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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dungeon_671318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320
    IP : 125.176.***.15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8/04/17 16:30:01
    http://todayhumor.com/?dungeon_671318 모바일
    [소설] 빛나지 않는 달은 꿈을 꾸는가
    옵션
    • 창작글
    <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사내는 적당히 몸을 덥힐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히 씻은 뒤 곧장 쓰러지듯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드러눕자마자 묵직한 피로감이 빠르게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사지도, 눈꺼풀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져 모든 생각이 무의식의 저편으로 가라앉을 뿐이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빛나지 않는 달이 떠올랐다. 몇 번째 뜨는 달이었던가. 이곳에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달이 뜨고 졌다. 빛이 내리지 않는 땅에는 죽은 이들뿐이었다. 그 땅 위에 오롯이 서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나는 죽었는가. 육신이 죽어 응당 가야 할 지옥에 떨어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하늘에서 붉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진득하게 흐르는 것이 피와 같았다. 따스한 것이 빠르게 식어가는 그 느낌은 섬뜩하게 다가오면서도 지극히 익숙한 것이었다. 달에서부터 죽은 자가 떨어졌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벌써 발목까지 차오른 진득한 것을 헤쳐 어딘가로 나아갔다. 발치에 엉겨 붙는 그 느낌은 마치 사람의 손길과도 같았다. 익숙하게 그 손들을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멈춰선 곳은 달에서부터 떨어진 것이 있는 곳이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어째서. 그것의 열린 입에서 새는 듯한 소리가 빠져나왔다. "임무였으니까." 질척함이 다리를 붙드는 것이 느껴졌다. 죽고 싶지 않았어. 마치 흐느끼는 듯한 소리였으나 이곳에 우는 것은 없었다. 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임무였다." 질척거림은 점차 내 몸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했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입에서 간절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임무였을 뿐이다." 이내 전신이 짓눌리기 시작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할 말은 그것뿐이냐. 명백히 원망하는 목소리. 짓누르는 힘은 점점 강해졌고, 곧 나는 질척함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무엇을 더 원하지?"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질척거림은 그저 할 말은 그것뿐이냐 묻기만 할 뿐이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달각거리는 뼈가 나를 붙들었다. 질척이는 살점들이 나를 붙들었다. 진득하게 흐르는 피가 나를 짓눌렀다. 달에서 떨어진 것은 나를 보고 있었다. 어딘가 모를 익숙함에 그제야 이것이 꿈임을 깨달았다. 몇 번이고 꾸었던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벌써 이 진득한 붉은 늪은 내 몸을 거의 집어삼킨 상태였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할 말은 그것뿐이냐. 원망의 소리가 온 사방에서 울렸다. "…그것뿐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완전히 가라앉았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그것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추모의 말을 바라는가. 사과의 말을 바라는가.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갖길 바라는가. 하다못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합리화라도 하길 바라는가. 그런 인간적인 감정은 진즉 마모되어 사라졌거늘, 이런 일개 부품과도 같은 것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이 바닥 없는 늪은 무엇인가.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알량한 죄책감의 늪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빠르게 식어가는 온도와 진득하게 엉겨 붙는 피는 나의 일상이거늘, 어떻게 인간적인 마음이 여태 남아있겠는가. 이곳은 그 무엇도 아닌, 지옥이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내가 응당 죽어서 가야 할 곳. 용도를 다한 부품이 죽어 가야 할 곳. 내 손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원망을 들으며 영원히 짓눌리는 그런 지옥. 늦든 빠르든 언젠간 도달할 그곳에서 몇 번이고 가라앉는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더이상 칼도 총도 쥘 수 없을 때까지. 나만을 위한 이 지옥에서.</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그렇게 빛나지 않는 달은 바닥 없는 피 웅덩이 속으로 그저 한없이 가라앉았다.</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사내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불 속에 파묻혀 채 제대로 쉬지 못한 숨을 들이켜며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었다. 얼마나 눈을 붙였던가. 시계를 찾아보려 몸을 기울이던 그는 다시 침대 위에 힘없이 널브러졌다. 할 말은 그것뿐이냐. 사내는 꿈속에서 들었던 말을 조용히 되뇌었다. "…언젠간."</span><br style="margin:0px;padding:0px;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 </span><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그는 머릿속으로 미처 하지 못했던, 형식적일 뿐인, 스러진 목표에 대한 추모를 읊은 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한번 한없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에 몸을 맡기면서.</span>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오늘의 아라드 팬픽은 레퀴엠의 이야기</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일개 부품과도 같은 암살자 역시 죄책감을 가지는가</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부디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돋움', Dotum, Helvetica, sans-serif;">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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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7 19:52:01  152.149.***.224  푸푸린  73819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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