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J1 비자로 미국에 들어가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자격은 방문학자.</div> <div><br></div> <div><br></div> <div>주변 모든 사람들이 공부랑은 담쌓은 것으로 생각하는 내가 방문학자 타이틀이라니...</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나의 이름과 와이프, 아들 둘의 이름이 적힌 DS2019(미국거주자격서류 격) 4장을 들고보니 왠지 감격스럽다.</div> <div><br></div> <div><br></div> <div>뭔가 감격스럽지 않아도 감격스럽다 해야할 기분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나를 초청하신 백교수님이 조언 겸 겁을 준다.</div> <div><br></div> <div><br></div> <div>영어 못하면 비자 인터뷰 통과 못한다고, 실제로 그래서 비자 인터뷰 떨어져서 미국 못 온 교수님이 있었다고......</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내 인생 목표가 20살까지 부모 밑에서 살고, 30살까지 공부하고, 40살까지 돈 벌어서 그 돈으로 나머지 인생을 한량으로 살고 싶었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일단 공부가 40이 넘도록 끝나질 않았으니, 일단은 인생 목표는 10년씩 밀린 셈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와중에 무엇을 했건 내 인생에 후회는 없었는데, 처음으로 영어 공부 안한게 후회로 밀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인터뷰 떨어져서 미국 못가면, 그간 설레발 쳐놓은 사람들로부터 잠수 타야 한다. 어디 인적 없는 시골에서 1년간 잠적해야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수능 볼때도 긴장안했는데, 이게 또 뭐라고 사람 피가 바짝 바짝 마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돈은 개뿔도 없지만, 어쩌다 분양받은 은행 소유의 집을 과감히 팔았다. 다행히 미친듯한 한국의 집값 상승은 은행 빚을 갚고도 어느정도 통장을 통통하게 해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은행잔고증명서를 뗐다.</div> <div><br></div> <div><br></div> <div>증명할게 너무나 많다.</div> <div><br></div> <div><br></div> <div>와이프의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 의료보험 등등</div> <div><br></div> <div><br></div> <div>나의 강사경력증명서.. 음 난 이것밖에 없네..</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들 예방접종증명서... </div> <div><br></div> <div><br></div> <div>각종 증명서란 증명서는 다 뗐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영문 발급이 되지 않는 것은 영문 번역 공증까지 받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인터뷰를 대비하여 각종 예상 질문들을 뽑아서, 대답도 적고 외우고 또 외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7년 1월 인터뷰날...</div> <div><br></div> <div><br></div> <div>떨어지는 것도 문제겠지만, 인터뷰 잡기 위해 낸 돈도 장난아니다. 진짜 미국 대사관은 인터뷰 비용만으로도 장사해도 되겠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당일 아침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어제부터 챙기고 다시 챙긴 각종 서류들을 가방에서 다시 확인하고 아침부터 부산히 움직여 와이프랑 대사관으로 택시타고 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인터뷰 예약 시간 10시 30분. 10시쯤에 대사관 앞에 도착하여 숨을 크게 쉬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다행인지 줄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입구로 가서 비자 인터뷰 예약증을 들이밀었다. 입구 담당자가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한마디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여권 주세요~"</div> <div><br></div> <div>"예?"</div> <div><br></div> <div>"여권요~"</div> <div><br></div> <div><br></div> <div>순간 머리 속이 하얘진다. 아침까지 한번 더 확인한다고 여권 4장을 책상앞에서 열어 보고 그냥 둔 것이 생각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 여권 있어야 돼요?"</div> <div><br></div> <div>"하하하, 이 사람아~ 총 없이 전쟁터 나갈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나이 좀 드신 분이셨는데, 부드럽게 꾸짖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안그래도 돌아가지 않는 두뇌는 거의 순두부 수준이 되었다. 아무 생각도 안난다. 옆에 있는 와이프 볼 면목이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멍하니 있으니, 한마디 하신다.</div> <div><br></div> <div><br></div> <div>"혹시 모르니 한번 올라가 보세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2층 대기실로 올라갔다. 앞에서 서류 받는 여자 두분이 보더니 여권이 있어야 한단다. 당연한 소리.</div> <div><br></div> <div><br></div> <div>마침 그날은 오전만 인터뷰 하는 날이었다. 오전 11시 30분까지 오면 인터뷰 가능하다는 말에 잽싸게 다시 내려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시간은 10시 30분. 집까지 택시타고 빨리 왔다 갔다하면 한시간은 될 듯.</div> <div><br></div> <div><br></div> <div>택시를 잡아 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시간은 오전. 광화문과 종로, 남산터널로 이어지는 길이 시골 동네에 쓸데없이 만들어 놓은 고속도로처럼 한가할 일이 없잖는가.</div> <div><br></div> <div><br></div> <div>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멀미가 난다. 와이프는 아무 말이 없다. 뭐라고 변명할 것도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살면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덤벙거리다가 무언가를 까먹는 사람이었는데, 영락없이 내가 딱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난 예약된 날짜에 인터뷰를 못하면 나가리 되는 줄 알았다. 신청 비용 돈 백만원 그냥 날리는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택시안에서 멀미까지 나며 폰으로 검색한 결과, 3번까지는 연장 가능!!!</div> <div><br></div> <div><br></div> <div>해가 쨍쨍하게 떠 있었지만 검었던 하늘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와이프한테 연장 가능하다고 말하니, 신경쓰지 말고 마음 편히 가지라고 날 위로해준다.</div> <div><br></div> <div><br></div> <div>현재의 내 상태가 쌍욕 날릴 필요도 없이 혼이 나가 있는 것을 느꼈나 보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2일 뒤에 다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div> <div><br></div> <div>( 실제로는 그날이 지나고 대사관에서 인터뷰 불참으로 분류되고 나서 다시 날짜 지정 가능함 )</div> <div><br></div> <div><br></div> <div>집에 와서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미국의 백교수님이 계속 카톡이 온다.</div> <div><br></div> <div><br></div> <div>"비자 통과 되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뭐라고 답을 할 수가 없다. 여권 빠뜨리고 가서 빠꾸 먹었다고 당당히 말할 자신이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다른 이유를 핑계대고 인터뷰 날짜를 미뤘다고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다시 인터뷰 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권부터 챙겨들고, 준비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대사관에 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2층까지는 무사 통과. 서류 확인 후 대기자들 자리에 앉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인터뷰 대기자들은 앞을 보고 있으라는데, 사람이 그게 쉽나.</div> <div><br></div> <div><br></div> <div>두리번 거리면서 각 창구에서 심사를 받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봤다.</div> <div><br></div> <div><br></div> <div>비자받으려는 목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어떤 창구는 쉽게 나가는 반면, 어떤 창구는 시간도 길고 심사관의 표정도 안좋고, 탈락되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div> <div><br></div> <div><br></div> <div>긴장하지 않은 척, 센 척하며 앞에 앉아 있는 애기랑 농담도 하였지만 오금이 저리는 건 어쩔 수 없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르바이트생인지 대기를 돕는 사람이 우리 번호를 부른다. 다음을 위해 대기하란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서서 잠깐 있었나보다. 창구가 비었으니 창구로 가라는 안내를 듣고 앞으로 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 기준으로 제일 앞쪽에 창구 두개가 비어 있었다. 오른쪽 창구는 좀 전에 까다롭게 심사받던 창구였다. 난 왼쪽 창구를 향해서 걸어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가 오른쪽 창구를 지나갈때 슬쩍 창구에 있는 심사관을 보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순간 놀랐다.</div> <div><br></div> <div><br></div> <div>좀 전에 심사하던 분이 교대 되었다는 걸 알았는데, 그 여자 심사관의 미모가 얼척없이 미인이었던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난 나도 모르게 와이프 손을 잡고 그 자리에 서서 오른쪽 창구로 쑥들어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뭐, 이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본능이었으리라.......</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창구 앞에 섰다.</div> <div><br></div> <div><br></div> <div>사람들 조언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쫄지 않은 듯 인사를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Hello~"</div> <div><br></div> <div><br></div> <div>심사관이 우리를 보고 웃는다. DS2019를 들이밀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서류를 본 심사관이 "퍼펙트"라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중에 알았지만 미국 애들은 뭐 주면 무조건 퍼펙트란다. 보지도 않고 퍼펙트부터 외치는 듯...</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흔한 '미국 왜 가냐'라는 질문도 없이 혼자서 퍼펙! 퍼펙! 굳! 굳! 이러면서 서류를 넘긴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다가 갑자기 와이프 보고 묻는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일 그만뒀어?</div> <div><br></div> <div>뭐?</div> <div><br></div> <div>일 그만뒀냐고?</div> <div><br></div> <div>아~ 아니 휴직했다. ( 원 이어 베이케이션.. 뭐 이딴 대답 했는 듯 )</div> <div><br></div> <div>그럼 사바티칼로 가냐?</div> <div><br></div> <div>뭐?</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진짜 아오 저 사바티칼... 저게 당시 들리지도 않았지만... 뭐? 한마디 했다고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랬다고....</div> <div><br></div> <div><br></div> <div>심사관이 갑자기 뒤에 있는 여자분을 부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통역관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쫄았다. 미국에 연구하러 간다는 놈이 영어 한마디 못한다는 것이 이미 뽀록났다. </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통역관이 퉁명스럽다. 그냥 퉁명스러운게 아니라 기본적인 영어도 못하는 놈이 미국은 왜가? 하는 듯한 경멸감이 포함되어 있어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와이프도 그렇게 느꼈으니....</div> <div><br></div> <div><br></div> <div>좀 화가 난다. 내가 영어 못하는 거랑 당신이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표정까지 지을 필요는 없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나의 얼굴은 최대한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연구년으로 가시는거에요?"</div> <div><br></div> <div>"아~ 아니에요. 전 교수가 아니고, 강삽니다. 1년간 연구하러 갑니다."</div> <div><br></div> <div>"네. 알았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고는 심사관과 통역관이 뭐라뭐라 얘기한다. 이제는 심사관이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통역관이랑만 얘기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불안한 마음에 기다리고 있던 찰나......</div> <div><br></div> <div><br></div> <div>제니퍼 로페즈 닮은 정말 섹시하고 이쁘게 생긴 그 심사관이 한마디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Good!"</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고는 여권은 빼고 서류만 다시 내준다.</div> <div><br></div> <div><br></div> <div>뭔 상황인지 멍하게 있었더니, 여전히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통역관이 한마디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네, 통과되셨고요, 여권은 나중에 우편으로 갈거에요~"</div> <div><br></div> <div><br></div> <div>"아, 네, 감사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난 심사관을 봤다. 그녀도 나에게 눈을 마주쳤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안되는 영어지만, 너 진짜 아름답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괜한 심사관 추행으로 미국 영구 금지 당할까봐.... 화끈하게 한마디만 하고 돌아섰다.</div> <div><br></div> <div><br></div> <div>"Thank you!!"</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집으로 오는 길은 상쾌했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온 세상에 울려퍼지는 듯 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와이프도 그 심사관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인정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후후후.. 역시 미녀가 미남을 알아보는군. 아마 나한테 반해서 통과 시킨 걸꺼야~"</div> <div><br></div> <div>"에유~~ 이제 살만하냐?"</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며칠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끙끙대는 모습을 봐왔던 터라, 얼굴이 풀린 나를 보고 마누라가 핀잔을 준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준비해둔 각종 서류들은 가방에서 꺼낼 기회조차 없이, 그냥 DS2019외 필수 서류만 가지고 통과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다행히 트럼트가 대통령이 되기전이라서 그런가?? ~!~ ㅎㅎㅎㅎ</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 지나니 생겼던 위염도 나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술병난거 외엔 아픈적이 없던 위가 놀라자빠졌던.... 비자 받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제 우리 네 가족은....</div> <div><br></div> <div><br></div> <div>미국으로 뜬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