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한살 한살 먹으면서
마치 잔디인형처럼 빳빳하던 머리카락이 돋보기로 봐야 할만큼 얇아지고 선풍기 미풍에도 낙엽마냥 떨어지더니 하나둘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뿐이랴 수염은 물론 그곳(?)털마저 하나둘 하얗게 변했다.
하얗게 변하는 털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슬펐지만 누가 세월을 거스를 수 있으랴. 그 자연스러움을 즐긴다.

그런데 이 많은 흰 털 중에 유독 눈에 거슬리는 한 털이 있으니 바로 콧속 털이다.

화장실 거울로 무심코 이녀석을 발견했을때 뭐야 코털도 하얘지네..ㅎ 나도 늙어가고 있구나 허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놈은 매일 나타난다.
코밖으로 콧털이 나타나는 자체를 싫어하기에..
살찌고 머리 빠지는 독거노인이 코털을 휘날린다고 생각하면 그 누구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놈은 변종인 흰색이다. 뽑아야  한다.
엄지손톱과 검지살을 이용해 꾸욱 눌러잡고 힘껏 잡아당긴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스피드.
이제껏 수백가닥의 콧털을 뽑아온 노하우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잡아 당긴다. 손에서 빠졌다.
예상은 했다. 과연 네놈도 쉽지 않은 놈이었구나.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더욱 세게 손톱으로 꽉 잡는다.

실패다.
자세히 보니 이놈은 이제껏 겪어왔던 파리다리 같은 콧털이 아니라 눈썹처럼 보느라운 털이었다.
쉬운 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콧털 주제에 이렇게 부드럽다니. 우습게 볼 놈이 아니다.

그걸 사용할 수 밖에 없나..
최첨단 무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콧털제거기 아무리 잔털이라도 모두 확실하게 처리해주던 내 비장의 무기다.

위이잉~~~~~~~

훗 제 아무리 얇디 얇은 놈이라도 이 기계를 피해갈 순 없지.
어디 보자..
음 안보이고..혹시 모르니 코를 팽 풀어본다.

!!또 나왔다.
내 비장의 무기마저 녀석에겐 소용이 없었다.
완벽한 나의 패배.

이녀석은 평생 내 콧구멍 속에 자리 할 것 같다.
수시로 거울을 보며 새끼 손가락으로 슬쩍 슬쩍 밀어넣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