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랬으리라...</div> <div>-----------------------</div> <div>햇살은 그날도 푸르렀으리라.</div> <div> </div> <div>논의 벼는 이제 알곡을 실히 담느라<br>조금씩 고개가 무거워졌을 것이고</div> <div> </div> <div>이 틈에 밭고랑의 고구마는 땅 속을 뿌듯히 채우고 있었으리라.</div> <div> </div> <div> </div> <div>아침,<br>아그들 아버지는 막걸리 냄새 가득한 짐발이 자전거를 꺼내고,<br></div> <div>아그들 어머니는 가마솥 한소끔 퍼진, 짐내음 푸짐한 밥 한그릇 퍼 상에 올렸으리라.</div> <div> </div> <div>숭늉 한 그릇 마저 마신 아그들 아버지는,</div> <div>짐발이 자전거를 타고 주조장으로 아침 출근을 떠나셨으리라.</div> <div> </div> <div>된장국에 만 밥 한 술 뜬, 아그들 어머니는<br>고이 자는 아그들 얼굴을<br>두어번 쓰다듬었으리라.</div> <div> </div> <div>점심,<br>밥 한 술, 찬 물에 떠 먹고 옮기는 발길<br></div> <div>갑자기 무거워진 그 발걸음에도<br>아그들 어머니는 밭으로 향했으리라.</div> <div> </div> <div>한 고랑, 두 고랑 호미로 풀을 뽑고,<br>실히 익은 고구마의 껍질을 튕겨 보며<br>하루의 해를 가늠할 때,</div> <div> </div> <div>한창 바쁠 시간,</div> <div> </div> <div>이놈이 아우성을 쳤으리라.</div> <div> </div> <div>얇디 얇은 뱃가죽을 조고만 다리로 올려차며<br>'어머니, 어서 집으로 가십시다.'<br>아우성을 쳤으리라.</div> <div> </div> <div>나올려고 기를 쓰는 막내 녀석 달래노라<br>큰아들 학교 파하고 온 줄도 몰랐으리라.</div> <div> </div> <div>"가서, 할머니 모시고 오니라."<br></div> <div>10살난 큰아들은, 책보따리 벗어 던져놓고<br>사월산 막대기 장군 놀이 벗어 던져놓고<br>개구리 잡자는 친구들 소리에도 아랑곳 없이<br>벽진, 그 외갓집으로 외할머니 찾으러 달려 갔으리라.</div> <div> </div> <div>치마에 바람 일으키며 달려온 외할머니,<br></div> <div>위로 다섯이나 애를 나은 딸네미지만,<br>한마디 하셨으리라.<br></div> <div>"욕 봤다."</div> <div> </div> <div>똥그랗게 뜬 눈으로, 막냇동생을 바라보던 큰아들은,<br>막걸리 냄새 가득한 짐발이 끌고 돌아오신 아버지 보며,<br>이렇게 소리쳤으리라.<br></div> <div>"아부지, 엄마 애 났소~!!"</div> <div> </div> <div>짐발이 세워 놓은 아버지는 먼저 세수를 하셨으리라.<br></div> <div>갓 해산해 누워 있는 아내와<br>갓 태어나 누워 있는 막냇둥이를 번갈아 쳐다 보셨으리라.</div> <div> </div> <div>열 다섯되고 열 셋된 딸들이 어머니 대신 차려올 밥상을 기다리며<br>어머니 한 번 쳐다보고, 손길 한 번 잡아 준 뒤에,<br></div> <div>이제 막 나온 막내 아들놈을 두 손에 안아 보셨으리라.</div> <div> </div> <div>"그놈 자식, 손가락 한마디만 허구나... 허허허"</div> <div> </div> <div>"욕 봤네."<br></div> <div>한 마디 하셨으리라.</div> <div> </div> <div>다섯살 일곱살, 형이라거나 누나라거나 하는 것들은<br>신기한 듯 여린 동생 곁을 떠나지 못하며<br>손발을 만지작 거렸으리라.</div> <div> </div> <div><br>아그들 아버지는 막걸리 냄새 가득한 짐발이를 끌고 아침을 나서고<br>아그들 어머니는 막둥이 젖 물리며,</div> <div>어제 캐다 만 고구마를 걱정하셨으리라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