퀘스트 등의 리소스)을 불려나가며 게임 내부에 있는 각종 수치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 번의 테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족, 혹은 다른 직업군, 다른 플레이 공간 등. 계속 추가되는 컨텐츠에 대해 준비되는 대로 테스트를 수 차례 진행합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해외 로컬라이징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개발사, 혹은 퍼블리셔가 어디에 언제 진출하여 서비스를 할 것인가에 따라 이 시기가 다릅니다. 물론 초기 기획 단계부터 로컬라이징 툴을 개발하여 빠른 현지화에 대응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5. OPEN BETA TEST (오픈 베타 테스트)
개발 일정이 준수 되었다면 개발을 사실상 완료했거나 개발이 거의 다 된 상태에서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영세 업체들이나 개발 역량이 모자란 업체들이 개발이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오픈 베타 테스트를 하다가 프로젝트가 주저앉는 사례가 종종있습니다.
오픈 베타 테스트는 사실상 상용화 바로 전단계로 이 시기에는 개발이 거의 완료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제부터는 유저들의 계정도 관리가 되고 유지가 되며 운영부서는 사실상 서비스에 들어갑니다.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쌓이는 정보들은 다시 분석되고 유저 불만사항, 퀘스트 입력 오류, 캐릭터나 스킬의 밸런스 조정 등 패치 버젼을 만들어 배포합니다.  

이후 대망의 OPEN(상용화)가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테스트'의 종류와 그 진행 과정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클베, 오베 말고도 게임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여러 종류의 테스트가 있습니다. 물론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는 회사마다 적용하는 단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오늘도 게임 개발자들은 안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번에는 게임 개발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 한 번 써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