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제가 내 생일이었다.</div> <div>나는 원래 생일에 대해선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div> <div>원래 집에서도 생일을 굳이 챙기니 마니 하는 편도 아니었고.</div> <div>생일 날이 된다고 해서 특별히 나한테 뭔가 다른 기분이 생기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div> <div>문득 누가 축하한다 해주면 고맙고, 선물을 얻으면 오예! 이 정도.</div> <div>그냥 나랑 관련된 날짜 0511 정도가 나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div> <div>어차피 19** 라는 연도는 다신 만날 수가 없어서 19**년 5월 11일로 시간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의미가 클 순 없다,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어제는 생일 기념으로 애인과 영화도 봤다.</div> <div>당연히 집에는 늦게 들어간다 말을 했다.</div> <div>굳이 집에서 내 생일을 모를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생일이라서 놀다 간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div> <div>항상 굳이 그런 걸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div> <div> </div> <div>갖고 싶었지만 고민만 하다 사지 못 했던 옷 하나랑 하얀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도 받았다.</div> <div>영화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애인이 낳아주셔서 고마운 어머님께도 꽃 한송이를 드려야 하는 걸 깜박했다고 했다.</div> <div>그래서 시간은 늦었지만, 문이 열려 있는 꽃집을 찾아서 또 다른 장미 한 송이를 샀는데, 포장이 내가 받은 흰 장미보다 영 못 했다.</div> <div>그래도 같은 장미를 선물 하는데 포장이 내 것보다 좀 못한 게 걸려 둘이서 어떻게 드릴까 고심고심하다가,</div> <div>집에 가서 엄마한테 애써 번잡한 변명으로 둘러가며 엄마에게 내 것보단 좀 못나게 포장된 장미를 드렸다.</div> <div> </div> <div>생일이 당사자 혼자 만의 날이냐고, 그 날 제일 고생한 사람은 그 사람의 엄마일텐데?</div> <div>사실 내가 늘상 해오던 생각이었고, 그래서 생일이 되어도 내 자신의 탄생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었다.</div> <div>이 이야기를 애인에게 몇 번 말을 한 적이 있었기에, 애인도 결국에 아차 했던 것이다.</div> <div>애인이 내 생일 챙겨줄 생각에만 들 떠서 미처 생각을 못 했다가, 나를 집에 데려다 주려는데 뒤늦게 생각이 나서 그래도 늦은 밤 힘들게 꽃집 찾아서 사온 꽃이다.</div> <div>그래서 포장이 내 것보다 좀 덜 하다.</div> <div>이렇게 애써 둘러댔다.</div> <div>엄마는 갑작스런 꽃선물에 놀랐지만 안 놀란 척,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div> <div> </div> <div>왜 놀랐는 지 바로 알 수 있었다.</div> <div>몇 주 전 엄마가 내 생일이 되면 해주기로 약속했던 꽃게탕.</div> <div>그게 없었다.</div> <div>엄마 말로는 꽃게를 아무데서도 안 팔더라. 했지만, 솔직히 꽃게야 사려면 산다.</div> <div>내 생일을 잊고 계셨던 거다.</div> <div>그런데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div> <div>아빠도 내 동생 생일을 내 생일로 착각했었다.</div> <div>그냥 정말 별 감흥이 없다.</div> <div>그렇게 선물 받은 옷도 입어보고 장미도 잘 놓아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오늘.</div> <div>출근해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문득 엄마한테 온 카톡을 발견 했다.</div> <div>오타도 심하고 평소에 이모티콘도 잘 못 쓰는 사람인데, 꽃다발을 들고 있는 멍멍이 이모티콘이랑 같이,</div> <div>생일 축하 못 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이 와 있었다.</div> <div> </div> <div>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div> <div>애초에 기다리고 있었던 말도 아니고, 어제 못 들어서 섭섭한 상태도 아니었는데.</div> <div>엄마는 어제의 내 생일을 잊었던 걸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다는 거다.</div> <div>그럴 필요 없는데 왜 그러지?</div> <div>나한테 그렇게 미안해한다는 것에 대해 오히려 내가 미안해져서 눈물이 났다.</div> <div> </div> <div>내가 태어날 때 제일 고생했던 건 엄마인데.</div> <div>만약에 나중에 내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자식 생일이 오면 내 출산의 힘든 기억이 먼저 생각날 거 같은데.</div> <div>왜 엄마가 나한테 오히려 미안해 하지.</div> <div>나는 어제 엄마한테 꽃을 선물함으로써 날 낳아준 고생에 대한 감사 표시를 했다는 생각에 이미 다 만족을 했는데 말이다.</div> <div>그래도 엄마 입장에선 당신의 고생보단 자식의 탄생의 환희가 더 의미가 컸던 것일까.</div> <div> </div> <div>하지만 아직까지는.</div> <div>나에겐 내 자신의 탄생보단 그 날의 엄마의 고생이 더 의미가 있다.</div> <div>아직 자식을 낳은 경험이 없는 탓이기도 할 거다.</div> <div>그래서 난 어제 내 생일이 아주 만족스러웠고, 꽃게탕 이건 그냥 근시일 내에 다시 졸라보면 된다.</div> <div> </div> <div>그냥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는 많이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div> <div>적어도 내 생일 만큼은, 앞으로도 내 엄마의 고생에 대한 생각을 먼저하고 싶다.</div> <div>단지 훗날 내 자식 생일 날, 나를 경배하라! 고 진상 부리는 악덕엄마는 되지 않기를...</div> <div> </div> <div>엄마는 감성이 촉촉한데, 자식은 이렇게 메말라 삐틀어져서 미안해.</div> <div>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요.</div>
내 맴을 털고 싶을 땐 역시 고향 오유만한 곳이 없네요.
반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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