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전 이야기 -> 바로 밑...</div> <div>어차피 링크도 다 아시고 해서 바로 올렸습니다.</div> <div><br></div> <div>"니가 미쳤남? 자기가 무슨 유관순열사야? 왜 자기 실력없는 걸 만방에 떨치려 하남? 아니면 바바리맨이야? 왜 남김없이 다 까발리려고 하나?"</div> <div><br></div> <div>제가 제 정리해고에 대해서 써 볼까? 라고 아내에게 물어봤을 때 돌아왔던 반응입니다.</div> <div>솔직히 맞는 말입니다. 정리해고된 게 무슨 자랑이라고... </div> <div>이렇게 그나마 빨리 정리해고에서 벗어나오지 못했었더라면 글 올리기도 힘들지 않았을까 합니다.</div> <div>운좋게 일이 있자마자 더 좋은 일자리가 맞춘 듯이 나타났고, 또 운좋게 어찌어찌해서 다시 재취업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div> <div>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만약 한국에서 제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글로 '나 정리해고 당했수'라고 공표하지는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div> <div>왜냐하면 캐나다와 한국은 정리해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div> <div> </div> <div>일단 제가 그 일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느낌은 벌거벗은 느낌... 입니다.</div> <div>저를 둘러싸고 있던, 저를 보호해주던 보호막이 갑자기 스르르 사라지고, 이제 다시 세상에 쫓겨난듯한 느낌... 이었습니다.</div> <div>혹시라도 노출을 즐기시거나 바바리맨들에게는 정리해고... 추천해 드립니다.</div> <div>한국의 정리해고 개념에 젖어있던 저는 당연히 정리해고라면 이제는 다시 그 비슷한 일자리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 이제는 취업보다는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자영업을 알아봐야 하는 사태... 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치킨집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면 혹시 이 동네에 최초의 양념치킨집이 생겼을 수도...)</div> <div><br></div> <div>그렇지만, 캐나다 사회에서는 정리해고라는 개념 자체가 그냥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흔하게 벌어질 수도 있는 일로 취급을 하지, 특별한 상황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div> <div>실례로 저는 인터뷰 전에 정리해고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하나 엄청나게 고민을 했습니다. </div> <div>밤잠을 설치면서 어떻게 변명을 할까, 이렇게 말하면 좀 괜찮을까 아니면 저렇게 말해야 하나...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 만들어 갑니다.</div> <div>거의 인터뷰 전에는 인터뷰에 대한 답변보다는 이 정리해고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가 더 큰 스트레스였습니다.</div> <div>그렇게 밤새도록 고민고민해서 나름대로 준비하여 인터뷰장에 갑니다.</div> <div><br></div> <div>인터뷰어: "왜 저번 회사를 떠나려고 하나?"</div> <div>저: "저... 빅 레이오프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말이여..."</div> <div>인터뷰어: "(말을 끊으며.)응 그래? 알았어... 다음 질문"</div> <div>저: (그게 끝이여?)</div> <div><br></div> <div>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큰 관심없이 지나갑니다. 정리해고 후 대여섯군데 인터뷰를 봤는데, 그 일에 대해서 캐묻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한국에서의 상황은 자세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 누군가 정리해고 후 다른 회사에 지원한다고 하면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을 겁니다.</div> <div>"아니 왜?" "자네 노조했나?" "무슨 부정을 저질렀나?" "해고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 봐..."</div> <div>그리고는 불합격 판정을 내리겠죠?</div> <div><br></div> <div>캐나다 사회와 한국 사회가 많이 다르지만, 또 한가지 다른 점은 이렇게 실패 또는 고난에 대한 사회적 인식입니다.</div> <div>캐나다는 실패에 대해서 실패도 하나의 경험으로 인정하고, 그 경험으로 다음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div> <div>한국사회는 한번 실패하거나, 한번 경쟁에서 뒤쳐지면 바로 루저로 낙인찍히고, 그 낙인으로 인해 더 이상 그 일로는 나갈 수가 없습니다.</div> <div>실패에 대한 관용성... 즉 Tolerance for Failure가 또 하나의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비록 일자리가 빨리 잡혀서 큰 활용도는 없었지만, 재취업센터도 정말 귀찮을 정도로 전화와 메일 등을 통해서 재취업을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div> <div>무엇보다도 그 때 한번 같이 수업을 들었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손자가 있으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정리해고 상태이지만, 노력하면 될 것이다... 라는 여유있는 태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 축적된 경험을 단 한번의 재단으로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그래도 정리해고는 정리해고... 스스로에 대해서 한번 물어봅니다. 너와 다른 놈들이 다른 점이 뭐냐고... 왜 다른 놈들은 그 회사에 붙어있고, 너만 쫓겨났냐고...</div> <div>소주병을 붙들고 열심히 사고를 한 결과 제 나름대로 결론내린 캐나다 회사에서 중요한 점입니다.</div> <div><br></div> <div>1. 성실보다는 성과</div> <div>한국에서의 신입사원 때 일입니다.</div> <div>신입사원환영회로 새벽 6시까지 1차, 2차, 3차, 4차 돌리고 겨우 끝났을 때입니다. 과장이 한마디 하고 사라집니다. </div> <div>"우리 신입사원들... 어디 얼마나 부지런한 지 볼까? 우리 출근시간이 몇시더라...?"</div> <div>다른 무엇보다도 성실이 회사생활의 제 1 과제였던 저는 감히 집에 갈 생각도 못하고, 회사 근처 사우나에 가서 오바이트 하다가, 쉬다가, 다시 오바이트 하다가... </div> <div>그러다가 탕 속에서 졸다가 물이 코로 들어오는 바람에 겨우 잠을 깨고 출근시간 10분 늦게 도착합니다.</div> <div>물론 부서는 텅 비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갤갤거리다가 다시 저녁에 또 술을 마시러 갑니다... 캐나다에서는 참 무식한 짓입니다. </div> <div><br></div> <div>한국에서의 회사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여기서도 비슷했습니다. </div> <div>휴가 빼고는 몸이 좀 불편해도 웬만하면 다 회사를 나가고, 메니저보다는 빨리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도록 노력하고... 아파도 회사에서 아프려고 합니다. </div> <div>그렇지만, 저희 부서의 1명은 토론토 살고 있어서 일주일에 2번은 자택근무를 합니다. 공휴일 있는 주는 회사에 이틀 옵니다. </div> <div>게다가 한달에 1번씩은 아픕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살아남았습니다.</div> <div><br></div> <div>2. 성과보다는 포장</div> <div>계속되는 아까 그 친구 이야기입니다. 그 친구는 끊임없이 메니저에게 보고하고 이야기를 합니다.</div> <div>저와 같이 일하다가 아주 작은, 정말 조그만 오타 하나 찾아내서 프로그램 돌아가게 했는데도, 그 친구는 그걸 꼭 보고를 합니다. </div> <div>저는 솔직히 낯 뜨거워서 그렇게 못하겠는데, 보고서 하나하나에도 세세히 조그만 것까지 다 기록합니다.</div> <div>같은 개발자가 보기에는 그 보고하고 어필한 시간에 다른 개발을 더 할텐데... 라고 생각합니다.</div> <div>아까 이야기했듯이 그 친구는 살아남았습니다.</div> <div><br></div> <div>3. Yes man 보다는 Picky man</div> <div>한국의 상명하복 정신에 입각해서 저는 메니저가 업무를 지시하면, 'Yes, Sir"하고 받아들고 자리에 돌아옵니다.</div> <div>막히는 게 있어도 혼자 풀려고 노력하고, 혼자서 끙끙거리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조심스럽게 메니저에게 협조 요청을 합니다. </div> <div>업무 자체가 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들의 협조도 필요하기에 되도록이면 메니저 귀찮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가 이야기를 합니다.</div> <div><br></div> <div>저희 부서 다른 1명은 사사건건 메니저와 부딪힙니다. </div> <div>뭔 지시를 내려도, 이 건은 이 팀에서 이 협조를 받아야 하고, 이 팀에서 뭘 받아야 하는데, 그게 아직 선결이 안 되었으니 그렇게 빨리는 못 마친다고 합니다. </div> <div>그러면 또 메니저는 이것저것 설명하고, 또 그 놈은 그것에 대해서 또 받아치고...</div> <div>어떨 때는 회의 시간 중 반을 그 두 놈이 싸우는 걸 지켜봐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div> <div>정리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놈은 이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도 위험할텐데... </div> <div>그 친구는 이번에 승진했습니다.</div> <div><br></div> <div>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곰곰히 생각해 본 한국직장생활과 캐나다 직장생활의 성공포인트 다른 점입니다.</div> <div>이렇게 이론적으로 아는데도, 나름대로 캐나다직장생활을 잘 분석했는데도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이 놈의 망할 놈의 영어...</div> <div> </div> <div>성과야 그렇다 치더라도, 포장을 할래도, Picky man을 할래도 뭐 영어가 능수능란해야 하지... 여전히 영어는 캐나다 직장생활의 큰 벽입니다.</div> <div>그나마 몇년여의 직장생활로 특수지역에서 온 꺼림직한 발음(특히 인도쪽) 빼고는 어느정도 알아듣지만, 스피킹은 여전히 넘사벽입니다.</div> <div>이제 눈치가 늘어서 말하다보면 이 놈이 내 발음을 알아듣고 있는 지, 아닌 지 감이 옵니다. 상대편의 눈빛이 흐려지고 눈에서 의문기호가 보입니다.</div> <div>그럼 스스로 다시 한번 좀 디테일하게 다시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이제 식은땀이 나면서 멘붕이 옵니다. </div> <div>'무슨 발음이 잘못됐나? 너무 굴렸나?' </div> <div>휴우~~~ 아마 캐나다 직장생활에서 평생 안고가야 할 숙제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직장인으로서 정리해고는 참 서글픈 순간입니다.</div> <div>특히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실력과 상관없이, 윗대가리들의 결정 하나로 내 앞날이 우루루 바뀔 수 있다는 점이...</div> <div>어차피 정리해고가 현재 경영/경제에 불가피한 조치라면, 그에 대한 사회적 완충 장치도 꼭 필요합니다. </div> <div>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div> <div>정리해고가 직장생활의 끝이 아닌, 그 실패를 더 큰 자산으로 옮길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적 공유, 정리해고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인식...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div> <div> </div> <div>이상으로 캐나다에서의 정리해고에 대한 후기를 써 봤습니다. </div> <div>저의 정리해고 경험과 극복기를 마치며...</div> <div>캐나다든, 아니면 한국이든, 아니면 세계 어디서든 제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직장인 여러분... </div> <div> </div> <div>화이팅!!! 입니다. </div> <div><br></div> <div>그럼 끄~~읏</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