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용산에 대한 얘기가 많네요.<br>물론 안좋은 말들이 많지만, 저는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10년넘게 가보지를 못했고.<br>예전에는 안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정든 장소입니다.<br><br>제가 처음 용산에 출입한건 90년대 중반에 대학을 서울로 진학하면서였지요.<br>당시 486을 사용하고 있었고, 클래식 펜티엄이 나오던 시절이라...<br>"얼마까지 알아봤어??" 라는 멘트는 많이 들었지만, 손님들이 그리 눈탱이맞는 시절은 아니었어요.<br>왜냐하면 당시 용산 가던 사람들은 다들 전문가급이라...<br>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옛날에는 메인보드에서 씨퓨전압과 FSB클럭, 배수, 램클럭 등등을 하나하나 점퍼로 설정해야 해서. 보드 메뉴얼을 정독한 다음에 조립작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br>요즘처럼 대충 맞는 소켓에 낑구면 되는게 아니라요.<br>저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무릎꿇고 않아서 메뉴얼 읽었습니다. 뭐 하나 잘못맞추면 타버리던 시절이라...<br><br><br>당시는 가난한 학생이라 뭘 그리 많이 산것도 아니고, 용산이랑 가까웠던 탓에 날씨좋으면 그냥 놀러가기도 했었는데...<br>구름다리 밑에서 파는 떡꼬치도 맛있었고, 구름다리에서 파는 불법CD도 쓸만했습니다.<br>씨디 한장에 윈도95, MS오피스, 아래아한글 그리고 각종 유틸이 꽉꽉 들어있었거든요. PC통신 하던 시절에 다운로드 받기도 힘든데.. 이런거 한장 있으면 정말 유용했습니다.<br>그러고나서 불법씨디 단속하면서 구름다리 입구에 입간판을 세웠는데...<br>"이곳에서의 불법 상행위를 금지합니다." 요 문구를 누군가가 칼로 긁고 볼펜질해서 "이곳에서의 불법 성행위를 금지합니다." 라고 바꿔났던걸 본 기억도 납니다.<br><br><br>그리고 98년 즈음에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여기저기 부탁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조립을 시작했는데...<br>처음 조립한게 셀233이었지요.<br>불법씨디에 들어있던 윈도98과 각종 유틸리티 깔아주고.. 보통은 밥한끼, 운좋으면 술이나 얻어먹으면서 수십대는 조립한거 같습니다.<br>용산 헤집고 다니는데 방해된다면서 그냥 나혼자 배낭매고 나가서...<br>배낭에는 부품가득, 왼손에는 케이스, 오른손에는 CRT모니터 들고 허구허날 용산 다녔네요. 지금와서 생각하니 끔찍함.... 그냥 젋으니까 그런짓도 했던거 같아요.<br><br><br>저는 현재 아키하바라에 종종 나가는 편입니다만. 거기도 컴퓨터가게는 많이 줄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영향이 크지요.<br>다만 일본시장은 좀 다른게... PC하면 그냥 완제품을 많이 씁니다.<br>원래부터 복돌이윈도의 개념이 없는데다가... 같은스펙의 견적과 DELL이나 HP의 완제품을 비교하면 완제품이 저렴합니다.(물론 후지쓰나 도시바 등의 완제품은 비쌉니다)<br>게임용 등의 특수목적이 아니면 조립을 잘 안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조립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br><br>그리고 땅값비싼 아키바에서 매장운영비, 알바비 드는거 알기때문에 온라인보다 가격이 약간 비싸다고 해서 불만갖는 사람도 없고요.<br>이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손님과 업자가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br>아키바에서는 예전에 개인이 운영하던 조그만 점포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몇몇의 기업형 대형점포가 지점을 늘려가면서 세를 불려가는거 같습니다.<br>아마도 용산도 그런식으로 재편되거나 아님 전자상가로서의 특징이 사라지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br><br>뭐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쓴 잡설이었습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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