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사는 아닙니다만,  그 언저리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div>학교 다닐 때도 그 언저리의 공부를 많이 했고 나름 따로 책도 읽고, 뭐 그렇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에 대한 논란이 이렇게 격하게 진행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div> <div>사실 이걸 제대로 이해하자면, 탄탄하고 방대한 생리학, 생화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얼추 까먹은 지금에 와서 다시 책보고 공부해서 이 논란에 끼어들기엔 제가 너무 게으르고 귀찮았습니다.</div> <div>그런데 이렇게 이론적으로 깊숙히 토론될거라곤 생각지도 않았거니와, 이런 토론이 발전적이고 생산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튈거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div> <div><br></div> <div>결국 옛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당뇨병학 책을 꺼내서 슬슬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div> <div>제가 여기서 당뇨병학 책을 요약해서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div> <div>그럴 능력도 안되구요.</div> <div><br></div> <div>다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하는 생각은 굳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살을 빼는 것이 옳으냐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겁니다.</div> <div>케톤산증이란 것이 일반인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가는 증상이 아닙니다</div> <div>대단히 위험한 상태입니다.</div> <div>신체가 살기 위해서 기를 악을 쓰다가 막판에 도달하는 응급상황인 겁니다.</div> <div>그런데 고작 지방 덩어리 몇 킬로 덜어내자고 몸을 그런 위험상황에 노출시키는게 옳은 일일까요?</div> <div><br></div> <div>어떤 분이 쓰신 글에 병적인 케톤체와 정상상황에서 생기는 케톤체가 다르다고 했는데, 몸에서 그 두가지가 다르게 생긴다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거니와, 설령 다르다 하더라도 몸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일으키는 반응이 다를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div> <div>다만, 발생하는 농도에 따라서야 나타나는 반응이야 다를 수 있겠지요.</div> <div><br></div> <div>제가 공부를 덜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이론이 언제나 정설은 아닌 겁니다. </div> <div>그 이론이 정설로 인정되기까지는 수십년의 갑론을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div> <div>최신 이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개인의 신념이고 보수적으로 정설로 인정되기까지는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도 개인의 신념입니다.</div> <div>무엇을 따르든 개인의 책임하에 실행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다만, 무엇이 되었든 이 모든 것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쉽게 속단해서도 안되고 예측해서도 안됩니다.</div> <div>제 직업 때문에 사람의 몸과 병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의 몸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중용이란 겁니다.</div> <div>교과서에서는 '항상성'이라는 표현으로 쓰는데, 저는 중용이란 말이 더 좋습니다.</div> <div>사람 몸은 언제나 정해진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 때문에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겁니다.</div> <div>일시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그 일정한 상태로 되돌려놓기 위한 프로세스가 가동됩니다.</div> <div>몸의 상태가 극단으로 치우치면 치우칠수록 평상시에는 가동되지 않는 극한의 프로세스가 등장하는 겁니다.</div> <div>부작용이 크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평형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발버둥이지요.</div> <div><br></div> <div>그런데 그렇게까지 큰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할만큼 절박한가요?</div> <div>그게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다고 생각하시나요?</div> <div>마음의 중용, 감각의 중용, 몸의 중용, 이걸 받아들이면 체중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다들 알고 계시지 않나요?</div> <div>다만, 조급증에, 더 쉽게 가려는 얄팍함에 외면하고 있을 뿐...</div> <div><br></div> <div>저는 과학을 공부하고 과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알면 알게될수록 과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특히 사람과 관계된 과학의 핵심은 중용이란 생각이 점점 더 많이 듭니다.</div> <div>세상은 복잡하지만, 알고보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가장 간단한 겁니다.</div> <div>그건 다들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바로 그것이죠.</div> <div><br></div> <div>무엇을 따르든 개인의 선택이고 그 결과를 개인이 책임만 질 수 있다면 그 선택이 공격받을 이유는 없습니다.</div> <div>공격하고 힐난할 권리도 없구요.</div> <div>과학적인 건설적인 토론이 아니라 진흙탕싸움이 되어가는 게시판이 슬픕니다.</div> <div>그 지방 덩어리가 뭣이 중허다고...</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