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처음만난건 2007년.
술자리에서 내 친한친구 돌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 지나가는 길이라며 잠깐 들렀다 간단다.
한참 같은 멤버로 부어라 마셔라 하던 20대 초반
뉴페이스는 환영이야. 하며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던게 기억난다.
그사람이 술집에 들어와 인사를 했을꺼다.
글쎄, 첫인상은 그냥, 내 기억엔 키가작고 얼굴은 나름 반반하게 생겼고 목소리가 좀 좋은 사람이구나
그 날 처음본 나를 포함한 친구들과 참 서스럼없이 웃고 떠드는 그사람을 보며
참 사교성좋은사람이다 하면서 조금 끌리더라.
내가 아는오빠가 없었기에 연상의 매력에 끌렸던건지
변죽좋게 어울리던 그 모습에 끌렸던건지
하여튼 그랬다.
그 후로 같은 동네니까 돌이랑 나랑 자주 만나서 술마셨으니까
난 은근슬쩍 그사람 한번 불러보라며 관심없는 척 툭 던져보기도했다
언제였더라.. 내가 그사람을 좋아한다고 느꼈던게..
그냥 무의미하게 돌이에게 그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툭 던져보기도하고
가끔은 우리의 술자리를 들렀다가던 그사람
기억에도 없는걸 보면 참 대단치도 않게 번호도 주고받았던것 같다.
내가 돌이한테 물어봤었을 수도 있고
그냥 생각이 계속 났다.
목소리도 웃는모습도 무의식중에 사람을 챙기는 모습도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내가 술 한방울 입에 못대는 그사람이 멋있어보이기까지 했으니
뭔가 씌였었겠지.
그때당시에 난 참 적극적인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마음을 졸였었다
같이 놀던 P언니는 날 신기하게 쳐다봤다.
"언니, 문자보내볼까?"
"돌이 없는데 오라그러면 와줄까?"
"지나가는길에 얼굴만 보여주고가요,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않을까?"
"뭐야,뭐야ㅠㅠ나 문자 뭐라보내지ㅜㅜ?"
그렇게 발을 동동 굴리면서 10번 보내고싶은거 한두번밖에 못보냈다.
그마저도 답장은 잘 오지않았다.
언니는 미친년같다고했다 핸드폰가지고 뭐하는 짓이냐고
카톡이 있던때가 아니니까 보고씹은건지 못본건지 알턱이없었다.
문자하나 보내고 핸드폰을 손에쥔채 말그대로 발만 동동 굴렀다.
"어헝헝 워떻게해ㅠㅠ괜히보냈나봐ㅠㅠㅠㅠㅠ나 이상하게 생각하면 워째ㅠㅠㅠㅠ"
언니는 미쳐도 곱게미치라고 했다.
그럴꺼면 뭐하러 보내냐고 전화를 하라고 날보며 계속 웃었다 니꼴너무 웃기다고.
가끔 답장이 오긴했었다.
"지금 과외끝내고 가는중이야~오늘은 힘들겠다 담에보자^^"
"미안 ㅠㅠ오빠가 오늘은 힘들겠다.다음에 보면 맛있는거 사줄께^^"
지금생각해보면 예의상 매일 문자 보내는 애한테 보냈을 법한 문자였는데
'돌이없는데 너한테 가서뭐하니'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 진짜 예의상 하던 말이였는데
그 문자를 받고도 그렇게 좋았다
"과외끝나고가는길이라는데 길목에 서있을까?! 우연처럼?"
"... 스토커냐 됐어 담에봐 안온다는데 뭘기다려"
옆에서 날보던 언니는 어떤기분이였을까.
그사람의 문자로 내 기분이 결정됐다.
정말 어쩌다가 잠깐 온다고 했을때 화장도 다시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미친년이 따로 있었을까
"응~잠깐들를께~"
하는 문자에 입술이 빠짝빠짝마르고 가게 입구만 쳐다보고
문 소리에 깜짝깜짝
첫사랑도 이정도는 아니였고,
남자친구를 안사귀어 본것도 아니였는데 이런적은 없었기때문에 나는 대상이 누구던 간에
그때 그 감정이 너무 소중했다.
"언니, 나 오빠 진짜 좋아하나봐"
"알어, 보여"
"오빠도 알까?"
"알겠지, 걔바보도 아니고 좀 선수같던데"
"선수가아니고 자상한거야그냥"
"....그래 그렇다 치자"
그리고 그다음날 그사람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