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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자립이 24살로 미뤄진다는 글을 보고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적어 봅니다.
23살인가 24살 때였던 것 같아요.
겨울 방학 때 선배 소개로 보육원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1박 2일 영상 제작 캠프 강사로 단기 알바를 한 적이 있어요.
말이 강사지 그냥 한 조에 팀장이 되어서 아이들 영상 만드는 거 도와주고 그런 일이었어요.
사전에 '절대 가족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면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군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등등의 주의를 받았는데 사실 좀 겁이 나더군요. 저 또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고 어른스럽게 그 아이들은 대할 자신이 안났거든요. 막연히 '불쌍한 아이들' 이란 못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때 여중생 6명으로 되어 있는 조의 조장이였는데 2명씩 각기 다른 보육원에서 온 아이들 이였어요. 4명의 아이들은 밝고 이야기도 잘 했는데, 자매인 나머지 2명은 정말 낯가림이 심하더군요. 몇 번을 이야기 해야 겨우 '네'라는 답변이 나올만큼이요.
그러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진행을 더디게 만드니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빨리 맞춰 주고 끝내자." 그 말 한마디에 순간 기분이 상했지만 아이들이 숙박을 포함한 이런 행사에 오는 것이 너무 익숙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또래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싶지 이런 행사에 반 강제로 오는 것이 즐거울리가요.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친근감을 높이려 했지만 그것 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소녀의 벽이려니 했는데 다른 강사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행사 기간에만 보고 헤어질 걸 알기 때문에 쉽게 정을 주지 않는다." 참 가슴이 먹먹 했습니다. 인생에서 수 없이 스치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인 나에게도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죠.
그래도 꿋꿋히 앞에서 몸개그도 하고, 망가지면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고 하니 아이들이 조금씩 웃음을 보여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 때 놀랐던 사실 하나는 아이들이 정말 많이 먹습니다. 식사량도 많고 간식도 많습니다. 그 땐 누군가 "마음이 허해서 많이 먹는다." 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그 것 뿐만은 아니였던 것 같아요. 일반 가정집의 아이들은 냉장고에 쌓인 간식을 수시로 먹고 식탁 위에 놓인 크림빵을 반 정도 먹고 내팽겨 두겠지만 이 아이들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요즘 시대에 보육원이라고 먹을 게 부족하진 않겠지만 단체 생활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먹는 것에 대한 자유로움의 한계는 분명 있을테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영상을 완성하고 발표를 한 뒤 캠프는 마무리를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과 헤어지자니 조금은 슬픈 감정이 밀려 왔습니다.
훗날 선배가 보육원을 찾았을 때 한 아이가 저의 안부를 물었다는데 순간 눈물이 핑 돌 뻔 했습니다.
그 때에 비해 많이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그 아이들은 만났더라면 더 따뜻하고, 세심하게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캠프 이후로 그 때의 나의 말, 행동이 그 아이에겐 상처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수시로 했었거든요.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그 아이들이 이 척박한 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길 간절히 빌어 봅니다.
특히, 나의 필살(?)적인 몸개그에도 옅은 미소만 보인 후 고개를 돌리던 그 아이가 지금은 한 없이 밝은 모습이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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