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게로 갈까 하다가 컴퓨터 수리얘기니까 컴게로 왔네요ㅎㅎ
컴퓨터 수리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5년차 수리공 입니다.
지금까지 컴퓨터 수리하면서 별별일들을 다 겪어봤는데요....
그중에 가장 멘붕 왔던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한.. 3개월정도 지난 일입니다.
직원이 사장님 포함 5명인데 입사한지 얼마 안된 막내 바로 위가 저....
그위로 저랑 6개월정도 차이나는 대리님 한분, 과장님, 사장님 이렇게 있습니다.
하루는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대리님(이하 A라고 하겠습니다.)이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저랑 마주쳤습니다.
A-야. 새 컴퓨터 조립을 했는데 전원이 안켜진다?
평소에도 컴퓨터 고치는 사람이 고장진단 하는게 귀찮나 할 정도로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묻는(다시말하지만 6개월정도 선배임. 나이차이는 띠동갑정도 남ㅠㅠ)분이라 그냥 대충 얘기하면서 사무실로 들어갔죠.
나-파워나 메인보드가 불량이겠죠.
A-그런가??
나-테스트는 해봤어요?
A-????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파워가 불량인지, 메인보드가 불량인지 어디서 불량이 난건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묻는거였죠.
이쯤되면 정말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왔을 땐 작업테이블에 문제의 컴퓨터가 놓여있었고..
저는 외근업무 한 것들에 대한 정리를 하고있었죠.
그리고 잠시 후
A-이거 파워 문제있는거 같아~~~
나-왜요? 테스트는 해봤어요?
A-메인보드가 초기불량 이겠어????
나-?????????????????????????????????????
미칠 노릇이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업무 정리하다 말고 일어나 컴 앞에 왔습니다.
나-테스트 먼저 해봐야죠! 테.스.트.
라고 말하며 파워 테스트를 위해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 등에 꼽혀있는 케이블들을 하나씩 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제점을 발견하고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나-이거 누가 조립한거예요?
A-막내가 했지~
나-막내야. 조립하고나서 전원 넣었더니 스파크는 안튀었어? 탄내는 안났고?
막내-네. 그런건 없었고 CPU팬 잠깐 도는 것 같더니 바로 서버렸어요.
나-휴... 대리님 이거 전원 안들어온다고 해서 체크해줬어요??
A-그럼.. 체크했지.. 근데 잘못 조립한건 없던데???
나-왜 없어요! 왜! 여기 있구만!
하며 저는 메인보드를 보여줬습니다.
메인보드에는 대개 2개의 팬 컨넥터가 존재합니다.
씨피유팬과 시스템팬(대개는 케이스에 장착된 팬을 꼽는데 쓴다)
그 중 시스템팬 커넥터에 파워에서 나온 4핀 플로피 전원을 꼽아버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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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게 여기 꼽혀있으면 전원이 들어올까요? 안들어올까요?
A-어? 이게 왜 여기 꼽혀있지? 아깐 못봤는데?
나-이게 여기 꼽혀있는상태로 전원을 넣으면 보드와 파워는 멀쩡할까요? 안멀쩡할까요?
A-그러게.. 이게 왜 여기 꼽혀있지.....
나-막내는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그럴 수 있죠. 근데 대리님이 그러시면 어쩝니까?!
A-근데 진짜 못봤는데????
계속 그얘기만 하길래 짜증나서 파워랑 보드, 기타장치들 따로 떼서 테스트 했습니다.
다행인건 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들은 다 살아있었구요.
바로 사장님이 들어오시길래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얘기했고...
사장님-누가그랬어!!!
A-막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