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 -> 저 밑에... <div><br></div> <div><div>그렇게 대규모의 정리해고가 있은 지 약 6개월여 후, 악몽의 시작은 한 통의 이메일과 함께였습니다.</div> <div>그 날도 변함없이 오전근무 잘 하고, 대충 점심 때우고, 소화시킬 겸 회사 한바퀴 돌고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는데 CIO, 즉 IT부서 짱로부터 이메일이 한통 와 있었습니다.</div> <div>제목을 보아하니 IT Meeting~~ 어쩌구 저쩌구...</div> <div>또 변함없이 회사 미팅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메일을 열었습니다.</div> <div> </div> <div>요 근래에 회사에서는 이런 류의 IT 전 부서 미팅이 많이 있었습니다.</div> <div>왜냐하면 회사가 Demutualization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즉 Private회사에서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주식회사 심사통과를 위해서는 정부나 심사관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부서도 이리저리 바꾸고, 새로운 경영기법도 도입하고, 효과적인 방법론도 정착시키고... 그럴 때마다 전체 회의를 하다보니, 힘든 건 직원들뿐입니다. 솔직히 뭔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에휴...</span></div> <div>하여간 또 이런 류의 미팅이겠거니... 하고 이메일을 열고 내용을 확인했습니다.</div> <div> </div> <div>Tomorrow meeting... (내일 미팅있어...)</div> <div>This is mandatory... (빠지면 죽어...)</div> <div>Other meeting or training cancel해 (미리 잡혀있던 미팅이나 트레이닝은 다 캔슬해)</div> <div>From CIO John (IT짱 존으로부터)</div> <div> </div> <div>흠...</div> <div>보통 이런 류의 메일은 내일 어떤어떤 내용에 대해서 미팅을 할 것이다... 라고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곤 했는데, 이 메일은 딱 3~4줄로 찬바람이 쌩쌩 나는 그런 메일이었습니다.</div> <div>이 놈이 어제 크게 부부싸움을 했나... 하면서 잠깐 갸웃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시 오후근무로 열심히 빠져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당시 저의 부서는 마침 약 1주일 전에 큰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서 그야말로 널널 분위기였습니다.</div> <div>게다가 다른 부서에 비해서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해서 그 전 주에는 점심 때 부서회식까지 하고 자축까지 했던... 그래봤자 지 돈 내고 지 점심 사 먹는 거지만... 그런 분위기였습니다.</div> <div>그래서 그 당시에는 프로젝트 마무리하면서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 투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고, 실제로도 부서원 몇몇은 이미 그 다음주부터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을 배속받은 상태였습니다.</div> <div>어쨌든 그렇게 오후근무를 마무리하고 집에서 푹 쉬고, 운명의 날로 들어갔습니다.</div> <div> </div> <div>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타고, 여느 때와 같이 부서 직원들이랑 수다나 떨려고 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div> <div>여기저기서 웅성웅성대는 분위기이고, 다른 날과 달리 약간 붕~~ 뜬 분위기였습니다.</div> <div>저는 1년도 안 된 신삥이기에 분위기도 모르고 해서 친한 중국놈에게 물어봅니다.</div> <div> </div> <div>"야... 뭐여? 분위기가 왜 이래?"</div> <div>"너 들어올 때 회사 앞에 혹시 택시 줄 서 있는 거 봤어?"</div> <div>"택시? 아니 택시 한 대도 못 봤는데... 와이?"</div> <div>"흠... 그래? 그럼 아닌가?"</div> <div>"아... 뭐여... 말을 혀... 뭔 일이여?"</div> <div>"응... 어제 찬바람 씽씽 나는 이메일 봤지? 그게... 오늘 정리해고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하네..."</div> <div> </div> <div>띠~~잉... 머리가 복잡해집니다...</div> <div> </div> <div>"지... 진짜여?"</div> <div>"아니.. 확실한 건 아니고... 택시가 없다니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컴퓨터 로그인하는데도 아무 이상 없었잖아?"</div> <div> </div> <div>아... 씨... 자꾸 그 놈의 택시는 뭔 소리여?</div> <div> </div> <div>"물론이지... 컴퓨터 잘 돌아가고 있는데 뭐..."</div> <div>"그럼 아닌가...? 흠... 하여튼 이따가 미팅 가보면 알겠지 뭐... 헛소문일 수도 있고..."</div> <div> </div> <div>자리에 돌아와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합니다.</div> <div>열심히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잘릴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div> <div>일단 1년도 안된 신삥이고... 짜르려면 굳이 연봉 싼 신삥보다는 월급도둑인 메니저급에서 짤라야겠죠. </div> <div>그리고 1년도 안되서 자를거면 굳이 뽑을 이유도 없었고... (바쁜 프로젝트를 위한 단기성 구인이었다면 모를까...)</div> <div>맡은 프로젝트도 다른 팀에 비해서 성공적으로 끝나고, 다행히 몇몇 메니저들도 저의 성과에 대해서 잘 봐 주었고...</div> <div>내가 큰 사고를 친 것도 없고, 맡은 건 다 끝냈고, 회사 무단으로 빠진 적도 없고... </div> <div>흠... 설마 난 아니겠지...</div> <div> </div> <div>이렇게 낙관적인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그래도 약간의 미심쩍은 마음으로 오전근무를 마치고, 아내가 차를 쓰는 관계로 아까 그 친한 직원놈에게 라이드를 부탁해서 회의장소로 갔습니다.</div> <div> </div> <div>회의장도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div> <div>보통은 큰 홀에 다 모여서 앞에서 강사가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중간중간에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런 회의였는데, 오늘은 다릅니다.</div> <div>회의하는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회의실 앞에 긴 테이블이 있고, 거기에 평소에 보지도 못했던 직원들이 앉아 있습니다.</div> <div>그리고 들어오는 직원들 이름을 일일히 확인하면서 너는 A룸 8번 테이블, 너는 B룸 3번 테이블... 이렇게 회의실과 테이블까지 지정해 줍니다.</div> <div>저와 제 동료는 이름을 확인했더니 각자 다른 회의실에 배정되었습니다.</div> <div>전혀 아무 생각 없었던 저는 동료에게 이따 회의 끝나면 회사까지 다시 데려다달라고 부탁하고, 저에게 배정받은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div> <div> </div> <div>회의실 쪽으로 갔더니 회의실로 들어가는 문이 두어개 있는데, 그 문에서 약간 멀치감치 떨어져서 체격 건장한 놈들이 두어명씩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div> <div>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원탁테이블이 약 10여개 준비되어 있었고, 각 테이블마다 8~9개 정도의 의자가 정렬되어 있었습니다.</div> <div>그리고 회의실 한 쪽으로는 길게 흰 천으로 방 같은 걸 대여섯개 만들었고 그 안에는 의자가 두개씩 마주보고 있었습니다.</div> <div>회의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저는 일단 공짜커피와 공짜스넥을 챙기고 들어오는 놈들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div> <div>주로 메니저급들이 많았지만, 저처럼 신삥도 있었고, 중간급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계층의 직원들이 들어옵니다.</div> <div>그런데, 직원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점점 안심이 되어갑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도 이 놈이 없으면 회사 돌아가기 힘들겠다... 그런 놈들도 한둘씩 들어왔기 때문입니다.</div> <div>게다가 IT부서직원이 약 350명 정도인데, 이 회의실에는 약 100여명... 아무리 구조조정이래도 이 많은 인원을 자를 리는 없고...</div> <div> </div> <div>재빨리 머리를 굴립니다. '혹시 테이블별로 자르나? 1, 3, 5, 7번 테이블 너네 나가... 그렇게 하려나?'</div> <div>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직원들을 스캔합니다. 흠... 통 모르는 직원들뿐입니다.</div> <div>'아 좀 불안한데.... 혹시 모르니 공짜커피와 스넥이라도 더 먹어야겠다...'</div> <div> </div> <div>그렇게 초조하게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문으로 IT부서짱이랑 그 뒤에 똘마니 2어명이 쫄래쫄래 들어옵니다.</div> <div>그리고 아까 그 서성거리던 보디가드같은 놈들이 문을 쾅 닫으면서 각각 2명씩 문을 지킵니다.</div> <div>시장바닥같던 회의실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듯이 조용해집니다.</div> <div>평소에 회의를 하면 항상 웃는 낯이었던 IT짱은 굳은 얼굴로 뚜벅뚜벅 단상으로 걸어나갑니다.</div> <div>그리고 습관처럼 스~윽 한번 회의장을 스캔하더니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쏟아냅니다.</div> <div> </div> <div><b>"오늘부로 이 방에 있는 놈들은 다 짤렸다. 그 동안 고마웠고 나머지는 내 똘마니가 이야기할 거다. 앞으로 잘 살아라."</b></div> <div> </div> <div>이렇게 딱 세 마디를 숨도 쉬지않고, 무표정으로 내뱉더니 단상 옆으로 내려옵니다.</div> <div> </div> <div>갑자기 누가 뒤통수를 탁 치면서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 납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습니다.</div> <div>아무래도 충격으로 인해 제 머릿속에서 지 머리가 지 머리를 때렸나 봅니다.</div> <div>눈물이 왈칵 나는 것 같고, 한동안 윙~~ 하고 귀에서 이명이 울려서 잘 안들립니다.</div> <div>'야 이 십장생아...' 라고 크게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발음 때문에 못 알아들을까 봐 꾹 참습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예상치 않았던 저의 파란만장한 정리해고 경험기가 시작됩니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