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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이제 스무살이구나.”
“네. 그래도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고…….”
오랜만에 찾은 선생님 댁에서는 초록빛 난 화분이 창가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가에는 햇살이 방바닥을 따뜻하게 적시고 있었다.
“선생님, 저는 모르겠어요.”
“……”
잠깐의 침묵. 온 세상이 멈춘 느낌이다.
“앞으로 저 혼자 대학교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부……. 솔직히 많이 두려워요.”
“……”
내 품 속에서 잠든 것 같았던 멍뭉이(선생님이 작년부터 키우기 시작한 새하얀 강아지인데, 내가 ‘멍뭉이’라고 이름지어주었다.)가 어느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는 나름……. 아니, 비교적으로 명확한 꿈은 있었어요. 앞으로 공부를 쭉 해서 교수가 되어야겠다느니, 아니면 고시를 봐서 공무원을 해야겠다느니, 이런 꿈이 있었거든요.”
“……홀짝.”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차를 들이키신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마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고등학생이 뭘 알겠어요. 대학 전공 공부를 해본 것도 아니고, 어떤 대학에서 누구한테 무얼 배우게 될 지도 전혀 모르는데요.”
“……”
“에휴…….”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쉰다.
“남들은 딱 지금 제 나이가 청춘이라고들 하는데……. 옛날이면 몰라도 요즘 청춘은 청춘도 아닌 것 같아요. 입시로 중고등학생 시절 날려먹고 겨우 대학교 들어가면 군대가야하고, 취업전쟁에 결혼도 해야할 테고…….”
“……”
“푸른 봄보단 끝없는 겨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가만히 내 푸념을 듣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소리 없는 미소를 지으신다.
“선생님도 한때는 ‘청춘’이셨을 것 아니에요.”
“물론이지.”
“선생님은 스무살 때 어떠셨어요? 선생님은 그때도 현명하게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음…….”
선생님은 창 밖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신다.
“홀짝.”
녹차를 한 모금 입에 담아본다. 티백을 너무 오래 넣어둔 탓인지 씁쓸한 향이 혀를 파고드는 기분이다.
“흠……. 내 청춘은 말이지…….”
……
현관 문을 여니 찬바람이 옷 사이로 파고든다. 벌써 자욱한 어둠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누워있는 초승달과 별들만이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선생님, 오늘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은 무슨……. 나야말로 와줘서 고맙지.”
“여기까지 안 나와 주셔도 되 는데……. 추운데 얼른 들어가세요.”
“그런데 말야…….”
“네?”
“낮에는 별들을 볼 수 있을까?”
“에이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보이지 않겠죠.”
“그렇지.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야.”
“……”
“그 말은,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이 별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네.”
“……”
“그리고 한 사람이 빛을 품고 있다면,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는 법이지.”
……
집으로 돌아오는 어둑한 길, 별들이 앞길을 비춰주고 있다.
저 하늘 위의 별이, 그리고 내 가슴 속의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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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어린지라 선생님의 대사는 정진규 시인의 '별'을 참고해서 적어 보았습니다.
아래는 정진규 시인의 시 '별'입니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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