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넘어 차를 몰고 집에 가는길이었습니다.
잘 포장된 도심속 도로가 아니라...
아스팔트 좌우엔 그냥 나대지 처럼 정리안된 풀들이 무성한.. 그런 왕복 2차선 이면도로였어요.
저말고는 지나가는 차도 없었구요...
가는데 앞에 내 종아리 정도 크기의 고양이가 도로한가운데 쓰러져 있더군요.
주변에 안지나가길래 차를 잠시 옆에 세우고, 다가갔습니다.
외상은 없어보였지만 몸이 다소 비정상적인 형태로 꺽여 누워있는 모습에...
로드킬을 당했구나...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조금 바라만 보다가...
그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조심히 두손으로 들어올려 차도 밖 수풀로 옮겨 놓았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심장이 얼마나 뛰던지... 후.... 좀 무섭다고나 할까...
옮기다가 살아 움직이면.....
병원을 델고가야하나? 그대로 두고 도망가야하나.... 그러면 죄책감이 느껴지진 않을까...
그냥 지나가버릴걸... 괜시리 이러구 있는건 아닌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제 두손이 떨리더군요.
옮길때, 시신은 완전히 차가운 상태는 아닌데도 완전 경직되어있는데,
동물을 들어올리는 느낌이 아닌... 뭐라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었어요..... 또 다시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과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은 제 생애 처음이었던거 같아요...
그렇게 해서 도로 밖으로 옮겨 조심히 내려놓고, 담배한대 피면서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갔습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그냥... 다른 차들이 더이상 시신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만 하자.... 라는 생각뿐이었어요..
글을 쓰다보니 다시 손끝이 떨려오네요....
좋은 곳으로 가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