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지 한달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저녁이었다. <div><br></div> <div>거실에서 같이 멍하니 TV를 보시던 어머니께서 내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셨다.</div> <div><br></div> <div>왠지 모를 의아함을 느끼면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어머니께선 울음이 배어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외할머니께서 치매에 걸리셨다고 말해주셨다.</div> <div><br></div> <div>나지막히 충격을 받았다.</div> <div><br></div> <div>외할머니는 나이에 비해 매우 정정하셨기 때문이다. 아픈 곳도 없으신 그야말로 무병장수하고 계시는 분이셨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그때 나는 조금만 더 냉정하게 생각했어야 했다.</div> <div><br></div> <div>내가 조금만 더 똑똑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었을까?</div> <div><br></div> <div>모르겠다.</div> <div><br></div> <div>사실 외할머니께서는 내가 외할머니의 치매에 대한 정보를 전해듣던 바로 그 시각엔</div> <div><br></div> <div>외할머니꼐서는 치매가 아니라 급성 뇌경색이 오셨다.</div> <div><br></div> <div>갑자기 집을 못찾고 길거리를 해메고 계셨다고 한다. 외가 사람들께서 할머니댁에 모여서 할머니의 상태를 보며</div> <div><br></div> <div>저녁인데, 응급실을 데려가야 하는 것인지, 내일 아침 병원에 가야하는 것인지 고민이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당장 응급실에 데려가야하는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그 당시에 외할머니께서는 말씀도 하시고, 화장실도 찾으시고, 외관상의 뚜렷한 증상을 외가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단순히 치매인줄 아셨던 것이다.</div> <div><br></div> <div>바로 그 때 내가, 그것이 정말 치매가 맞냐고, 뇌경색 초기 증상이 아니냐고, 뇌경색이라면 처음 3시간이 골든타임이라 빨리 응급실에 데려가야한다고</div> <div><br></div> <div>말해주었다면.</div> <div><br></div> <div>상황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을까? 내가 외할머니를 뵈러갔을 때, 평상시 처럼 외할머니와 포옹을 하며,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div> <div><br></div> <div>모르겠다.</div> <div><br></div> <div>이 때부터 조금 진지하게 죽음에 관한 고찰을 많이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사실 전역하기 전에 나온 말차에서 외할머니를 뵈러 갔었다.</div> <div><br></div> <div>그것이 마지막으로 내가 정정하셨던 외할머니를 뵌 순간이 되었다.</div> <div><br></div> <div><div>친가 조부모님들도 나를 아껴주시지만, 친할머니는 내게 그렇게 애정표현을 해주시지 않으셨다.</div> <div><br></div> <div>그에 비해 어릴적부터 수없이 많은 날을 지내고, 같이 밤을 보내고, 많은 추억들을 공유한 외할머니는 내게 있어서 조금 더 가깝고 친숙한 존재이셨다.</div> <div><br></div></div> <div>그래서 말차를 쓰고 친구들과 놀러가지 않고 외할머니를 뵈러 간 게 아주 조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div> <div><br></div> <div>외할머니는 현재 요양원에 계신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가족들도 잘 못알아보셨고, 거동도 못하셨고, 몸 왼쪽에 마비가 오셨다. 그리고 자주 우신다.</div> <div><br></div> <div>지금은 가족들도 잘 알아보시고, 의사소통도 어느정도는 된다. 주변사람들의 말, 대화를 인지하고 계신다. </div> <div><br></div> <div>말씀을 하실때면 첫 마디 빼고는 알아듣기 힘들지만, 어느정도 추측하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 있다. 힘들긴 하지만.</div> <div><br></div> <div>그래도 사고를 하신다는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어깨 아래부터는 왼쪽몸이 여전히 마비상태이지만, </div> <div>위에는 호전이 되서 음식을 씹어 드실 수 있다. 부드러운 초콜릿을 좋아하신다.</div> <div><br></div> <div>간병인 말로는 요양원에서도 잘 지내신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간병인을 두었지만, 외가 식구들이 돌아가며 찾아 뵙는다.</div> <div><br></div> <div>날씨가 좋으면 같이 근처 공원에 나간다. </div> <div><br></div> <div>재활 훈련을 거부하는 외할머니는 가족과 공원에 갈때면, 먼저 손짓을 하셔서 같이 걷는 연습을 하신다.</div> <div><br></div> <div>오늘은 할머니께서 웃으셨다.</div> <div><br></div> <div>가족들이 집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시고는, 외할머니꼐서도 집에 관한이야기를 하시고, 가족들도 얼추 알아듣고,</div> <div><br></div> <div>반가우니 이것저것 더 이야기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div> <div><br></div> <div>외할머니께서는 집에 돌아가는 줄로만 아시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다시 요양원에 들어가려 하니 어린아이처럼 짜증을 내시고, 우는 소리를 내신다.</div> <div><br></div> <div>사실 외할머니께서 우시는 것은 처음 봤다. 이상한 기분.</div> <div><br></div> <div>어른들은 달래보지만 계속 같이 있어봤자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느꼈는지 간병인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몰래 빠져나왔다.</div> <div><br></div> <div>오랫만에 뵙는 외가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노쇠함을 느껴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div> <div><br></div> <div>외할머니의 병세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 나이가 되었다. </div> <div><br></div> <div>외할머니를 누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찾아 뵐것인가에 대한 문제.</div> <div><br></div> <div>비용에 대한 문제.</div> <div><br></div> <div>그에 따른 외할머니의 재산에 따른 문제.(외할아버지는 우리 어머니께서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나이에 돌아가셨다.)</div> <div><br></div> <div>마음이 아프다.</div> <div><br></div> <div>바빠졌다는 핑계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내가 혐오스러워진다.</div> <div><br></div> <div>시간여유가 나는 겨울이 오기까지</div> <div><br></div> <div>외할머니가 건강하시길 바란다.</div> <div><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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