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br> 민머리 29만원이 좌지우지하던 80년대에 유아기를 보낸 30대 중반 청년입니다.<br> 대학교에 막 입학해 DC인사이드 갤러리 글을 보고 낄낄 거렸던 것도 벌써 15~16년이 흘렀네요.<br><br> 지난주 금요일 베오베 게시물 '2017-2018 아파트 전망'에 댓글 토론을 하며 든 생각을 몇가지 정리해봅니다.<br><br><b>*** 이 글을 게시하면 폭락설이 득세하는 인터넷 게시판 분위기 상 '꼰대'라며 손가락질 받고 비공감 폭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br> 그렇지만 한 쪽의 논리와 주장에만 심취해 다른 쪽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내팽개쳤던 과거의 저를 돌아보며 한분이라도 더 경제에 눈을 떳으면 하는 생각에 글을 작성해봅니다. ***</b><br><br> 다만 저는 경제학자가 아니기에 아래 이어지는 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당연히 오류 많음)을 알려드립니다.<br><br><br><b>0. 들어가며</b><br><br> 예전 대학교 경제학 강의 시간의 첫 과제가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개입주의'라는 책을 읽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br> 당시 보편적인 복지사회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던 저는 과제 제출 후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질문을 했었죠.<br><br> "교수님, 미제스와 같은 대 경제학자가 왜 자유시장 경제주의에 치우친 의견 만을 낸 것이 의아합니다."<br><br> 교수님이 '이렇게 멍청한 질문할 줄 알았다'하는 표정으로 답변해주시더군요.<br><br> "어딘가에 치우쳐져 있다 또는 중도를 걷는 바른 의견이다 이런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결국 누군가는 왼쪽 끝에 누군가는 오른쪽 끝에 서서 영역의 극단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 중간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절충점 역할을 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는것 아닌가요?"<br><br> 폰 미제스를 전형적인 꼰대라고 생각하며 책 한권을 간신히 읽어낸 저에게 교수님의 답변은 큰 충격을 주는 것 이었습니다.<br><br><br><b>1. 시장의 논리</b><br><br> 시니컬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동산은 항상 꼭지이고, 채권시장의 신용도는 과대평과되어 있으며, 주식시장은 개미지옥이기에 예금만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br><br> 여기 홍대에 A, B, C, D 단 4개의 클럽이 있다 칩시다.<br> 평소에는 4개 클럽 공히 방문객의 수가 대동소이합니다.<br><br> 그런데 2~3달 이내 어느 날이 되었든 B클럽에서 GD가 생일파티를 한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br> A, C, D클럽을 가려던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클럽에 관심 1도 없던 GD 팬들도 B클럽을 종종 찾게 되겠지요?<br><br> B클럽에 모인 사람들 역시 붐비는 클럽 안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하는데요.<br> GD의 생일파티가 끝나는 그 날까지 점점 더 열기는 달아오를 것입니다.<br><br> A, B, C, D클럽의 이름은 각각 '예금', '부동산', '채권', '주식'입니다.<br> 부동산 폭락설을 주장하는 분들의 말에 따르면, 열기가 달아오르는 시장에 진입하면 버블때문에 위험하다 합니다.<br><br> 그렇다면 B클럽이 달아오를때 사람 없이 한적한 A, C, D클럽에서 고고하게 칵테일을 홀짝거리는게 더 현명한 자산 운용일까요?<br><br> B클럽에서 춤추는 사람 모두는 GD 생일 후에 B클럽이 한적해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br> 그런데도 B클럽에 사람이 붐비는 이유는 그들이 멍청해서가 아닙니다.<br> 위험을 피하고자 A, C, D클럽에 백날 죽치고 앉아있어봤자 춤출 일 자체가 생기기 힘들기 때문이지요!<br><br> B클럽에서 C클럽, C클럽에서 다시 D클럽 또는 A클럽.<br> 이런식으로 자산 운용에 능한 사람들은 클럽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자본을 확충합니다.<br><br><br><b>2. 인플레이션</b><br><br> 위에선 좀 쉽게 설명하기 위해 클럽을 예로 들었는데요.<br><br> 분명 저 클럽에도 마지막에 입장해 비용은 비용대로 소모하고 춤 한번 제대로 추지 못하는 사람은 나오게 마련입니다.<br> 실제 다음날이면 출근하기 위해 클럽을 떠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리스크이지요!<br><br> 허나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다릅니다.<br> 과도한 레버리지를 끌어오지 않은 투자자라면 다음 활황기를 위해 시장에 남아있는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br> 그리고 그런 투자자를 위해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속성인 '인플레이션'이란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습니다.<br><br> 다시 클럽으로 돌아가보죠.<br><br> 막차를 탄 직장인은 클럽 사장에게서 언제든 한번은 클럽에 돌아올 수 있는 무료입장권을 받아 나옵니다. (그런게 있다 치죠)<br> 그리고 직장인이 입장권의 사실을 잊고 1년여 지났을까요. 이번엔 B클럽에서 잘 나가는 걸그룹 행사 소식이 들려오죠.<br> 게다가 지난 1년간 보수 공사를 마친 클럽은 입장권 가격을 1.5배나 올렸다고 하네요!<br><br> 이제 씁쓸한 마음으로 귀가했던 직장인은 다시 기쁜 마음으로 클럽에 돌아옵니다.<br><br><br><b>3. 디플레이션</b><br><br> 위 예시를 보면 인플레이션으로 재화의 가격이 올라갈거란 확신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시지요?<br><br>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br>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멈추면 바로 재앙이 닥쳐오기 때문입니다.<br> 시장이 무너지는 재앙 앞에선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던 심지어 가지고 있는것이 없던 다 같이 망할 판인데.<br> 굳이 재앙이 닥쳐올 것을 가정해서 자산을 운용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br><br>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배운 경제 개념에서의 디플레이션은 굉장히 고상한 '자산 가치 하락' 입니다.<br> 그런데 실제 사회에서 디플레이션이 벌어지면 그 본 뜻은 '지상 위의 지옥' 정도가 되겠습니다.<br><br> 우리가 어떤 물건을 구매할때는 그 물건이 향후 비싸지리라는 미래 가치 반영이 포함되기 마련입니다.<br> 예를들어 100원짜리 장난감을 산다고 할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년 쯤엔 110원에 판매될 될 것 같기에 장난감을 사게 되는거죠.<br> 그런데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100원짜리 장난감이 내년쯤엔 90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될 거 같은 겁니다.<br>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100원에 팔던 장난감을 최소 90원 아래로 내려서 팔아야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게 되고요.<br><br> 가계는 점점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생산과 마진을 줄이고, 그 영향으로 다시 가계는 소득이 줄어들고... 위와 같은 사이클을 연쇄적으로 거치면서 그냥 모두 다 같이 망하는 것이지요.<br><br> 모든 경제주체가 가장 두려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게 마련입니다.<br> 최근의 아베노믹스와 양적완화가 그 궤를 같이 하는 정책입니다.<br><br> 시장에 유동성을 '미친듯이' 공급해 "앞으로 물건 값은 점점 비싸질거야"라는 신호를 보내는것이죠.<br><br>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보이면? 당연히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해 이겨낼 것입니다.<br> 이겨내지 못하면 파국만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br><br><br><b>4. 폭락설을 믿고 따르면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b><br><br> 1930년대의 대공황,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br> 인간은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br><br> 큰 틀에서 이미 한번 겪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좋고,<br>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발생한다해도 그 해법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br><br> 이쯤에서 제목을 수정해야겠네요.<br><br> "부동산 폭락설을 믿고 따르면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br> -> <b>"부동산 폭락설 또는 폭등설을 믿고 따르면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b><br><br> 벌써 0번 들어가며에 적어드렸죠?<br><br><b>폭락설/폭등설을 주장하는 '네임드' 학자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담론의 양 극단에 위치한 분들입니다.<br> 그 분들이 시장의 하방 위험에 대한 경고 또는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보내는 것은 '양측 모두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라'는 뜻이지 '내 말이 무작정 옳으니까 당장 따르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b><br><br> 모쪼록 졸필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br> 오유 경제게시판 유져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