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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464024
    작성자 : 베아제
    추천 : 9
    조회수 : 384
    IP : 210.106.***.19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1/08 21:39:47
    http://todayhumor.com/?freeboard_1464024 모바일
    97년에 작은 형이 한강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형과는 9살, 죽은 작은 형과는 7살 차이가 납니다.
    큰 형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 큰 형은 현재 저와의 사이도 안 좋습니다. 아주..... - 
    부모님께서는 공부도 제일 잘 하고 속을 썩이는 일이 없어서
    가장 많이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은 형이 처음으로 부모님의 속을 상하게 만든 일은
    - 아마 부모님께서는 속 상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대학에 다니던 중 데모를 하다가 1년 더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며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무릎 꿇었던 겁니다.
    서울대에 입학할 정도의 성적은 못 되었지만 서울대를 포함해 
    세 손가락에 들어갈만한 곳에 충분히 들어갈 수는 성적이었음 불구하고
    돈이 없어서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 및 기숙사에 숙식까지 무료였던 곳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그 일로 인해 졸업 후 교사가 되는데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을까 걱정하셨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공고에 진학해서 졸업하기 전부터 반도체 생산라인에 입사하여
    졸업하자마자 이직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던 제가
    한동안 집과의 연락을 끊게 된 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작은 형이 레저를 즐긴다는 거였습니다.
    등산을 좋아해서 지리산이나 설악산에도 갔었다고 하고.....
    나중에는 왼쪽 무릎을 다쳤다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서 인대가 끊어져 수술한 거였다더군요.
    그런 작은 형이 나중에 재미를 붙힌 것이 윈드 서핑인데,
    틈만 나면 한강에 가서 탔다고 합니다.


    97년 가을, 부대 ATT를 앞둔 토요일 오전에 사열 때문에
    모두 연병장에서 집합한 상태였는데 그 날 따라
    왜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연병장이 온통
    모래 바람, 먼지 바람 투성이였습니다.
    4월까지도 눈이 내리기도 한다는 곳이었지만
    아직 10월인데 뭔 놈의 바람이 이리 세차게 부냐 싶었는데,
    그 날 오후, 부대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훈련에서 열외되었네요.
    당직사관이 전화 좀 받아보라며 행정실로 부르길래 받아봤는데,
    작은 형이 한강에서 윈드 서핑을 타다가 실종되었다는 아버지의 전화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만큼 실력이 좋아졌는데, 강사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사람들이 타기 꺼려 하는 날씨에도 계속 나가서 타던 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네요.
    훈련에서 열외되어 말뚝보초를 서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입대해서 그 때까지 정말 열심히 교회도 다녔고요.
    - 그렇게나 기도했는데...우리 가족 잘 보살펴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때,
    '하느님의 뜻'이라는 대답을 들은 후부터는 교회 안 다닙니다 -

    며칠 후에 휴가를 얻어서 나올때까지 작은 형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요즘 날씨로는 빨리 떠오르지 않겠지만 고무 슈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빨리 떠오를 거라고 동호회 사람들이 얘기해 주더군요.
    며칠 후, 물 위로 떠오른 시신을 수습하고 모두들 
    수습 장소에서 가장 가까웠던 병원으로 갔습니다.
    형사님께서 조용히 저를 따로 부르시는 이유가 있었죠.
    신원을 확인해야겠는데 한동안 물속에 있어서 도저히 얼굴로는 확인할 수가 없다,
    부모님께서 보시면 쓰러지실지도 모르니 저보고 확인하라는 거였네요.
    체격은 비슷한데, 정말 얼굴만 봐 가지고는 도저히 알 수가 없을 정도가 아니라,
    이게 사람의 얼굴이 맞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왼쪽 무릎의 수술 자국을 보고 나서야 왈칵 눈물이 쏟아졌죠.


    그 이후로, 한강만 지나가면, 뉴스를 보다가 익사 사고를 접하면
    신원을 확인해야 했던 그 장면이 자주 생각납니다.
    한동안 좀 잊혀졌나 싶었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죠.
    그 이후로는 수시로 생각나네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까지 꿈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큼은 멀쩡한 모습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꿈에서 볼 때마다 '작은 형을 꿈에서 보게 되면 이 말을 꼭 해 줘야지'
    라고 생각하는 말을 바보처럼 못 하고 맙니다.
    그 끔찍했던 일은 없었다는듯이 자연스럽게......
    그러다가 잠에서 깨고 새벽에 작은 형이 나온 꿈을 꿨다는 생각이 나면
    왜 그 말을 못 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고.....계속 반복되네요.
    그래도(?) 저는 사고인데.......세월호와 관련된 분들은 오죽 원통할까요.
    그 분들로서는 완전한 평안을 얻을 수 없겠지만, 최대한 빨리 슬픔이 덜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베아제의 꼬릿말입니다
    인간은 원래 자기의 생각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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