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iv>꿈속에서 눈을뜨고 처음 본 달력은 2002년.</div> <div>뜨거웠던 여름 현재의 기억을 가진채로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div>그런데 분명히 그 사람도 저였습니다.</div> <div><br></div> <div>고급진 아파트에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나이차가 나지 않는 동생 마지막으로 늦둥이 여동생.</div></div> <div>저는 다섯식구의 큰아들이었습니다.</div> <div>신기하게도 누나와 남동생도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div> <div>누나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div> <div>바라보는것만으로 행복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div> <div>남동생은 저와 쌍둥이가 아니었는데도 나이차가 없었습니다.</div> <div>친동생임에도 말이죠.</div> <div>남동생과 저는 이제 막 성인이 되었고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무언가 일을 했습니다.</div> <div>여동생은 아침 일찍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갔습니다.</div> <div>뒤따라 남동생이 집을 나서고, 누나와 늦은 아침을 함께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소란스럽고 화창한 점심이 되서야 누나와 저는 집을 나왔습니다.</div> <div>멋들어진 정장을 차려입고 어딘가 회사를 다녔습니다.</div> <div>같은건물의 다른회사였는데 누나는 혼자 일했고 저는 팀이 있었습니다.</div> <div>저의 파트너는 여직원이었는데 출근하자마자 저를 붙잡고 말했습니다.</div> <div>아침에 깨어났더니 자신에게 다른 기억이 생겼다고.</div> <div>그래서 너무 혼란스럽다고.</div> <div><br></div> <div>2)</div> <div>너른 부지였습니다.</div> <div>항만? 공장? 기계소리가 시끄럽고 비릿한 쇳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div> <div>저희 팀의 팀장과 부팀장이 죽어있었습니다.</div> <div>총?에 맞아서? 영화에서 보던 그림?</div> <div>팀장을 죽인 사람은 정장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div> <div>그 사람은 우리들은 이 시간에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div> <div>팀장이 죽은 이유도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 죽었다고 했습니다.</div> <div>누나는 이미 다른곳에서 죽었고, 제 뒤에선 남동생이 가슴이 관통당한채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div> <div>그때 우리팀에 있던 파견직 여직원이 제 파트너를 등뒤에서 찔렀습니다.</div> <div>송곳의 바늘이 가슴으로 튀어나 올정도로.</div> <div>파트너를 찌른 파견직 여직원은 활짝 웃으며 정장을 입은사람에게 다가갔는데, </div> <div>그는 다가온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파견직 여직원의 목에 옆으로 송곳을 찔러 넣으며 그녀 역시 이곳에 있어선 안된다며 죽였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장을 입는 사람은 저에게 다가오며 앞으로 두명 이라고 말하며 저를 찔러 죽였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잠에서 깬 저는 이게 무슨 개꿈인가 하고 다시 잠들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3)</span></div> <div>뜨거웟던 여름의 늦둥이 여동생과 똑같은 얼굴을 한 고등학생 여동생이 저를 깨우고</div> <div>여동생은 지각을 한다며 저만 깨우고 바로 집을 나섰습니다.</div> <div>방문옆에 걸려있는 커다란 캐릭터 달력은 1973년.</div> <div>저는 여동생과 단 둘뿐은 남매가 되어있었습니다.</div> <div>공장에서 일을 하는 저는 교대근무를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div> <div>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숲을 한참 걸어나가 최신식 모노레일을 기다리고있었습니다.</div> <div>그런데 옆에서 저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div> <div>2002년의 아름다웠던 누나가 있었습니다.</div> <div>보고싶었다고 저를 안아주었습니다.</div> <div>누나도 기억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div> <div>그런데 저는 여동생과 단둘인 남매가 되었는데 왜 누나가 여기있을까요?</div> <div><br></div> <div>4)</div> <div>가슴이 관통되어 죽어가던 남동생이 저와 누나의 팔을 붙잡고 도망치고 있습니다.</div> <div>그리고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div> <div>누나는 동생을 끌어안고 울며 소리치고, 저는 정장을 입은 남자를 다시 보았습니다.</div> <div>그의 뒤에는 파견직 여직원이 짖은 검은색 권총을 쥐고 방방 뛰고 있었습니다.</div> <div>그리고 저의 파트너였던 여자는 축 늘어진채 정장을 입은 남자의 왼손에 끌어 오고있었습니다.</div> <div>아직 죽은겉 같지는 않은데 분명히 죽는다고 생각했습니다.</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는 이래선 안된다며 누나의 몸에 칼을 찔러넣었습니다.</div> <div>그리고 피가 뭍지 않은 칼을 뽑아내고 파트너를 찔러 죽였습니다.</div> <div>동생은 이미 호흡이 멈췄고, 권총을 쥐고있던 파견직 여직원을 죽였습니다.</div> <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장을 입는 사람은 저에게 앞으로 한명 이라고 말하며 저를 찔러 죽였습니다.</span></div></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잠에서 깬 저는 잠깐 핸드폰 시계를 보고 다시 잠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5)</div> <div>회색 빌딩정원이 멀리보이는 나무 아래서 저는 일어났습니다.</div> <div>은색의 전자손목시계는 1738년.</div> <div>선선한 솔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옆에는 누나가 잘 잣냐며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div> <div>누나는 조금 어려진것 같았고, 저는 조금 나이를 먹은것 같았습니다.</div> <div>몸을 한바퀴 뒹굴 굴러 누나의 허리를 감아 안았습니다.</div> <div>그러자 누군가 제 등짝을 한대 때렸는데 제 파트너였습니다.</div> <div>아직도 누나에게 어리광을 부린다고 뭐라하는것 같습니다.</div> <div>근데 이시대의 저는 외동아들로 자란것 같은데요?</div> <div><br></div> <div>6)</div> <div>여동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div> <div>아니 이 시간에는 여동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는 저에게 여러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div> <div>팀장과 남동생, 그리고 누나가 죽었습니다.</div> <div>파견직 여직원은 정장을 입은 남자의 발 아래에 깔려 죽어가고있고,</div> <div>제 파트너는 방금전 정장을 입은 남자의 발길질에 머리가 터져가며 죽었습니다.</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의 손에는 짧은 송곳이 들려있었고,</div> <div>제목에 옆으로 찔러 넣으며 앞으로 한명이라고 말했습니다.</div> <div>아까도 한명이라고 했던것 같은데?</div> <div><br></div> <div><br></div> <div>잠에서 깨어 핸드폰을 보니 5분도 흐르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7)</div> <div>작은섬 하나, 큰섬 하나, 끝이 안보이는 빌딩숲.</div> <div>그리고 섬과 빌딩숲을 연결하는 길고긴 다리.</div> <div>하늘에 떠있는 하늘시계는 13XX년.</div> <div>비행선보다 큰, 작은섬보다는 작은 하늘섬? 끝자락.</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와 둘이서서 아래를 바라보고있었습니다.</div> <div>하늘끝까지 들어올릴 거대한 크레인이 체인으로 다리를 붙잡고 있었고,</div> <div>다리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섬이나 빌딩숲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div> <div>그 광경은 가만히 보기 힘들 정도로 무서워서 저는 하늘섬?끝자락에 걸터 앉아 내려보고,</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는 저를 한번 내려다 보고 무언가 신호를 주었습니다.</div> <div>크레인은 걸고있던 체인을 풀어내었고, 다리는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 바다로 잠겨들었습니다.</div> <div>다리의 이름은 성수대교라는것 같습니다.</div> <div>이곳의 글자는 한글도 영어도 일본어도 한자도 아닙니다.</div> <div>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성수대교라고 합니다.</div> <div>다행입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8)</div> <div>저는 더이상 젊지 않습니다.</div> <div>뒤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쌓여있었고, 그중에는 팀장과 파트너, 파견직여직원, 남동생 그리고 누나의 시체도 섞여있었습니다.</div> <div>다리가 완전히 무너지는것을 보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누나의 시체옆에 앉아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div> <div>여전히 누나는 아름답습니다.</div> <div>이 아름다운 사람은 벌써 네번이나 죽었습니다.</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는 저를 내려다보고있습니다.</div> <div>오른손에는 기이하게 생긴 송곳을 들고있습니다.</div> <div>네. 저는 그 송곳에 찔려 죽었습니다.</div> <div>정장을 입은 남자는 저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했습니다.</div> <div>저는 정장을 입는 남자와 무언가를 하고있었던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저는 일어났는데 왜인지 모르게 또 잠들었습니다.</div> <div>그래야 할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9)</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꿈속에서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꿈속에서 눈을 뜨는 바로옆에 달력이나 시계가 있습니다.</span></div> <div>이번에도 있네요.</div> <div>12XX년. 뭐가 이상한데 시간은 뒤로 돌아가는것 같은데 문명은 엄청나게 발전하고있습니다.</div> <div>이번에도 하늘섬?인것 같은데</div> <div>방금전까지 쌓여있던 시체가 없습니다.</div> <div>회색 빌딩숲도 없고, 무너진 다리도 없고.</div> <div>여동생은 학교에 갔나?</div> <div>꿈같이 아름다운 누나는 어딜 갔을까요?</div> <div>남동생은 왠지 잘 살고있는것 같습니다.</div> <div>팀장도 파트너도 파견직 여직원도 이번에는 안보입니다.</div> <div>어머니는 처음 2002년이후로 한번도 못 만났네요.</div> <div><br></div> <div>10) </div> <div>꿈속에서 매번 만나는 사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장을 입은 사람이 하늘을 걸어서 다가오네요.</span></div> <div>의문 가득한 얼굴입니다.</div> <div>이번에는 그에게 죽지 않았습니다.</div> <div>처음이네요.</div> <div>그냥 배가 고파서 일어났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