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 일문과 다니는 여자애를 막 만나기 시작했을때 였습니다
참고로 전 토목과 다녔습니다
어느날 그애가 일본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교수가 보고오라고 했다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내가 일본말로 하는것을 어떻게 보냐고 하자 자막이 나온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못이기는 척 무슨 연극인지도 모른체 같이 갔습니다

연극은 멕베드였습니다.
저는 공대생이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세익스피어를 엄청 좋아해서 책읽고 연극보고, 어쨌든 엄청 빠져있었습니다
특히 그중 멕베드는 너무 좋아해서 첨부터 끝까지 거의 다 외우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연극이 멕베드인걸 확인하고는 자막이 안나와도 되겠다며 속으로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 자막이 드문드문 잘 안나오는 겁니다.

여자애는 엄청 당황해 했습니다.
저한테 미안해서가 아니라.. 일문과 1학년 짜리가 일본어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지가 못알아들어서 그런거지요

그래서 제가 연극보는 내내 귀에다 대고 조그맣게 대사를 속삭여줬습니다
마치 동시 통역하듯이.....
연극이 끝나고 나보고 일본어 할 줄 알았냐고 놀라며 물어보는 겁니다.
순간 많은 대답들이 머리속을 돌다가
그냥 고등학교 때 일본애랑 팬팔하면서 좀 배웠다고 했죠
사실 일본애랑 팬팔은 했었어요 영어로...

다음날 바로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지요...ㅠㅠ

몇년전 마누라랑 애랑 일본여행을 갔었는데 제가 일본어를 조금 하니까 마누라랑 애랑 언제 일본어를 배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대답은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