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pan style="font-size:16px;">그렇게 아버지가 계신 나라로 입국을 했고, 유학생활 철수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 숙소를 방문했다. 내가 늘 알고 있던 모습은 아니었다.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우선 학생비자를 진행해야 했기에, 입학 수속을 하던 대학이 있었는데, 개강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아버지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아버지는 중독 까지는 아니었고, 주정을 부리지는 않으셨지만, 매일 저녁 소주를 반찬삼아 반주를 하셨다. 난 이런 모습이 뭔가 달갑지 않았는지,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대들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아부지 이런모습 보려고 제가 여기까지 온 줄 아세요?”</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눈물이 핑 돌았고,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와 버렸다. 별로 갈데가 없었다. 아니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도 아니고, 언어도 잘 안통하는 나라에서 가출 해 봤자 어딜 가겠나. 그냥 아파트 주차장 구석탱이에 찌그러져서 밤을 샜다. 열대 지방이라 다행히 얼어죽을 일은 없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그렇게 해 뜰 무렵쯤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그 날은 그냥 하루 종일 잔 듯 하다. 저녁 밥 때가 되니 아버지는 아무일 없었다는듯, 또는 그냥 다 이해하신다는듯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녁상을 차려 주셨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실은 모든 사업이 망하기 직전에, 아버지께서 아주 조그맣게 준비하던 한식당이 하나 있었다. 내가 맡아서 오픈해 보기로 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그렇게 몇주? 몇개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마트에서 일 하시던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얘기였다. 처음엔 과로 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하던중 암 진단을 받으셨고, 우선 다시 한국 귀국길로 올랐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병실에서 본 어머니는 건강해 보이셨다. 친가 외가 가족들이 다 모여 있었고, 무슨 효소 치료?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6개월을 선고 했다고 했다. 사실 별로 실감도 안났고, 이게 큰일이 맞는지 아닌지 조차 판단이 안됐던거 같다. 큰일이라고 하기엔 어머니 모습이 너무 멀쩡해 보였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어머니는 항암치료를 안받고 지리산 공기좋고 물 좋은곳 에서 효소 먹으면서 자연치유법을 해 보겠다고 하셨다. 이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암 이라는 병 자체가 별로 가슴에 와 닿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차피 비극은 드라마나 남들한테만 일어나는 일 이라고 생각 했으니까.</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그렇게 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출국길에 올랐다. 학교도 가야하고 식당도 오픈해야 했으니까.</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식당 오픈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갔고, 다니고자 했던 대학도 시작해 다니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대학 수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등학교때 전부 배운것들 이었다. 덕분에 학업에 큰 신경 안쓰면서 식당 일도 병행 할 수 있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다만… 장사가 잘 되진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주 메뉴는 24시간 사골을 우려낸 곰탕 이었고, MSG 맛에 익숙한 현지 입맛에 밋밋하기 그지없는 곰탕이 입에 맞을리가 없었다. 나름 건강에 좋다고 광고를 했지만, 어쩌다 좀 친해진 현지분이 이렇게 얘기해 주더라.</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몸에 좋은거 먹으려면 집에서 요리해 먹지 뭐하러 밖에서 돈 주고 사먹겠어. 집에 가정부도 있고 도우미도 다 있는데.”</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맞는말 같았다. 그렇지만 요리에 딱히 지식이 없던 나는 고작해야 불고기 메뉴 몇개랑 갈비탕 정도 추가하는게 다 였다. 희안하게 갈비탕은 비교적 잘 팔렸다. 소고기 다시다를 써서 그런것 같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몇개월이 지났을까. 학업도 병행하고, 식당일도 병행 하던중 한국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상태가 많이 안좋아지셔서 다시 병원으로 입원을 했고, 아들인 내가 와서 병간호를 해야 할것 같다는 얘기였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지체없이 귀국길에 올랐고, 병실에 들어선 순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 했던 공포감과 현실에 대해 실감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영화나 드라마 따위에서 보이는 암 말기 환자의 식은땀 송골송골 맺히고 그저 메이크업 따위로 표현해 낸 창백한 얼굴과 핏기없는 입술이 아닌, 피골이 상접한 산 송장을 마주했기 때문이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건강해 보이던 어머니의 탱글탱글 했던 볼과, 늘 밝았던 장난기 많은 어머니의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유니세프 광고에서나 보던 뼈가 다 드러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아들, 왔어?”</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응 엄마…”</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그렇게 한동안 어머니 곁을 지키며 병 간호를 했고, 오랫동안 못 뵈었던 어머니 아버지 친구분들도 병문안을 와 주셨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그러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다시 출국을 해야 했다. 아마 학교랑 비자 문제였던거로 기억 한다. 일 처리를 위해 다시 출국을 했고, 금방 다시 귀국 할 생각 이었다. 그리고 출국한지 얼마 안되어 걸려온 전화.</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의사 선생님이 너희 엄마 임종이 얼마 안남았다고 하니 첫 비행기로 얼른 들어오너라.”</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연락을 받자마자 표를 끊었다. 그리고 표를 끊은 그 날 다시 연락이 왔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돌아가셨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이상했다. 눈물도 나지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감도 나지 않았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그렇게 임종을 못 지켜 드렸고, 부랴부랴 한국으로 귀국 했다. 장례식장을 가 보니 사촌형이 내 대신 상주복을 입고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이후로는 잘 기억이 안난다. 장례를 마쳤고, 화장을 했고, 장지로 모셨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집안 선산에 어머니를 모셨고, 함께 와 주신 친척분들과 장지 근처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때 까지도 눈물 한방울 안흘렀다. 그러다 외삼촌이 어머니에 대해 무언가를 얘기하셨다. 그냥 추억거리와 누나가 불쌍해서 어떡하냐는 얘기 였던거 같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속에서 무언가 울컥 했다. 숨이 안쉬어지고 답답했다. 자리에서 아주 조용히 일어났다. 주차장으로 나와 온 가족이 타고온 버스 뒤에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오열 했다. 그제서야 폭포수 마냥 눈물이 터졌다.</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 </span> </p> <p> <span style="font-size:16px;">-계속-</span>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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