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전 이야기는 밑에...</div> <div><br></div> <div>지역에 있는 주요보험회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div> <div>그래도 캐나다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이고, 그 전에도 혹시라도 자리가 있으면 옮겨볼까... 해서 계속 기웃거리던 회사입니다.</div> <div>얼마 전에 일자리가 나왔길래, 일자리 내용을 열심히 살펴보았는데... 저와 약간 맞는 구석이 있는 공고라서 이력서를 보냈었는데 덜컥 연락이 온 것입니다.</div> <div>예전에는 제 경력과 맞는 부분이 8~90%가 되어야만 안심하고 이력서를 보냈는데, 이제는 대충 5~60%만 맞아도... 아니 IT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무조건 지원합니다.</div> <div> </div> <div>역시나 첫번째 인터뷰는 전화인터뷰... HR 부서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약 40분간 이것저것 물어봅니다.</div> <div>주로 저의 경력사항과 학력, 그리고 일자리에 맞는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한 확인입니다.</div> <div>떨리는 마음으로 HR 담당자와 무사히 전화인터뷰를 마칩니다.  </div> <div>얼마나 긴장을 해서 전화기를 귀에 갖다댔던지, 전화기를 잡았던 손아귀가 아프고, 귀는 떨어져나갈 듯이 얼얼합니다.</div> <div>그래도 마음 속으로 막히지 않고 대충 이야기를 잘 한 것 같아서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div> <div> </div> <div>역시나 기대대로 이틀 후에 다시 연락이 옵니다. Face to Face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입니다. 그리고 인터뷰 날짜를 잡자고 합니다.</div> <div>그 전에는 이런 인터뷰 날짜도 알아서 잡으라고 불러주는대로 날짜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div> <div>제가 생각한 건 제일 첫번째로 인터뷰를 하자... 입니다.  </div> <div>아무래도 첫번째가 제일 인상을 많이 남길 것이고, 인터뷰 하는 사람들도 나중에 가면 지쳐서 대충 볼 것 같아서 첫번째... 정 안 되면 마지막으로 하자... 였습니다.  </div> <div>일주일 후에 인터뷰를 하자고 하는데, 제가 우깁니다. 그 때는 안 되겠다고... 더 빠른 시간에 잡아달라고...  </div> <div>HR 담당자가 더 빠른 시간은 없다고 하는데도 다시 한번 체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div> <div>한국말로는 "예쁜 누님..." 하면서 아양이라도 피워볼텐데, 영어로는 그러지도 못 하니... 그래도 간절한 말투로 이야기를 합니다. </div> <div>그랬더니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고서는 딱 1시간 비는 시간이 있다고 4일 후에 인터뷰 괜찮겠냐고 물어봅니다. </div> <div>'오... 예... '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약속을 잡습니다.</div> <div> </div> <div>남은 기간 동안 미친 듯이 인터뷰 준비를 합니다.</div> <div>우선 예상질문을 두 개의 파트로 나눕니다. Behavioural Part 와 Technical Part... 그리고 구글을 통해서 예상문제란 예상문제는 다 뽑아냅니다.</div> <div>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제 나름대로 준비해서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을 합니다.</div> <div>특히나 여기서는 대답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예제를 들어서 설명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냥 예상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을 줄줄 외우면 안 됩니다.  </div> <div>그 문제에 대해서 제가 경험했던 기억을 어떻게 하든 지 생각해 냅니다. 그리고 그걸 이야기로 만듭니다. 그걸 영어로 번역합니다. 그리고 그걸 외웁니다...  </div> <div> </div> <div>Job Description 중에서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술들은 상세하게 분석을 못 하더라도, 적어도 그 놈들이 어디에 쓰이는 건지는 알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div> <div>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기술 중에서 그와 가장 비슷한 기술이 무엇인 지 찾아서 그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공부합니다. </div> <div>인터뷰어가 그 기술에 대해서 물어보면... "아... 그거는 요거요거하는 거라고 기본개념은 알고 있지만,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저거를 해 봤거든... 그거랑 비슷해..." 이런 식으로 대처하려는 수작이죠.</div> <div>어차피 기본적인 이해가 있으면 그걸 사용하는 Tool은 다 비슷비슷하니깐요.  </div> <div> </div> <div>아내와 희망연봉에 대해서도 의논을 합니다.</div> <div>"얼마 부르지?"</div> <div>"그래도 이번에 마음 고생도 했고, 여기서는 연봉 뛰게 하려면 회사 옮길 때 밖에 없는데... 좀 올려서 불러야 하지 않겠어?"</div> <div>"그래야겠지...? 아... 그래도 불안하지 않을까...? 이 기회 놓치면 다시 이런 기회 잡기 힘들텐데..."</div> <div>"아... 좀... 기회 잡았을 때 누려... 그냥 불러..."</div> <div> </div> <div>인터뷰날이 되었습니다. 무언가 떨어뜨리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뷰장에 도착합니다.</div> <div>이미 인터뷰어 이름은 그 전에 받았었는데, 웬지 중국냄새가 강하게 나오는 이름... 역시나 여기서는 흔치 않은 동양계 메니저가 여자 메니저와 함께 인터뷰실로 옮니다.</div> <div>그러면서 저에게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봅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원래 우리끼리는 이름으로 어느정도 알지 않냐고 씨익 웃습니다.</div> <div>'오... 웬지 잘 풀릴 것 같은데...'</div> <div>갑자기 이 전에 중국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중국애들도 홍콩이나 대도시에서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흐믓해 한다는 이야기... 왜 갑자기 그게 떠올랐는 지...</div> <div> </div> <div>"오... 그럼 그대는 홍콩에서 왔는가?"</div> <div>"아닌데..."</div> <div>"그래? 그럼 샹하이? 베이징?"</div> <div>"아니... 난 캄보디아에서 어릴 때 왔어..."</div> <div> </div> <div>우... 씨...</div> <div> </div> <div>캄보디아가 도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야? 이 나라가 중국이랑 사이가 좋았나? 중국애라고 해서 기분 나쁜 건 아닌가...?</div> <div>별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div> <div> </div> <div>앉아서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한 후,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해서 그 메니저가 간단히 설명합니다.</div> <div>그리고 나서 '자... 이제 첫번째 파트.... 일어나 봐' 라고 이야기합니다.  </div> <div> </div> <div>아니.. 인터뷰 중에 왜 기립을? 여기는 몸매도 보나? 살 좀 빼고 올 걸 그랬나? </div> <div> </div> <div>그리고는 칠판에다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시스템 중에서 하나를 칠판에 그려서 설명하고, 그 시스템에서 제가 무슨 파트를 맡았었는 지, 주요 임무는 뭐였는 지 간단 프리젠테이션을 하라고 합니다.</div> <div> </div> <div>아... 이런 멘붕이... 듣도 보도 못한 인터뷰 방식입니다.  </div> <div> </div> <div>얼떨떨한 마음으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칠판 앞으로 걸어갑니다.  </div> <div>인터뷰어가 '시간 충분히 줄 테니 머리 속으로 정리되거든 시작해라' 라고 이야기하고는 째려봅니다.  </div> <div>아... 째려볼 거면서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하는 지...  </div> <div>겨우겨우 시작합니다. 준비도 못하고 연습도 못했으니, 뭐라고 말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div> <div>중간중간에 인터뷰어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지고, 그걸 하나하나 방어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div> <div> </div> <div>그래도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나마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뻥이 들어갑니다. 제가 맡았던 파트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했던 일이 많아집니다. </div> <div>프리젠테이션을 끝냈을 때에는 제가 없으면 거의 시스템이 안 돌아갈 정도였다는 식으로... 제가 속으로 생각해도 뻥이 너무 심했나... 할 정도로 그렇게 준비없는 프리젠테이션이 끝납니다.</div> <div>그 이후는 그냥 평이한 인터뷰였습니다. 특히나 그 전에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인터뷰 질문들이 많이 나옵니다.  </div> <div>자신있게, 준비한대로 경험을 섞어서 예제까지 설명하면서 그렇게 대답합니다. </div> <div>분위기가 좋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오... 이대로만 가면 되겠는데...</div> <div>인터뷰어가 마지막 질문 뭐 있냐고 해서 언제쯤 결과를 알 수 있게냐고 물어보긴 전까지는 그래도 희망에 들떠 있었습니다.</div> <div>그 희망을 와장창 부셔뜨린 건 메니저의 한마디였습니다.  </div> <div> </div> <div>"응, 좀 시간이 걸릴 거야. 이번에 너네 회사에서 인재가 많이 풀려서 인터뷰 볼 사람이 많다."</div> <div> </div> <div>그... 그렇구나... 나만 지원한 게 아니었구나... 당... 당연하겠지... 아... 그 날고 기는 애들이 다 지원했다면... 아...</div> <div> </div> <div>희망에서 갑자기 절망으로 푹 떨어집니다. 집으로 와서 인터뷰 결과를 묻는 아내에게 씁쓸한 미소만 보내고 푹 쓰러져서 잠이 듭니다.</div> <div>그 이후로는 인고의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하루종일 전화기와 이메일만 뚫어지게 쳐다봅니다.</div> <div>이전 회사에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그 애들을 다 헤치고 나갈 자신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div> <div>일이 있어서 밖에 나갈 때에도 웬지 그 사이에 이메일이 왔을 것 같아서 Free Wi-Fi 되는 곳 찾아다니고, 전화 왔을까 봐 급한 일만 마치고 집에 들어옵니다.</div> <div>그래도 연락이 안 옵니다.  </div> <div> </div> <div>"자기야 나 연봉 괜히 올려서 불렀나? 그냥 주는대로 열심히 한다고 할 걸 그랬나?"</div> <div>"아.. 됐어.. 거기만 회사인가? 좀 기다려 봐"</div> <div>"그래도... 여기에 그만한 회사도 이제 없고... 메니저에게 이메일 보내서 연봉 낮춰도 된다고 할까?"</div> <div>"아... 진짜 사내 자식이... Fire Ball 떼어버려... 그만한 존심도 없냐?"</div> <div> </div> <div>길거리 나 앉게 생겼는데, 뭔 놈의 존심은... 휴우...</div> <div> </div> <div>연락이 안 옵니다. 이젠 그 회사는 잊고 다시 새로운 회사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미련을 버리기도 참 아깝고 허탈합니다.  </div> <div>그렇게 기다림의 날이 계속 되던 하루였습니다. 아침부터 기다림에 지쳐서 무언가 할 일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다가...  </div> <div> </div> <div>냉장고 청소를 하기로 합니다.</div> <div>냉장고 청소를 하면서 아내와 통화하면서 버릴 거, 놔둘 거 그렇게 챙기고 있는 그 와중에... 전화가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div> <div> </div> <div>"자기야, 전화 왔다. 잠깐만 기다려 봐... 헬로?"</div> <div>"헬로... 캔 아이 스피크 위드 삐리리?"</div> <div>"응... 나야.. 나 지금 통화하고 있어."</div> <div> </div> <div>"축하한다... 우리가 너를 쓰기로 했다... 지금부터 연봉과 베니핏, 그리고 근무조건을 알려줄테니 잘 들어..."</div> <div> </div> <div>빠빠빠빰바... 합격 통보입니다. 그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 어눌한 영어로 다시 구렁텅이에 올라오다니... 아...</div> <div>역시 홍콩, 샹하이에서 왔냐는 이야기가 통한 건가...? 은근히 기분 좋았나?</div> <div>이야기를 다 듣고 통화대기하고 있던 아내에게 외칩니다.</div> <div> </div> <div>"자기야.. 나 안 죽었어.. 올 때 소주 댓병 사와.. 오늘 축하주 뽀지게 마셔보자...!!!"</div> <div> </div> <div>이렇게 저는 정리해고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와서 더 좋은 회사에 코딱지만큼 오른 연봉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되었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