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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computer_116543
    작성자 : 릴케
    추천 : 0
    조회수 : 1411
    IP : 27.119.***.15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3/10/04 17:45:15
    http://todayhumor.com/?computer_116543 모바일
    신상털기 ‘배틀
    이름·폰번호·e메일 주소만 줬는데…“강남역 근처 201호 싱글녀죠?”

    “서울 강남역 부근 건물 201호에 혼자 사는 ××대 졸업한 24세 싱글 여성이시죠.” 어느 날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런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면 섬뜩할 것이다. 더구나 내 정보가 정확히 담겨 있다면 더 그럴 것이다. 수사기관 등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이런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4명의 젊은 남녀가 있다. 이들은 서로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e메일 주소 등 3개의 개인정보만 알게 된다. 이 세 가지 정보는 ‘연락처’ 개념으로 서로 가장 많이 주고받는 기초 정보들이다. 이 정도 정보를 공유하면, 일반인 수준에서 서로 얼마나 많은 추가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경향신문은 이인재(31)·방진환(29)·송미란·편채원(이상 24·여)씨 등 4명을 무작위로 모집·선정해 동의를 구하고 직접 이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4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개인정보는 동시에 제시됐고 조사 시한도 이틀로 제한했다. 즉 4명이 참여해, 특정 1명에 대해 3명이 ‘일상적 감시자’가 돼보는 실험이다. 

    취재팀은 ‘네티즌 수사대’로까지 알려질 정도로 국내 20~30대의 정보 검색능력은 높은 수준일 것으로 가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제한된 정보만으로 얼마나 많은 추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이번 실험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는 일상적인 수준에서도 언제든 서로 감시하고 파악해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었다. 

    먼저 송씨에 대해 다른 3명의 참가자 모두 생년월일과 출신고, 대학 등은 기본적으로 파악해냈다. 또 어머니와 외사촌 등 교류가 잦은 가족들의 이름과 학력 정보도 흘러나왔다.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가끔 술은 마시는 편’이라든지 ‘시력이 그리 좋지 않다’ 등의 개인 취향이나 ‘필리핀에 체류한 적이 있으며 지금은 긴 머리 스타일이지만 그때는 단발머리였다’ ‘××년 모 회사에서 구매 관련 업무를 잠시 본 적이 있다’ ‘지난해 ×월×일 사랑니를 뺐다’ 등 개인 행적과 관련한 정보도 상당수 노출됐다. 

    특히 ‘서울 강남역 근처 모 건물의 201호에 살며, 혼자 사는 싱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도 도출됐다. 단지 이름과 연락처 정보만으로 자칫 개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내용까지 모두 유추할 수 있었던 셈이다. 물론 개인 이력서용 사진이나, 친구들과 해변에서 찍은 기념 사진 등이 확보됐으며 신장도 노출돼 외모 정보도 무방비였다. 

    이런 ‘신상털기’는 주로 네이버와 구글 등 검색엔진과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가 직접 올린 정보가 아니더라도, 예컨대 지난 6월 역삼동 한 카페를 방문한 내용을 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흡연실이 구분돼 있어 쾌적하다”고 표현한 점 등에서 강남역 주변 역삼동 거주와 비흡연 사실 등을 파악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모 업체의 홈 방범 서비스를 설치했다는 글은 ‘혼자 사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으로 이어졌다. 

    결과를 알려주자, 송씨도 이 같은 가능성은 평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다소 놀라는 기색이었다. 송씨는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노출되는 걸 싫어해 사회관계망서비스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라며 “그런데도 악용될 경우 개인 감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니 앞으로 정보 노출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생년월일과 혈액형, 출신 지역, 고교와 대학은 물론이고 군복무 지역, 다니는 직장 이름과 주소, 맡은 업무까지 고스란히 수집됐다. 또 친누나의 이름과 결혼 연도, 부친의 직업과 취미 등도 ‘감시자’들에게 손쉽게 파악됐다. 역시 온라인과 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정보들이 근거로 작용했다. 

    이씨는 “일반인들의 조사 수준에서 이 정도로 오픈될 수 있다는 점은 막연히 예상했으면서도 막상 겪어보니 매우 흥미롭다”며 “만약 전문가 그룹이나 기관 등이 이런 정보를 집중 파악한다면 개인 정치성향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치 않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노출하지 않은 정보가 의외로 수집된 경우도 있었다. 편씨의 경우 다른 3명의 자매 정보가 모두 드러났다. 언니인 ㄱ씨 이름과 혈액형, 직장 및 딸(편씨의 조카) 이름, 역시 언니 ㄴ씨와 동생 ㄷ씨의 혈액형, 나이, 직장(ㄷ씨는 재학 중인 학교) 등이다. 심지어 ㄴ씨의 친한 직장 동료 이름과 ㄷ씨의 휴대폰 번호도 다른 참여자들이 쉽게 파악해냈다. 

    이는 일종의 ‘파도타기’ 기법에 따른 추적이다. 편씨가 온라인에 올린 글과 사진에 자매들에 관한 일부 정보들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들 자매도 관계망서비스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감시자’는 편씨 언니나 동생이 사용하는 관계망서비스를 다시 검색해서 들어가본다. 이후 ㄴ씨가 자신의 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사진에서 사원증을 확인하고 직장명을 알아내는 식이다. 또 편씨가 모 교회의 성가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편씨의 친구가 올린 관계망서비스 글에서 노출됐다. 

    편씨는 “가족관계를 관계망 글에서 일부 파악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언니와 동생 모두의 나이와 직업까지 상세하게 파악될 줄은 미처 몰랐다”며 “성가대 활동 또한 온라인에 직접 노출한 적이 없는 정보”라고 밝혔다. 그는 “나도 ‘감시인’ 역할을 했지만, ‘피감시인’ 입장이 되니 정말 놀랍고 소름이 끼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반면 일부 관계망서비스가 차단된 이는 정보 노출 정도가 덜했다. 방씨는 경향신문 실험 참가 중간에 주로 사용하던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중 2곳을 비공개로 설정했다고 추후 밝혀왔다. 그 결과 실험에서는 방씨의 가족과 지인 정보가 가려지는 등 다른 3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관계망서비스를 비공개로만 설정해도 실시간 감시를 일정 부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씨의 생년월일과 출신 고교·대학, 키와 몸무게 등 기본 정보는 파악됐다. 주로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에 올라간 방씨의 글이 추적 근거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스키용품 등 온라인 거래내역도 일부 확인됐다. 직거래를 원하는 지역을 방씨가 표기한 점으로 미뤄 현재 거주지를 ‘신당역 부근’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고 다른 ‘감시자’들은 밝혔다. 아울러 풋살 및 등산 모임에 가입한 점 등을 토대로 스키와 축구(풋살), 등산 등 스포츠에 다양한 취미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사진들도 여러 장 확보됐다. 방씨는 “직접 감시자 입장에서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아보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달려들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역으로 내가 감시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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