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영하 19도의 강추위를 뚫고 아침운동을 무려 두시간이나 하고 와서 부들거리는 근육들을 진정시키면서 게시판 글들을 읽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역시 좋은 글, 재미있는  글들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세차하러 나가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발목 붙잡히고 있다는...

조언을 구하는 글, 조언을 해주시는 글들이 많아서 참으로 정겨운 게시판입니다.
그런데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께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오지랍이 생깁니다

저는 원래 실험실 출신입니다. 현재 직업은 좀 다르지만 연구원을 가장한 공순이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연구원이라면 살짝 환상을 갖고 계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분야는 거의 노가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야의 연구원분들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왜 노가다라고 하느냐 
실험이란 건 이렇게 하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실천에 옮겨 보는 일입니다
그 생각을 보통 근사하게는 가설이라고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그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보완해가면서 해보는 행위가 실험이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과와 결론에 모아져 가는 겁니다
이렇레도 했다가 안되면 저렇게도 했다가 그러다 보니 수십번씩 같은 일을 잔복하게되는 노가다가 되기 십상이죠
 
대개 가설을 세울 때 보통은 예비 실험을 좀 합니다
머릿속에 그려진 골격을 대충 좀 해보는 거죠
이런 저런 조건들을 맞춰보는 겁니다
실험에 따라서는 위험할 수도 있고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고 단계가 복잡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는지 뭐 이런 저런 조건들을 미리 검토해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보통 이런 예비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본 실험의 계획을 짜게 됩니다
문제는 예비실험을 해도 본 시험이랑 다른 경우가 너무너무 많다는 거 ㅎㅎㅎ

 우리의 관심사인 운동이나 식사 방법에 대입해도 비슷합니다 
우리의 다이어트는 사실 실험입니다
사람마다 조건이 다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모든 것이 다릅니다
일반론이 전혀 무의미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게시판에 글을 쓰시는 많은 분들의 많은 경험이 모여 집단지성의 힘으로 최선의 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닙니다 
결국 그게 나에게 적용되었을 때는 또 새로운 실험이 되는 거니까요

처음 무언가를 시도하시는 분들, 실패하고 실수없이 한번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묻고 또 묻게 되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물어서 얻은 답보다 되든 안되든 한번 해보는게 더 확실합니다
운동 이렇게 하면 살이 빠질까요? 하고 물으신다면 사실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입니다
이렇게 먹어도 괜찮을까요? 라고 물으셔도 정답은 잘 몰라요 입니다

이렇게 해도 될까 생각이 들면 일단 해보세요
예비실험 데이터를 얻는다 생각하고 해보는 거죠
해보고 잘 안되면 그때 그 데이터를 가지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또 수정해서 해보고 안되면 또 수정해서 해보고 내게 맞는 적당한 장접이 나올 때까지 해보고 고치고 해보고 고쳐가며 찾아가는 거죠
그게 공부인 거구요 

1일 1식이 좋은가? 궁금하면 해보는 겁니다
해보고 나한테 맞으면 오케이 안맞으면 궤도 수정
하루 스쿼트 100개 하면 살 빠질까 궁금하면 해보는 겁니다 
빠지면 오케이 안빠지면 다른 운동을 하던가 갯수를 늘이던가 궤도 수정하면 되는 거구요

시작도 하기 전에 겁먹고 될까 안될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은 그냥 해보는 겁니다 용기를 갖고...
우리의 다이어트는 결국 실험을 가장한 노가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이렇게 저렇게 꾸준히 해보는게 정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지랍 한번 떨어봤습니다.
저 더 늦기 전에 세차나 하고 헬스장가서 코치님 나머지 공부 3종 세트나 하고 와야겠습니다 
사실 어제 렛슨때 풀코스로 혼나서 나머지 공부 3종 세트가 7종 세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30분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킨거 다 하려면 2시간은 뛰고 와야 하려나 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