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으로 지내겠다는 다짐을 깨고 서글픈 마음을 담아 첫글 올려봅니다.
아파서 일을 그만두고 몸을 추스리던 중에 원하는 직종에 공채 소식이 들려와
원서접수를 하고
ncs 필기시험을 치고 결과에 대한 기대없이 여느때처럼 쉬고 있던 중에 갑자기 면접을 오라고 연락이 오네요...
면접까지 남은 시간 약 18시간...
급하게 정장과 구두를 챙기는데... 셔츠와 넥타이가 안보이네? 급하게 사고...
제일 중요한건 머리... ... 소아암협회에 기부하겠다고 열심히 기르고 있었는데...
쇄골을 넘기는 길이에 머리카락을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면접이 뭐라고...
결국 자본주의에 넘어가 아침에 급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본인 기준에서는 엄청 짧게 남들 기준에서는 그게 뭐 어때서?)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면접을 갔지요...
그리고 잔뜩 긴장한채로 시작한 면접에선 전공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도 못하고 삼천포로 흘러들어가
버벅거리다 끝나버리고... 밖으로 나오니 나를 맞이하는건 추운 목덜미와 시린 마음과 이제는 버릇이 되어버린 묶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짓 뿐...
이렇게 망쳐버릴걸 알았다면 문을 연 미용실을 찾아 애타게 질주하지도 미용사분을 재촉하지도 않았을텐데...
아니... 이렇게 허망하게 내 머리카락들을 떠나보내지 않았을텐데... 하염없이 목덜미만 매만집니다...
여자로 오해받았던 지난 시간들이 지나 거울속엔 어색한 미소를 짓는 얼굴만 있을 뿐...
여자들이 길던 머리를 짧게 자르면 왜 심경의 변화를 먼저 묻는지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며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던 시간을 지나봅니다...
다시 기르면 된다고 하지만 그전까지 뭔가 알수없는 공허함과 짙은 아쉬움을 담고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줄요약
1. 작성자 면접 때문에 기르던 머리카락 숭덩숭덩 자름
2. 근데 면접 망함...
3.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