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릴때부터 컴퓨터 쪼꼼 배웠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컴퓨터 수리 담당이었던 사람으로써
컴퓨터 쫌 한다는 친구에게 질문하기 전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1. 컴퓨터가 켜지는지(컴퓨터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하세요.
안 켜진다면 콘센트를 옮겨 꽂아 가며 불이 들어오는지 다시 한번 확인
모니터에도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하세유
2. 윈도우에 들어가지는지 확인하세요.
윈도우 아시죠? 창문. 그 운영체제에 들어가져서 윈도우 화면이 나오는지, 오류메세지가 뜨는지, 뜬다면 뭐라고 뜨는지 확인해주세요
3. 포맷을 부탁하려면 백업을 미리 해 주세요.
포맷은 일단 하게 되면 그 드라이브에 있는 자료가 모두 사라집니다. 실제로는 사라지는 게 아니고 그 자료에 연결할 수 있는 링크만 끊어지는 것이지만 포맷 후 다시 윈도우를 깔게 되면 예전 자료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어지죠.
윈도우에 안 들어가지는 경우에도 컴퓨터를 쫌 하는 사람이라면 자료를 살릴 수 있습니다. 자료를 그대로 두고 윈도우만 다시 까는 방법도 있고 하드디스크를 다른 곳에 연결하여 백업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포맷 전에 '자료 다 없어지니까 백업해둬'라고 백번 말해도 포맷 후에 '야 이거 어디갔어?' 하는 사람들 꽤 됩니다. 몇년간의 사진 자료가 날라갔느니 왜 말 안해줬냐느니 하는 친구도 간혹 있습니다. 그거 니 실수야 돼지야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포맷 전에는 백업하세요 백번하세요
백업할 때 주로 많이 놓치는 곳은
내 문서, 내 문서\다운로드, 내 문서\네이트온 받은 파일, 바탕 화면
입니다.
4. 문제가 생겼을 때 친구에게 물어보려면 그대로 냅둔 채로 전화를 해서 가급적 상세히 상황을 말씀해주세요.
그 친구가 신이 아닌 이상 '야 컴퓨터가 안돼 오류나'라는 말 한 마디로 해결책을 줄 수는 없습니다. 절대로요.
'내가 한글 2010으로 소설을 쓰다가 오류가 나서 한글이 꺼지면서 파일이 날아가 버렸어. 오류는 "버전 정보가 잘못되었으므로 저장할 수 없습니다."라는데 되살릴 수 없을까?'
라는 정도의 질문은 해야 앞뒤가 있고 대답을 해줄 수 있습니다. 설령 '불가능해'라는 대답이더라도 대답은 가능하지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적응이 되어서 '컴퓨터가 안돼'하면 0.00721초 내로 '포맷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상세히 문제를 말해주면 어떻게든 해결해주려 노력하죠
오류나면 그대로 멈추고 전화기를 드세요. 뭘 하다가 오류가 났는지 상세히 설명하세요. 점심메뉴 빼고 다 말씀해 주세요. 그럼 그 친구도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5. 맛있는거 사주세요
컴퓨터 고쳐줄땐 고쳐만 준다면 간이고 쓸개고 줄 것 같이 해놓고 고치고 나니 '야 수고했어 뭐먹고싶니' 해놓고 사달라면 잠수타는 잠수부 있습니다.
컴퓨터 고쳐준 친구가 한 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 머리카락은 님 때문에 몇가닥, 몇십가닥씩 더 빠져있습니다. 그 머리카락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다시 나진 않지만 맛있는 거라도 사주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세요
하다못해 카카오톡 선물로 풰레로로쉐 천원짜리만 줘도 고맙습니다. 설렁탕 사주면 더 좋고요, 초밥이면 10년간 무상수리도 가능합니다.
맛있는거 사주세요. 초밥 사주세요
다 경험담입니다ㅠ 콘센트가 망가져서 모니터가 안 들어오는건데 전화해서 '컴퓨터가 안돼. 화면이 안 나와'했던 친구도 있고 윈도우는 커녕 부트로더가 망가져서 부팅이 안 되던 친구도 있었는데 그 오류 메세지를 안 알려줘서 한참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자료 날렸다고 뭐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백업해야 된다고 자료 다 지워진다고 백번 말했는데도..) 막무가내로 '야 이거 안돼. 왜 안돼? 고쳐줘' 하던 친구도 있습니다.
맛있는거 안 사준 친구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 다들 평소에는 괜찮은 친구들입니다. 맛있는거 안 사준 친구 빼고.
근데 컴퓨터만 뭐 물어보기 시작하면 앞뒤가 없어집니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을 모릅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포맷 밖에는..
저도 고쳐주고 싶어요. 문제상황을 자세히 말해주시면 고쳐드릴 수(도) 있습니다.
세줄요약입니다
1. 친구에게 컴퓨터 물어볼때는 자세히 물어보기
2. 포맷은 자료가 다 날라감. 포맷 전에 백업 미리 해두기
3. 초밥 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