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아무리 ㅇㅇ기업에서 자금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지만, 하루 이틀만에 결제가 될리는 만무했다. 기업에는 절차라는 것 이 있으니까.</p> <p> </p> <p>원청에서는 당장 공사를 시작하자고 닥달이었고, 우선 움직이는 척 이라도 해야 했다. 우선 사무실용 컨테이너를 설치해야 했다. 우리가 배정받은 공간이 있었고, 해당 공간에 넣을 사무실용 컨테이너를 발주 했다. 당장 구매를 하기엔 버거웠기에 우선 렌탈을 하기로 했다.</p> <p> </p> <p>사무실에 전기를 넣을 발전기도 렌트를 했고, 잡다한 공구와 자재들을 보관할 창고도 필요 했다.</p> <p> </p> <p>우선 발주를 넣었던 컨테이너는 약 1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이 시간 동안엔 원청과의 미팅, 현장 파악, 도면 파악 등을 했고, 작업자 수배를 했다.</p> <p> </p> <p>그리고 1주일 뒤 약속한 컨테이너가 현장에 입고 되었고, 현장의 작업자는 약 70여명 정도 수배가 되었다. 발전기와 컨테이너를 연결하고, 우리 공간에 가설 휀스를 두르고 내부에 조그마한 가설 창고를 지었다.</p> <p> </p> <p>별 볼품은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5개월 동안 우리를 책임져 줄 나름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불과 1-2주 전의 내 상황에 비하면 제법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 되고 있었다.</p> <p> </p> <p>5개월간의 공사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 되었다. 나름의 패턴도 생겼다. 현장까지의 거리가 좀 되니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면 5시반쯤 출발하고, 7시쯤 도착해, 7시반 인부들과 아침 조회 및 체조를 했다.</p> <p> </p> <p>12시가 되면 칼 같이 점심을 먹었고, 6시가 되면 또 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마 사업 시작하고 가장 규칙적인 식사를 한 5개월이지 않나 싶다.</p> <p> </p> <p>낮에는 현장일을 보며, 발주처와 협의를 하고 미팅에 끌려 다니고, 6시 이후 발주처 직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서류 업무를 보았다. 주로 8시쯤 넘어서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10시 정도가 되었다.</p> <p> </p> <p>현장 근처에 숙소를 두었어도 됐지만, 첫째로 셋방을 얻으려면 수개월치를 미리 내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포기 했다. 그리고 둘째로, 집에 아버지 혼자 계신게 여간 불안한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조금 더 일찍 움직이면 되는거라 집에서 출퇴근 했다.</p> <p> </p> <p>아 참고로, 그 사이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갔다.</p> <p> </p> <p>현장이 진행 되는 동안 워라벨 따위는 없었다. 아니, 사업을 시작한 후 부터 원래 없었다. 그나마 가끔 발주처 직원들과 회포를 푸는 회식자리 정도.</p> <p> </p> <p>잠을 못자도, 몸이 고돼도, 힘이들어도 행복했다. 적어도 4-5개월 동안은 일이 있으니까. 물론 우리와 계약한 ㅇㅇ기업이 기성금을 풀어주는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나서 어쩔수 없이 또 돈을 빌리기도 했고, 또 바로 갚기도하고 하는 패턴이 계속되긴 했지만, 괜찮았다.</p> <p> </p> <p>그렇게 5개월 정도를 현장에서 발주처 직원들과 그리고 우리 직원들과 동고동락을 했더니 어느새 공사가 끝나갔다.</p> <p> </p> <p>공사팀은 차츰차츰 떠나기 시작했고, 다른 선 공정의 업체들도 현장에서 떠나기 시작 했다. 우린 마감공사이다 보니 역시 맨 마지막까지 남을수 밖에 없었다. 잔손도 보고, 하자도 보수하고.</p> <p> </p> <p>그렇게 일상 업무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을때 발주처 에서 날 불렀다.</p> <p> </p> <p> </p> <p>“ㅇㅇ씨, 여기 추가로 부속동 하나 지어야 하는데, 이거 큰 금액 아니니까 추가 공사로 하자고.”</p> <p> </p> <p> </p> <p>그렇게 또 2억짜리를 하나 계약해서 공사를 진행했다.</p> <p> </p> <p>모든 공사가 다 끝나갈 무렵, 또 발주처에서 부르길래 찾아갔다.</p> <p> </p> <p> </p> <p>“ㅇㅇ씨, 우리 이거 끝나고 여기서 한 30분 거리에 공장 하나 더 짓는거 얘기 들어서 알지?”</p> <p> </p> <p>“네, 알고 있죠.”</p> <p> </p> <p>“거기 우리 가설사무실 지어야 하는데, ㅇㅇ씨네도 입찰 들어와. 가설 사무실이라 뭐 엄청 크진 않는데 그래도 한 8-9억 될거야.”</p> <p> </p> <p>“감사합니다!”</p> <p> </p> <p>“그래, 내가 뭐 점 찍어서 선정해 줄 수 있는건 아니고, 입찰 한번 잘 해 보라고. 거기는 프로젝트 초창기 부터 들어가는거니까, 만약에 이거 수주해서 발 하나 잘 담아놓고 있으면, 그 이후 나오는 입찰건들도 좀 더 유리하게 할 수 있을거야.”</p> <p> </p> <p> </p> <p>사실 이번 현장은 차 떼고 포 떼면 나에게 남는건 없었다. 그저 대기업 공사를 수주해서 끝냈다는 포트폴리오가 하나 생길뿐. 그래서 그런지 이 다음 기회 만큼은 정말 잘 잡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 <p> </p> <p>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제대로 파트너도 구하고, 자금에 대한 대안책도 철저히 세웠다.</p> <p> </p> <p>그리고 대망의 입찰. 우리가 땄다. 신기했다. 사업 5년차 드디어 뭔가 제대로 된 실적을 만들어낸 기분 이었다.</p> <p> </p> <p>새로운 현장에 셋팅을 하고, 모든게 순조롭다고 생각 했다. 그 다음 입찰건, 그 다음 입찰건 까지 모두 순조롭게 우리가 따 냈다.</p> <p> </p> <p>하지만 여기서 부터 내가 점점 실수를 하기 시작 했다.</p> <p> </p> <p>-계속-</p> <p> </p> <p>안녕하세요.</p> <p>글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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